그가 준비한 것은 나무 몽둥이 하나, 멘소래담 한곽, 뱀 약 몇 개 거기다 벌에 쏘이는데 대비한 망사모자 하나였다.
이튿날, 태양은 쨍쨍 내리쬐었고, 구름 층은 두터웠다. 나는 몇 명의 아이들과 골짜기에 들어섰는데, 바로 골짜기 안을 흐르는 강이 크다는 걸 알았다. 예전에 갔던 길은 이쪽 절벽 밑동에서 저쪽 절벽 밑동으로 이어졌고, 강 안에는 돌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물이 무릎까지 밖에 안 와서, 물을 헤치고 건너갔다. 이때 나무 몽둥이를 정말 요긴하게 써먹었다. 강 양쪽 경사진 언덕 꼭대기는 전부 나무였는데, 나무가 그렇게 굵진 않았다. 하지만 빽빡한 나무의 초록 혹은 연초록 빛이 바람이 불면 움실움실 움직였다. 그 때문에 골짜기가 전보다 많이 좁아진 것 같았다.
골짜기 안으로 계속 깊이 들어가니 길은 점점 걷기 힘들어졌고, 나뭇가지들이 비스듬히 또는 횡으로 누워서 우리는 쉬지 않고 막대기를 휘두르며 헤처 나가거나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 겨우 뚫고 나갈 수 있었다. 또 각종 모기, 벌레들이 머리며 얼굴이며 물어대서 맨소래담 역시 진가를 발휘했다.
약 십리(중국 십리는 5km)쯤 가니 물 웅덩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물웅덩이였지만 가다 보니 큰 물웅덩이도 지나갔고, 나중에 또 작은 물웅덩이도 지나갔다. 이런 것들이 모두 산사태가 났을 당시에 토석이 붕괴되며 물을 막아 생겨난 것이다.
물웅덩이의 수면은 고요해서 머리카락까지 볼 수 있었다. 수면에 나뭇잎이 하나 떨어지자 흰머리에 빨간 꼬리를 가진 새가 잇달아 날아갔다. 허씨네 아이는 그새가 정수조(净水鸟)라고 했다. 정수조라니, 내가 어렸을 적엔 들어본 적이 없는 새인데...
하지만 물웅덩이를 들여다보니 앙치어(昂嗤鱼)가 보였다. 그 물고기는 돌을 하나 살짝 던진 후 던진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르면 일시에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미는 신기한 물고기이다. 우리는 늪 가장자리를 따라 골짜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뱀은 시도 때도 없이 길 위를 기어 다니고 있었고, 아이들은 앞장서서 걸어가면서 쉴 새 없이 나무 몽둥이로 풀 덤불을 쳤다.
꿩 한 마리가 갑자기 푸드덕 날아올라 멀지 않은 나무 아귀에 앉았다. 허씨네 아이가 얼른 새총을 세 번이나 쏘았으나 맞지 않았다. 꿩이 맞기는커녕, 오히려 벌집을 건드려, 내가 미처 방충망 모자를 쓰기 전에 벌은 이미 내 머리까지 왔다. 모두들 땅 바닥에 납작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자, 벌은 날아가 버렸고, 나는 머리를 벌에게 쏘여 물집이 부풀어 올랐다. 다행히 나는 아직 벌에 쏘였을 때 대처하는 법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콧물을 그위에 발랐고, 조금 있으니까 그다지 아프지 않게 되었다.
허씨네 아이가 말했다."
원래 꿩을 잡아, 튀김을 만들어 드리려고 했어요. 골짜기 안 마을에 가면 오소리 고기가 있을지도 몰라요."
"골짜기 안에 아직 오소리도 있니?"
"어떤 야생동물도 다 있어요."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당시에는 진 거리 사람들이 모두 골짜기에 들어왔으나, 지금은 오지 않으니 오히려 야생 동물이 돌아온 것이다.
거의 여섯 시간을 걸어서, 우리는 겨우 골짜기 안 마을, 설씨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은 아직 빈터 여기저기에 덜렁 서있는 담과 반쯤 무너진 벽들이 남아있었다. 미로를 헤치며 들어가니, 이쪽 집은 산 쪽 담 한 구석이 무너지고, 저쪽 집은 처마가 서까래만 남아있었고, 거미줄이 여기저기 걸려있었다. 땅바닥에 원래 돌을 깔아 놓았는가 본데, 돌 틈으로, 사람 키만 한 느릅나무와 싸리나무가 웃자라 있었다.
먼저 한 집에 갔다. 문은 잠겨있었고, 집 앞으로 계단식 논이 펼쳐 있는데 여인 하나가 소를 먹이고 있었다. 여인은 세 마리의 소를 먹이고 있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아줌마는 어느 집 사세요?" "덕성 씨 집이요."
"덕성 씨는요?" "갔어요."
"현청으로 일하러요?" "돌아갔어요. 재작년에 현청, 집 짓는 데서 일하다가 감전사 했어요."
나는 감히 더 묻지 못했다. 그녀가 소를 몰고 어느 마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가니 마당이 매우 넓었다. 처마 있는 집은 전부 무너져 있었고, 폐허 속으로 부뚜막 하나와 깨진 문틀이 보였다. 안채에 올라가니 네칸짜리였다. 문과 창은 아직 쓸만했지만, 소 외양간이 되어 있었다.
"여기가 아줌마 집이요?" "여긴 설천보씨 집이예요.식구들이 시내에 나가 있느라 이집이 쓰러졌어요.
두번 째 집으로 갔다. 여긴 늙은 부부가 사는데, 진 시내에서 방금 TV를 져다 올렸는지, 바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모두 지쳐서 그 자리에 앉아 숨을 헐떡거렸다. 내가 물었다."전기는 있나요?"영감이 대답했다. "있어요." "뭐하러 이렇게 큰 TV를 샀어요?" 영감이 말했다. "캄캄해 지면, 아무도 말할 사람이 없거든요."
그가 문을 열더니, 우리에게 들어와 앉았다 가라고 했으나, 우리는 들어가지 않고, 또 다른 집으로 갔다. 여기는 절름발이 집이었다. 마침 절름발이가 눈물, 콧물 흘리며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우리는 놀라서 급히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물음에 더욱 상심했는지 울음 소리가 마치 소가 우는 것 같아졌다.
아줌마에게 그가 마누라 때문에 우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아들 때문에 우느냐 물으니 , 그는 아니라고 했다. 병이 나서 우느냐 물으니, 그는 그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럼 그가 왜 이렇게 섦게 우느냐, 물으니 그는 곰이 그의 벌꿀을 먹어버렸다 했다. 과연 마당 한 귀퉁이에 벌통이 하나 있었는데, 이미 몇 조각으로 부숴쳐 있었다.
"벌통 하나 때문이 아니야. 나는 싫어."
"곰이 싫다고?"
"나는 인간이 싫어. 이 긴 골에 어째서 인간이 사라졌냐고?
내가 닭을 키우면, 족제비가 오늘 한마리, 내일 한마리, 몽땅 물어 갔고, 재작년에는 들개가 나타나 소의 장을 꺼내놓았어. 이번 가을엔, 막 옥수수대에 수염이 걸리자 멧돼지가 떼로 나타나 하루 밤에 전부 다 망쳐놓았어. 이러니 여기 살 방법이 없는거야.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겠어!"
절름바리는 다시 섧게 울며,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쳤다.
나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 지 몰 랐다.
돌아오면서, 다시 골짜기 입구에 왔다. 나는 그때 그 돌사자가 생각나 아이들과 한참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 했다.
原載 < 美文 > 2015년 제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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