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골의 나무들은 연이어 앞다투어 베어져서 몰래 반출되었다. 산등성이는 일 년 다시 일 년, 깊은 곳까지 헐벗어져 갔다. 5년이 지나자 허씨촌은 이미 철저히 벌거숭이가 되었고 나무라곤 세 집의 집 앞, 집 뒤에 있는 몇 구루 밖에 남지 않았다.
4월 초, 어느날 저녁, 지진이 발생했다. 진 시내에서도 세명이 죽었고, 7~8채의 집이 무너졌다. 다음 날 아침, 긴 골에서 산사태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산사태라니, 그건 산이 움직였다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골짜기에 갔다. 골짜기에 들어서서 5리 정도 가니 벌써 골짜기 양쪽 산등성이가 진흙과 돌이 흘러내렸거나, 무너져 있었다. 참상은 뜻밖에 허 씨 촌까지 이어져 있었다.
우리가 나무를 했던 그집, 그집이 완전히 매몰되었다. 집주인과 늙은 부인, 그밖에 반신불수 할머니와 어린 딸, 하나, 모두 죽었다. 마을 안 강변에 있는 두 집과 허씨촌에서 8리 떨어지고, 12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장씨촌, 설씨촌 사람들이 모두 와서 뒤처리를 도왔다. 돼지우리, 소 외양간, 계사가 모두 매몰되었으나 거기는 파내지 않았다. 집을 덮은 토석을 헤치고 네 구의 시체를 찾아서, 갈대로 둘둘 말아 그 자리에 안치해 놓았다. 그러고 나서 모두들 그 집 주위의 나무를 전부 베었고, 큰 나무를 잘라서 관을 만들었다.
역시 막내삼촌이 었다. 그는 관을 만들고 남은 나무를 모두 자기가 사서, 두 간의 처마가 있는 신혼집을 지었고, 작은 네모 탁자와 의자 네 개 그리고 화로대를 만들었다.
막내 삼촌은 결국 큰 이익을 보았다는 걸 과시 하며, 사람들을 그의 신혼집에 해바라기 씨를 먹으러 오라고 초대하기를 좋아했다. 나도 한번 갔었는데, 왜 그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지만, 그 나무토막들이 바로 나무의 시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바로 나왔다.
막내 삼촌이 말했다. "너 왜 해바라기 씨 안 먹냐?"
내가 동문서답했다. " 흘갑령에 구름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날씨가 곧 비가 올 것 같지 않나요? "
흘갑령은 진 거리의 서남쪽, 거기에는 바깥으로 통하는 큰 도로가 있다. 도로는 재너머로 빙빙 돌아가서 나는 나와 바깥세상이 가깝기도 하고 먼 것 같기도 하여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괴연, 일년 후, 나는 입학시험을 치고 진 거리를 떠나 아주 먼 도시로 갔다. 그 이후, 나는 아주 드물게 진 거리에 돌아왔는데, 돌아오면 언제나 부모님을 뵙고, 조상 묘에 제를 올리고 했지만 긴 골에 갈 생각은 하지 못 했다.
나중에 농촌이 개혁되고, 세상이 먹고살만해졌는데도 막내삼촌을 보니 여전히 등에 질통을 지고 있어서 그가 또 나무를 하러 가나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장에 새 보리 종자를 사러 가는 중이라 했다. 또 세상이 참 신기하다면서, "요즘 세상에 먹을 것은 있다 쳐도, 어찌 땔감이 부족하지 않은 거지?"
그 후, 도시가 개혁되자, 농촌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막노동하러 갔고, 진(鎭) 거리도 모양이 바뀌기 시작했다. 원래 인자(人字) 형 지붕 받침을 네 개의 서까래로 지탱하던 가옥들이 이제는 시멘트 조립식 이층 집으로 지어졌다.
그 뒤, 부모님이 연달아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장례를 치르러 갔다가, 진 거리에서 우연히 막내 삼촌을 만났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중풍으로 말을 못 했고, 나를 보자 손을 덜덜 떨었다. 그 뒤....
나는 거의 20년 동안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그저 고향과 관계가 없어졌다고 했다.
올해, 진 거리에서 사람이 와서, 그들이 진 거리에 관광 명소를 조성하려 한다면서 나를 심의회에 참가토록 초청할 테니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돌아갔다. 진 거리는 확장 중이었는데, 거리에는 옛날 집도 있었고, 시멘트 집도 있었으며, 몇 군데 옛것을 모방한 건축물도 있었다.
나는 며칠 머물면서, 친숙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거지반 세상을 떠났고, 얼마 안 되는 사람들만 살아있었는데, 중풍이 걸려 온돌방 신세를 지고 있거나, 생기 없이 온종일 문 앞 돌 그루터기에 앉아있거나 했다. 누가 그에게 한마디 물어보면, 그는 겨우 한마디 대답하고, 누가 묻지 않으면 끽소리도 안 했다.
하지만 그들의 후대는 모두 나를 보러 왔다. 내가 비록 그들을 모르지만 그들의 생김새로 누구의 아들인지, 누구의 손자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그중에 도무지 개념이 안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물어보니 허(許)씨 성이라고 했다. 어디 살던 허 씨냐 물으니 긴 골에 살던 허 씨라 했다. 산사태 났던 이야기를 꺼내니 그는 자기 아버지에게 들었는데, 그때 돌아가셔서, 후손이 끊긴 사람이 자기 셋째 할아버지라 했다. 긴 골에서 있었던 당시 일이 불현듯 뇌리를 스쳐갔다.
현재 골짜기 안의 상황을 묻자, 진 거리 사람들이 골짜기에 들어오지 않은 지가 이십 년도 넘었다면서, 골짜기 안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성청, 현청에 막노동하러 떠났는데, 잘된 사람도 있고 안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떠난 사람들 모두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며, 그의 집도 골짜기에서 진 거리로 이사 나왔다고 힌다. 골짜기 안 네 개 마을 중 세 개 마을은 사람이 안 살고, 오직 골짜기 제일 깊은 곳 한 개 마을만 남았는데, 그 마을도 서너 집 밖에 안 산다고 한다.
내가 물었다."골짜기에 들어가려는데 동행해 줄 수 있나? "
그가 대답했지."그러죠. 준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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