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어느 날,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나는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나의 신체에게 충심으로 감사하는 일이다. 나는 쇠약해진 두 손에 이 일을 맡겨서, 천천히 신체 각 부위를 주무르게 하고, 나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게 할 것이다.
고맙다. 오관(五官: 시각,청각,미각,후각,촉각)이여.
너는 나에게 평범하지만, 뭇 사람들과 다른 얼굴로, 의지와 감각과 생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게 해 주었구나.
코야 고맙다. 입아 고맙다. 귀야 고맙다 ---- 귀, 너는 정말 잘해주었다. 시시각각 아무 때나 귓불을 간질이며 들려오는 바스락 거림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해 주었구나. 어렸을 때, 복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시시 때때로 귀를 잡아당겨 그걸 크고, 길게 만들려고 시도했었지. 너는 아프고, 억울했지만, 고집을 부려 원래 계획대로 생장해서, 음악소리, 물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 아빠가 해주는 옛날 얘기 소리, 또는 지구 상에 있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소리를 하나하나 원래대로 끊임없이 들려주었다. 그럼 되었지, 복은 뭐 말라빠진 복이냐? 이게 바로 복이다! 복이란 진열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조화도 아니다. 복은 보다 본질적이고, 현실이다.
눈을 만져 본다. 사랑하는 눈, 불쌍한 눈이여.
나는 어렸을 적부터 너를 근시로 만들었다. 거기다 트라코마,각막염, 미세먼지, 연기, 양파를 자를 때의 매운 기운, 어두운 전구 다마, 눈이 아픈 용접 광, 언론 매제의 포위 공격, 작은 글씨, 눈 부신 모니터, 쉴 새 없는 자극! 나는 지치지 않고 정보 얻기에 탐닉했고, 너를 한차례, 또 한 차례 계속해서 고생시켰구니. 거기다 나의 알 수 없고 기묘한 심미(审美) 습관을 너는 여러 번 원망했을게다. 너는 그리 크지도 않았고 밝지도 않았으며, 보는 사람마다 너를 사랑하는 두 눈꺼풀도 아니었다. 하지만 너는 노고를 아끼지 않고 남이야 뭐라든, 지난날과 다름없이 나를 위해 일천 개의 안색과 일만 개의 형태를 변별해주었다. 심지어, 나는 너를 원망하면서도 너의 도움을 벗어날 수 없었지. 너는 거울 속에서 묵묵히 나를 주시하면서, 편안하게 하고, 간절해하고, 짐을 내팽개치지 않고, 나를 골탕 먹이지도 않았다.
감사하다, 피부여.
이렇게 오래도록, 너는 계속 신쳬의 제일 바깥을 싸고 보호해주면서, 햇볕에 그을리고 비에 젖고, 얼음, 서리에 부대꼈다. 그러다 보니 너의 최초의 매끄러움, 섬세함이 거칠고, 메말라져서, 쭈글쭈글한 만신창이 피부가 되었구나. 수고했다!
고맙다. 골격, 근육이여.
내가 일어서서, 돌아다니게 하고 포옹하게 해 주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포옹을 하게 되는데, 꽉 끄러 안을 수도 있고 부드럽게 끄러 안을 수도 있고, 또 마음 가는 대로 끄러 안을 수도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손톱 차례가 되었구나. 하하.
너희들은 작은 조각들이지만, 어쩌면 내 신상에서 제일 자라는 걸 좋아하는 것들이지. 사지와 몸통, 그들이 자라지 않고 일단락을 고할 때라도, 너희들은 자라기를 그치지 않는구나. 늙을 때까지 살고, 늙을 때까지 자라게 되면 어떤 모양일까? 손톱이 생장하는 모양일 거다. 결국, 이렇게 자라게 되면, 쓸모가 있을까? 생장하는 게 반드시 쓸모가 있을까?
다시 말해서, 조물주의 구상을 쓸모있는지 혹은 쓸모없는지 어떻게 단정할 수가 있을까,
손톱 생장의 매커니즘과 행태를 연구하다 보면 많은 인생의 오묘한 비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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