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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검은 머리카락을 안타까워하며 (惜青丝) : 张大威 - 2/4

 

 

물기를 닦으려고, 욕조에서 나오며 니는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지고 나왔다. 십여 가닥의 긴 머리카락은 따라 나오지 않았다. 그것들은 둥지를 잃어버린 새체럼, 가지에서 떨어진 나뭇잎처럼, 뿌리가 끊어진 쑥처럼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것들은 이미 내 두피를 대략 한 시간 전에 떠났다. 그것들의 질감은 지금 한 점 한 점 사라지고 있고, 광택도는 떨어지고 있다. 그것들은 시들고, 속이 비었으며, 침체되고, 메말랐다 ---- 온통 물에 잠겼지만, 그렇게 메말랐다. 윤택하다는 것은 생명의 특징이다.  이런 십여 가닥의 머리카락이 앞으로는 무수한 머리카락으로 바뀔 것이고, 내가 죽기 전에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의 노쇠(老衰)는 한 점 한 방울 쌓여서 만들어진다. 십여 가닥의 검은 머리카락이 날려 떨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가을바람이 이미 멀지 않은 하늘가에 와있다는 것, 추풍이 이미 발아래까지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영락하여 쓸쓸하고 노쇠한 나의 백발 그림자가  벽 쪽 어떤 구석으로 떨어져 배회하며, 나를 훔쳐보고, 나와 같은 나이의 사람을 훔쳐보고, 또 모든 사람을 훔쳐볼 것이다. 재미는 천가지가 있겠지만 이것을 한 글자로 줄이면 "노(老)"이다. "노"는 이렇게 무거워 ㅡ, 이렇게 쇠(衰) 하니, 말하자면 입에서 녹 비린내가 나는 것을 면키 어렵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노(老)"를 말하기를 꺼린다. "노(老)"를 말하기 꺼린다는 것은, 노(老)가 타인의 시선, 타인의 처지, 타인의 화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번, 내가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하면, 옆자리에서 파마를 하던 노부인들이 내가 그녀들의 나이를 눈짐작으로  75세에서 80세 사이로 생각 할 것으로 추측할 것이다. 노부인들은 연구하는 사람들이라 생활의 질을 상당히 추구하고, 자기의 완벽한 모습을 주의해서 보존하려고 한다. 한번 씨지엔 추이(洗剪吹) 형으로 머리를 하고 나서 미용사가  "다 끝났습니다"  하면, 노부인들은 큰 거울 앞에서  자신의 새로운 머리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평가한 후에 회난 기색이 역력해지는데, 그네들은 화가 나서 거세게 미용사를 질책하는 말을 한다. "내 머리를 어떻게 파마한 거야?  늙은 할머니 같이 해 놓았어! "
그밖에도 나와 아주 가까운 70세 할아버지가 있는데, 한 17-8세 된 아가씨가 그에게 이렇게 말하며 길을 물었다. "아저씨", 그러자, 이 한마디 "아저씨"란 말이 그에게 쇼크를 주었다. 그는 며칠을 울적하게 보내다가 입 속의 말을 단념하지 않고  한마디 했다. "내가 어떻게 네 아저씨가 되었어?" "내가 어떻게 아저씨란 말이야?" 그는 환각에 빠져서, 자기 얼굴이 젊고 잘생긴 줄 착각하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아가씨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자기에게 "오빠(哥)"라고 불러 주 기른 무척 바랬다.
이런 바램이 잘 못된 것은 아니고,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잘 못된 것도 아니다. 사실, 아가씨가 "그에게 "아저씨"라고 한 것은 그를 높여서 그랫던 것인데, 여러 가지를 종합해보면, 그를 당연히 "할아버지"라고 불렀어야 맞다.

사람이, 스스로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연령치와,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스러운 경과로 굳어지는데, 그 연령 치를 보는 차이가 그렇게 클 줄이야!

나와 둘째 난이는 어렸을 때 동무였다. 어느 해  내가 고향  집에 갔을 때, 우리 고옥에서 그 애를 만났다. 음력 섣달인데,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집 밖에 배꽃이 만발한 것처럼 눈이 영롱하게 빛났다. 우리 둘은 6-7세 때 만났다. 눈송이가 나뭇가지를 덮을 때마다, 반짝이는 은빛이 대지를 가득 덮었다. 우리는 깔깔대며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다. 우정을 다시 되살리려면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 둘이 서둘러 마당으로 뛰어 나가, 땅바닥에 누워 함께 구르고, 거기다 눈싸움도 하고, 눈을 밀어서 여러 개의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벌써 우리 집에 비축해 둔 홍당무를 보아두었다. 홍당무는 눈사람의 전생, 금생의 영원한 커다란 코이다. 눈사람이 태양과 입 맞추고 구름이 되어, 하늘 위로 날아간 후에, 맑고 푸른 하늘에서 슬픔에 젖어 그가 머물렀던 대지위를 보면, 지금은 이미 검은 진흙에 빠져있는 발그레한 큰 코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세월의 터널을 따라 되돌아오면, 아마도  우리는 풋풋한 시절로 되돌아 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애는 움직이지 않았고, 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남쪽 구들장에, 그애는 북쪽 구들장에 앉아있었고, 중간을 기다란 좁은 공간이 가로막고 있었다. 게다가, 큰 눈이 이미 지나간 40년을 꽈꽉 채우려는 듯 펑펑 내리고 있었다. 눈은 이미 치우지 못할 정도로 높이 쌓였다. 마치 작은 산  같이 높아져서, 우리 누구도 올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여전히 미모를 간직한 반쯤 늙은 두 여인은, 하나는 남쪽 구들, 하나는 북쪽 구들에 앉아  괴상한 시선으로 서로 의심스럽게 보았다.  예전에 서로 알았던 상대방의 얼굴, 비슷 하지만 아닌 얼굴, 길을 버리고 황야로 달아난 얼굴들을 가늠해 본다. 나는 생각한다. 북쪽 구들에 앉은 여인이 그렇게 늙었는데, 누굴까? 그녀는 왜 어떤  사람인척 할까? 또 왜, 어렸을 적 나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던 친밀한 사람인 척할까! (그녀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방향과 인물만 바꾸면 될 터인데)

큰 눈은 길을 막았고, 다른 길도 찾지 옷했다. 우리는 친한 척 그 자리에 앉았으나, 여전히 자신의 두 발을 흔들며, 각자 내심으로는 상대방을 부정했다. 사실, 우리는 피차 서로를 바라보는 거울을 갖고 있었고,  거울에 비친 그녀의 그 얼굴은 내 이 얼굴이었다. 나의 이 얼굴 역시 그녀의 그 얼굴이었다. 늙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늙는 것은 남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늙었기 때문에 자기 신상의 무늬를 너에게 움직이지 않게 붙였다. 나중에, 둘째 난이는 다른 친구를  만나 말했다. "셋째 계집애 정말 늙었더라!" "셋째 계집애 정말 늙었더라고!" 이 말을 전해 듣고 나는 심하게 비참함을 느꼈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마치 세월이 오직 나, 셋째 계집애만 데려가고 하필이면 둘째 난이는 깜빡 빠뜨려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 세월은 공평하다. 세월은 만물을 데려오고, 만물을 데려 간다. 셋째 계집애를 포함해서, 둘째 난이를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