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유전된 얼굴을 보려고 그는 때때로 거울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거기서 그는 부모의 웃는 모습, 눈썹이 뻗어간 방향, 말할 때 입술의 각도를 볼 수 있었다. 설마 그밖에 유전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을까? 추가로 고쳐진 곳이 있을까? 묘비에 있는 부친의 크고 단순하며 약간 둥글고 통통힌 윤곽의 얼굴을 볼 때, 그는 이것과 그가 평소 보아왔던 기다란 얼굴과 뾰족한 턱의 이미지와는 너무 크게 대비가 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부친이 그와 닮았다는 것을 별로 믿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60이 지난 나이가 되자 이런 변화가 발생한 것일까? 그가 50세가 되던 해, 그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증명사진을 찍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얼굴이 발복할 상처럼 둥글고, 통통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변한 모습은 부친의 사진과 그림자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었다. 단지 안색이 조금 다르고 피부색이 차이가 날 뿐, 윤곽과 분위기는 다른 곳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그 사진을 집어 들고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가 충격을 받은 곳은 마음 속 여린 부분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친과 거리를 두려고 하였고, 부친의 행동하는 스타일, 언어와 사고방식, 생활습관을 물려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특히 그가 익숙하게 보아 온 부친의 얼굴이 자기에게 붕어빵처럼 복제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실패했다.
그는 자기가 부친의 아들이며, 틀림없이 백프로 그의 유전자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점에서 그는 도망갈 수도 없었고, 숨을 데도 없었다. 이런 결론이 나자, 그는 쉽사리 초조해하고 비통해하고,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괴테가 말했다 : "우리가 찬동하는 것은 우리를 어디서든 태연자약하게 만들지만,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기껏 머리만 복잡하게 만든다." 그는 자기 생애에서 어느 때는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어느 때는 반성하는 부친을 발견했으며, 찬성 또는 반대가 그를 옭아매었다. 그는 계속 자기에게 한 가지 사명을 부여하였고, 자신을 고무했으며, 부친과의 거리를 좋게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제까지 부친의 얼굴과 그리 닮지 않은 사진에서 자기와 닮은 면을 발견한 후, 힘이 쭉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더욱 숙명의 힘을 느꼈다. 이것은 하나의 확증이었던 까닭에 자기가 숨길 수 없는 복제임을 받아들였고, 어쩔 수 없이 온전하고 철저한, 진정한 숙명이었다.
사실 이런 숙명은 훨씬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에게는 인상 깊은 일이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누이동생이 배필을 고를 때였다. 그는 부친의 명령을 받고 누이동생을 설득해서 이번에 멍청하고, 앞날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한쪽이 많이 기우는 괜한 혼사 연습을 포기토록 한 것이다. 그는 완전히 가장의 어투, 입장, 태도로 누이동생에게 생각을 주입했다. 일련의 진부하고 경직된 언사 ---- 엄숙한 어투, 예를 들어 가족을 체면에 먹칠을 하면 안된다는 둥, 두집안이 어슷비슷 해야한다든 둥 ,"정리를 갖춘 인재"라야 적합하다는 둥 지치지 않고 귾임없이 잔소리를 했다.
한 사람의 남을 길들이는 설객으로서 부친을 대신하여 말했는데, 뜻밖에 이처럼 누워서 떡먹기인줄은 몰랐다. 누이동생이 실의에 빠지고,곤혹스러워하고, 놀라는 것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때 그는 누이동생의 동지, 패거리, 심지어 비밀 친구에서 갑자기 하나의 어른, 대변자, 설교자로 변하여 자기 나이 또래의 반란자인 동생과 적이 되었다. 그는 자기 나이외는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으로 조상을 빛내는 일에 나섰고, 가족이 체면을 잃지않도록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날카로운 무기를 만들어 그것으로 힘껏 누이등생을 찔렀고, 자기가 그녀보다 불과 한 살밖에 많지 않다는 것을 완전히 망각했다.
그는 끊임없이 청산유수로 말하여 이 일련의 진부한 이론을 전개했을 때, 그의 뇌에는 다시 한번 조우선생의 이야기 극 <뇌우>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용솟음쳤다. ---- "너도 결국은 네 아버지의 자식이구나"
비록 누이동생의 이번 연애사건은 시작도 못해보고 저절로 무산되었지만 어떤 유감도 조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가 부친의 역할, 가치관과 걸음걸이의 계승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거역하지 않았고 이견 없이 부친의 모든 지시를 집행했다. 누이동생이 눈물을 펑펑 쏬을 때,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고, 반항을 시도했을 때, 그는 사명을 완수하려고 진행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일은 언제나 내부에서 공략 당하기 쉽다. 혹시 누이동생이 그의 역할과 특징을 꿰뚫어 보고, 몇년후 다시 연애를 할 때, 오빠가 일을 착수하기 전에 선수를 칠 수도 있다. 부친이 아직 그의 저지 계획을 추진하기 전에 벌써 애인을 오빠 앞에 데려오고, 애인이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문을 들어서자마자 그의 호주머니에 담배 한갑을 쑤셔넣어 줄테고, 한 곽 값이 "봉황" 담배보다 비싼것이면, 막 담배를 배우기 시작한 오빠는 도저히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감히 "안된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애인은 그보다 두살이 더 많지만 그에게 "형님" 하고 한마디 외치면 그는 붕 뜬 기분이 들것이다. 애인은 역시 "농촌" 출신이니 당연히 "가족"의 기피 대상이지만 이번에 권고하는 말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먼저 "공략" 당했으니까.
'중국 수필,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과 부친이 만들어 놓은, (被岁月和父亲所塑造) : 梁鸿鹰 ㅡ 3 (2/2) (0) | 2021.05.18 |
---|---|
세월과 부친이 만들어 놓은, (被岁月和父亲所塑造) : 梁鸿鹰 ㅡ 3 (1/2) (0) | 2021.05.15 |
세월과 부친이 만들어 놓은 (被岁月和父亲所塑造) ㅡ 1 (0) | 2021.04.30 |
모어(母語)의 처마 밑에서; 在母语的屋檐下 (四) - 끝 : 彭程 ㅡ 2/2 (0) | 2021.04.23 |
모어(母語)의 처마 밑에서; 在母语的屋檐下 (四) : 彭程 ㅡ 1/2 (0) | 202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