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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기가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은 그가 자신의 부친을 닮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한 데서 비롯된다. ※ 가르샤. 마르케스 <콜레라 시기의 사랑>
사람의 일생은 당연히 세월이 만들고, 서로 아는 사람들이 만들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만든다. 그런데, 설마, 자기 부친이 만든 것은 아닐까?
시간은 한 자루의 맹목적인 칼을 부친의 머리 위에서 제 멋대로 휘두르다가, 다음에는 우리 머리 위에서 휘두른다.
지역, 시간과 인종을 불문하고, 오만한 인간일지라도 모두 이 칼날에 베어 죽임을 당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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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스페인 작가 하비에르 사얼카스는 자기 소설의 중국어 번역본으로 인민 문학출판사의 "추도분(인명) 연도 외국소설상"을 받는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인정하기를 단연코 거부한다. 우리가 귀찮게 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내 비겁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또는 모두는 아닐 수도 있지만, 무대 위의 배우 같이 하나의 역할을 연기한다. 우리의 본래 생겨먹은 그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다. "
그의 말은 매우 일리 있다.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데, 이건 생활이 부여한 것이며, 또한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자기 가족에게든지 또는 전혀 모르는 주위 사람에게든지 상관없이 우리는 "연기"를해야 하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라는 사람을 연기하는데 ,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다. 세상에 대하여 탐구할 때, 먼저 자기 아버지를 탐구하게 되며 자기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생각하지 못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아버지와 아들은 세상의 이야깃거리이다. 그것은 세계문학사에서 오래전부터 남겨진 영원한 연결 구간으로, 아들이 자기를 감추기 위한 핑계를 찾게 만들거나 모반 중에 얼마만큼의 허영을 얻게 한다. 인류역사상 부자관계의 탐구에 대하여 많은 속박이 있었고, 많이 미화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겪은 체험은 서로 비슷하지만, 때때로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낳기도 한다. 세계의 또 다른 반쪽 ----- 여성들과 비교해 보면,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발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새벽에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자기가 자기에게 물어본다. 이 사람이 정 말 너인가? 너는 아버지의 아들 인가? 머리카락은 부친처럼 회백색으로 변했고 얼굴은 부친의 얼굴처럼 어떤 곳은 꺼지고, 어떤 곳은 튀어나왔다. 몸도 나와야 할 곳은 들어가 있고, 도톰해야 할 곳은 삐쩍 마르고 가늘어져 있다. 세월은 터무니없는 생각만 하는 두뇌를 준 것 말고도 쓸모없는 아래 뱃살만 남겨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자기가 만년의 부친과 점점 더 서로 비슷해져 간디는 것이발견하고는 의기소침해졌다. 이것은 자기가 가장 바라지 않았던 국면이면서도, 자연스럽고 숙명적인 출현이어서 그는 변명할 수 없었다. 작년 어느 날, 거울을 볼 때는 표준상으로 비쳤는데 깜짝 놀랐다. 자기 부친의 묘비에 사용했던, 이상해 보이는 사진과 똑 닮은 ----- 약간 통통한 얼굴, 짧은 머리 칼, 시선은 직시하고, 입 주의에 조롱하는 듯 웃는 얼굴, 생긴 것이 그야말로 달아날 방법이 없다. 생긴 모습은 그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압박한다.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부친의 장점괴 부친의 약점, 부친의 걸어가는 걸음걸이, 말할 때 툭하면 다른 사람이 불확실하게 들리도록 말하고, 기침할 때 힘주어 소리를 내고, 문을 나서며 땅바닥에 가래를 밸는 단점, 그리고 점점 국수와 시큼한 탕을 좋아하고, 밥 먹을 때 엉거주춤 앉아서, 두어 술 먹고 바로 식탁을 떠나 이쪽저쪽 어슬렁거린다든지, 등등등.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걸음 을 옮길 때마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모두 백 퍼센트 자기 신상과 빼닮았다. 그는 궁극적으로 자기가 부친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마치 대회극 <뇌우(雷雨)>에서 번취가 주박원 아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그는 생각이 났다. 일찍이 자기가 부친이 시킨 옳지 못한 일을 부친 명의로 많이 했는데, "부친 명의"라고 한 것은 알고 보면 대부분 부친이 힘이 없어 할 수 없었던 불합리하고. 인간적이지 않은, 의무를 져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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