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주문을 외우자 동굴 돌문이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열렸고 쌓여있는 구슬과 보물들이 번쩍번쩍 빛났다.
하지만, 언어의 깊은 뜻을 통찰하고 파악하는 데, 주문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시간은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하나의 언어에 잠겨져서 충분히 오랜 시간을 거쳤다면, 자연스럽게 그것의 정교하고 미묘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저장하여 숙성시킨 술은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 짙은 향이 배어난다. 오이가 익으면 저절로 꼭지가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어나는 것처럼, 일정한 때가 되면 언어의 신비와 매혹은 그 실마리가 드러날 것이다. 음조가 오르고 내리는 성조(声调)에, 화필로 이리저리 내리긋는 획에, 꽃송이가 하늘거리는 모양, 바람에 불어 물결이 만드는 파도, 밝은 햇살 아래 아름답게 웃는 얼굴, 깊은 밤 참다가 터져 나오는 흐느낌들이 들어 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것들은 모어(母語)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모어가 있음으로써 이런 매력과 박력이 있을 수 있고, 떠받히고 커버한다. 어린아이 때, 옹알거리는 소리 속에 그것이 있고, 임종 직전에 웅얼웅얼하는 소리 안에도 역시 그것이 있다.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봄가을은 차례대로 바뀐다; 주야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 태고의 침묵을 간직한 황야; 하늘을 향해 매를 부르는 고함소리, 양 떼가 꿈틀거리며 땅 위에 만드는 구름 떼; 눈가에서 흘러 떨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에 있는 어떤 슬픔, 목구멍에서 나오는 고함 소리에 들어있는 어떤 속 끓음. 이런 일체, 모두를 모어는 포착하고 한데 묶어서, 표현하고 호소한다.
당연히, 이런 거의 천부적인 능력보다 더 위에, 언어의 묘미를 잘 이해해야 하고, 더욱 열렬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뚜르게네프가 모어인 러시아어를 대하는 그러한 깊은 애정 ---- "의혹과 불안의 날들에, 고통스럽게 생각하던 내 조국의 운명이 걸린 날들에, 나를 고무시키고 지지해준 것은 오작 너뿐이다. 위대하고, 힘 있는, 진실한, 자유의 러시아 어!"
모든 언어는 스스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의 질박하거나 심오함, 밝거나 어두움, 재빠르거나 둔중함으로 언어가 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의 특질을 표현한다. 언어 중에서 마음 편히 살아가는 작가는 언어의 '아름다움이 갖고 있는 제일 예민한 감각과 지각'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정감(情感)이 있다면, 셍키에비치(핀란드 소설가)의 <등대지기>를 보면 깊은 감동을 느낄 것이다.
한 칠순이 넘은 폴란드 노인이 타향에서 40년이 넘는 유랑생활 끝에 남미 파나마의 외딴 섬, 등대지기 일을 얻었다.
생활은 안정되었고,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리란 희망도 생겼다. 하지만, 어느날, 그는 뉴욕 폴란드 교민회가 보낸 폴란드 대시인 미츠커비치 (AdamMickiewicz : 폴란드 낭만주의 시인)의 시집 한 권을 받았다. 오랫동안 조국의 언어와 떨어져 있던 그는 감격했고, 시(詩)에 심취했다. 향수는 바다의 파도처럼 용솟음쳐 그에게 몰아닥쳤다.
그날 밤, 뜻밖에, 그는 처음으로 제시간에 등대를 점등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하필, 그날, 배 한 척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는 이 때문에 해고되었다. 그는 다시 유랑자 신세가 되었다. 몸에 지닌 것은 달랑 그 시집 한 권뿐.
하지만 그는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이 작은 책, 시집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집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고, 그에게 위안을 안겨주었다.
언제나 모어에 대한 뜨거운 사랑 그리고 경건함과 믿음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 분명하고 확실하게 모어의 아름다움과 힘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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