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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出鏡 5 (끝). (회면에 등장하기) : 南帆

그런 급진적인 사상가들이 지금 이 세대를 "경관 사회(景观社会 : 겉모습 사회)"라고 묘사하기 시작했다.
큰 거리는 네온사인, 쇼윈도, 그 밖에도 무수한 그림, 사진과 디지털 영상들로 넘쳐난다. 우리는 어디나 다 있는 도시의 소음을 불평해왔으나, 현재는, 시각 쓰레기가 이미 산같이 쌓였다. 우리가 매일 보게 되는 것은 인공적인 경관 아닌 것이 없고, 진짜 대자연의 산과 강은 벌써 우리의 시선 범위 밖으로 떠나가버렸다. 당연히, 우리가 바로 시각 쓰레기의 생산자이다.

사진을 찍고,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일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매일 거행하는 일과이다. 설령 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병상에 눕기 전 한 가지 할 일이 있는데, 바로 동행한 사람에게 휴대폰을 건네주고 ---- 찰칵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다!
다른 극단적인 예를 들면, 어떤 여성이 불행히 교통사고를 당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도로에 쓰러졌다. 그런데, 그녀가 제일 처음 한 일은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경관 사회의 특징은 눈으로 보는 범위가  크게 열린 것이다. 촬영기를 한 쌍둥이 학교에 들여보내자, 곧바로 백여 쌍의 쌍둥이들이 화면에 보였다. 수백 미터 고공에서 내려다보며 찍으면, 눈에 보이는 장면은 풀 한 포기 없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화면이 꽉 차고,---  지금 격렬한 전율을 주는 신기한 여러가지 광경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일상생활 중 어다서나 일어나는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에는 전에는 없었던 각종 세속적인 기운이 들어간다. 지하철 객실에서는 자리다툼하는 장면, 오토바이 탄 사람이 흔들거리며  시몬스 매트리스를 머리에 이고 빠르게 교차로를 지나가는 장면, 칠순 할머니가 위풍당당하게 봉춤을 추는 장면,  등등.

이런 사소하고 잡다한 사회의 단편들에 로켓 발사기 같은 촬영기를 파견할 가치는 없다. 된다. 위대한 촬영기는 이런 잡스러운 것에 익숙할 리 만무인데, 이건 사나이 대장부가 부엌의 부뚜막 일에 익숙지 않은 것과 같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세속적인 기운이  갑자기 가정의 내밀한 생활을 활짝 열어버린 것이다.

전통적 관습에서는 가정의 사진첩은 통상 거실 모서리의 작은 탁자 위에 놓아두는데 가까운 손님만 볼 자격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은 수시로 가정의 일상 풍경을 바로바로 방송한다. 야채 시장에서 새로 출시된 부추를 사거나, 오후 반나절, 침실 양탄자 위에서 요가를 하거나, 저녁 식탁에 족발을 한 접시 차려놓는다든지, 집에 있는 살찐 고양이가 편안하게 책상 위에 누워서 코를 곤다든지 등등.

대부분의 사진은 촬영자의 형상을 출현시킬 방법이 없다.  묵직한 사진기나 촬영기를 거꾸로 돌려서 자신을 찍을 수 없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셀카봉의 주제는 시각 문화의  "자아(自我)"를 성대하고 장중하게 출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는 일진광풍 같은 낭만주의 운동이 절대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남에게 뒤쳐질까 봐 다투어 "자아"를 내밀어 보았자 재미도 없고 꾸물대는 것으로만 보인다.
셀카봉이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작은 분위기, 작은 흥미, 입술을 쑥 내밀고 귀여운 척 하기, 가위 모양으로 손 모양 만들기 , 새로운 스타일의 유행하는 의상, 발목에  눈에 띄는 문신하기, 이런 것 들에 지나지 않는다.
아참! 하나의 기이하고 특이한 예외 같은 것이 있는데 ---- 인터넷 공간에는 사람들이 깊이 감추려고 하는 섹스가 뜻밖에 열려있다. 작자는 용감하게 나서서 기꺼이 자신이 소재가 되어, 조금도 꺼리지 않고 대중이 주시하는 가운데 적나라하게 신체를 노출한다. 이런 대담한 영상의 숨은 이유는 사람들의 금기를 뿌리치고 쾌락에 빠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금기를 뿌리치더라도 섹스는 더 이상 많은 내용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는 언제나 빠르게 습관이 일상이 되는 결말에 다다르는데, 바로 더블베드가 가벼운 이야기의 전부이다.

셀 가봉은 확실하게 렌즈로 자기를 조준한다. 하지만 화면에 등장한 얼굴은 평범하고 새로울 것이 없어 아무것도 남들과 구분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가 자신의 표현 감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 이 간단한 작은 기구는 결국 하나의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 낸다.  짧은 순간의 자기도취를 제외하면 그 밖의 무대의  한 장면으로 올려질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