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현재 또 다른 여론이 유행하고 있다. 많은 촬영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문맹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공간의 세속적인 취향에 대하여 다수의 인쇄문화를 신봉하는 꼰대 지식 분자들이 연달아 경멸의 표시를 하고 있다. <아빠, 어디 가? : (爸爸去哪儿? 중국 TV 연예 프로) >라는 예능 프로는 뜻밖에 한 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는데 인쇄 문화가 이렇게 유치한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사상적 시야가 없다 보니 내용이 기껏해야 수박 겉핥기 같았고 이런 여론은 문자 중심주의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었다. 몇몇 교수들은 자주 저명한 전고(典故)를 회상했다.
그해에 노신(魯迅)은 <함성:呐喊 - 노신의 소설집> 의 자서(自序)에서 의학을 포기하고 문학으로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생물학 수업 시간에 환등기 사진을 틀어주는데, 한무리의 무감각한 중국 학생 "관객" 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눈길로 동포들이 목을 잘리는 장면을 보는 것을 보게 되었다.
노신은 탄식했다. 만약 영혼이 상실되면, 제아무리 튼튼한 몸을 갖고 있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술로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정신적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낫다. 이 일로 노신은 의학을 포기하고 국민 영혼을 해부하는 작가가 되기로 뜻을 세웠다.
재미있는 것은, 그 조심스럽고 빈틈 없는 교수들이 뜻밖에 이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전고에서 의외의 비밀을 하나 발굴해 낸 것이다. 비록 노신의 환등기 사건을 끄집어내었지만, 그가 촬영에 투신하거나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영화에 종사할 생각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샤오 씽(绍兴)에서 온 지식 분자의 성격이 고집이 세었기 때문이다.
노신은 분개해서 옛 전통을 "식인 문화 (사람을 잡아먹는 문화)"라고 죄상을 열거해 가며 고발했다.
동시에, 그는 또 완고하게 시대에 뒤떨어진 붓을 사용했다. 노신이 익숙하게 사용한 붓은 고향 공방에서 만든 것으로 값은 쌌지만 금부환(金不换 : 금과도 안 바꿀 만큼 귀하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또 다른 고상하고 우아한 지식분자 역시 영상 부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 그 이름도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Borges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라틴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겨우 1966년에서야 처음으로 TV를 보았는데 미국 우주인이 아폴로 호에 승선하여 달에 착륙하는 것을 TV로 중계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는 집에 TV가 없어 사람을 시켜 한대 빌려오게 하여 보았다고 한다.
보르헤스의 소설은 라틴아메리카 풍의 기이한 상상으로 충만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선물로 서로 주고받는다든가, 도서관에 어떤 책이 감춰져 있는데 1페이지와 끝 페이지가 끝내 펼져지지 않는다든가 등등이다. <꿈을 도난당한 공간> 같은 영화가 출현하기 전에는 이처럼 기이한 상상은 오직 언어문자에 손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마 가족의 유전 때문이었던지 보르헤스는 눈병을 앓았고 만년에는 실명했다. 이것의 사실여부는 모르겠으나 보르헤스의 영상 부호에 대한 싫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장시간 TV 화면을 마주하면 틀림없이 눈을 상한다. 그밖에 어둠 가운데 떠오르는 내심의 언어문자는 정형화되고 무미건조한 사진기의 이미지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을까?
사진이란 기계가 우연히 얻어낸 하나의 세상의 단편이다.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면 냄새, 무게, 연속성 그리고 역사의 숨결도 없다. 한 장의 사진의 주제는 흔히 분산되며, 흐리멍텅해서 반드시 어떤 문자 해설이 있어야 하나로 응집되는데, 일테면 주제를 추측하여 단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공간이 다시 이 시대를 새롭게 장식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식 분자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문자언어가 훨씬 핵심을 찌른다고 굳게 믿는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문화"는 하나의 서적의 세계이다.
그래서, 현재 진절머리 나는 셀카봉이 다시 한차례 지식 분자의 문자에 대한 신념을 뒤흔들어 놓으려 시도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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