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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出鏡 2. (회면에 등장하기) : 南帆

 

위성(围城)의 작가 전종서(钱钟书)는 닭과 계란의 관계를 이용해서 작품과 작가를 비유했다. 설령 싱싱한 계란을 먹는다 하더라도 그걸 낳은 닭을 알 필요는 없다. 또 작가가 초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작가에게 흥미를 가질 게 뭐 있겠나?

하지만 많은 사람이 말하기를, 이런 관점은 분명히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할 것이다. 그들의 독서는 작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지 작가에만 흥미를 보이기까지 한다.


예지로운 견해 혹은 교묘한 언어 수사는 어디에 구체적 얼굴이 있고 생동하고 있는가? 당연히 용모의 품성은 말할 필요도 없는 전제조건이다. 미녀 작가의 수려하고 사랑스러운 용모는 몽롱하고 어슴푸레한 낭만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키는데 필수적이며 그래야 획실한 지지를 받는다.  쭈글쭈글 주름살 투성이인 할머니 사진은 공표하기 부적합하다. 사나이의 씩씩한 기개는 미남 작가의 표준 지표이다. 셔츠를 들어 올렸을 때 초콜릿 복근이라도 드러난다면 담배를 물고 사색에 잠겨 심각한 표정을 짓는 포즈는 잠시 생략해도 된다. 요컨대, 지금은 시각의 시대라 언어의 매력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중이고, 철학적 사고나 심오한 시(詩)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큰소리 펑펑 치던 지식 분자들은 그들의 영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시각의 시대는 신체를 다시 무대 위로 등장시키는 시대이다. 배우와 운동선수들이 전파매체의 절대 부분을 점거하고 있고, 빨간 카펫과 파란 잔디구장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이 되었다. 운동장 안에서의 건강하고 힘 있는 신체 자태는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표시된다. 여배우의 예쁜 얼굴, 유방, 손가락은 보험회사들이 서로 유치하려고  애쓰는 보험가입 경쟁 대상이  되었다. 어떤 언어 산품(产品)이 이런 등급의 대우를 받을 수겠나?

어떤 교수의 TV 강연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자 갑자기 그는 학술 스타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깨달은 것은 형상은 진정한 스타의 자본이라는 것이다. 강연할 때의 표정, 음조 내지 여러 가지 보디랭귀지는 해박한 지식의 중요성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현재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얼굴값(颜值)"이라는 새로운 단어다. "얼굴만 반반하면 확실히 먹고살 수 있다. 꼭 뛰어난 재능이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다." 이 말은 인터넷에 나온 말로 어떤 사람을 찬미하는 말이다. 말의 뜻을 살펴보면 "얼굴값"이란 얼굴의 가치를 가리카는 말인데 ---- 이런 가치는 각종 먹고살 수 있는 자본과 바꿀 수 있다. 현재 는 확실히, 용모 미학이 한 장의 가격표로 매겨지는 시대이다.
당연히 이런 미학의  계산은 상당히 복잡하다. 전에는 이 가격표가 어떤 유형의 여인들에게만 참고로 제공되었다. 기왕, 이 세상에 배가 볼록한 부자 노인들이 그렇게나 많은 이상, 여인의 타고난 예쁜 용모는 함부로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꽃미남의 소비는 결국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닝쩌타오(宁泽涛 )는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자유형 100미터에서 금메달을 땄다. 사람들이 시험 삼아 아시아 최고의 실력과 "샤오 씨엔 로우"(小鮮肉: 직역, 젊고 신선한 육체, 뜻 : 젊고 성격 좋은 남자를 지칭하는 중국 인터넷 용어)의 얼굴값을 합해 계산해보았더니 계산된 숫자는 오 년 내에 오억元(한화 850억 원)을 벌 것이라 했다. 한 저명한 TV평론가는 한 가지 계산 공식을 도출해 냈다. 얼굴값은 바로 사업 성취의 기초에 끊임없이 10을 곱하는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광고주의 특별 관리와 얼굴값 하는 우상(偶像)의 수입은 걸핏하면 열 배씩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보다 앞선, 리닝(李宁 : 중국 체조의 전설), 류 양(刘翔 : 남자 100m 허들), 린단(林丹)도 모두 이 공식에 넣고 검층 해보았다고 한다. 근육질 몸매를 가졌으나 얼굴값이 부족한 운동선수들은 그들의 두툼한 손바닥으로 금메달이 가져다준 얼마 안 되는 보상금만 손에 쥐었을 뿐이다.

시각의 시대에는 필수적으로 또 다른 문화 운용 전문가가 있다. 여러 철학자 혹은 시인은 때맞춰 막후로 들어와 감독, 촬영기사, 사회자, 피디와 끊임없이 왕래한다.

진정한 큰 변화는 뛰어난 구상에서 온다. 모든 사람의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에는 모두 카메라 기능이 있다. 이런 기술 구상은 젊은 세대에게 일대 특수한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태풍이 몰려와 하늘이 온통 검은 구름으로 가득 차 있거나, 거리 작은 노점상의 입씨름 폭발, 베란다의 선인장에서 새싻이 돋는 것 등등,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첫 번째 일은 모두 핸드폰을 꺼내 찍는다. 지금, 영상 부호를 만드는 문화단체는 전에 없이 크고 강력하다. 발터, 벤야민이 그때 인용했던 말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미래 사회에서 문맹(文盲)이란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촬영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