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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발자국을 거두어 들이는 사람(收脚印的人) - 田鑫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6월, 마을은 텅텅 비었다.

어른들은 모두 보리 수확하러 갔고, 목축하는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가축을 데리고  서늘한 곳으로  갔다.

골목 안은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 나무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개미들이 흙더미에서 기어 나오고 기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개미를 관찰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당신도 개미 한 마리가 먼저 촉각을 쏙 내밀고 바깥 상황을 확실히 살펴보면 그 뒤에 줄을 섰던  개미들이 성질을 못 참고 그놈을 밀어내고 나서 잇달아 커다란 무리의 개미 떼가 샘물이 마치 샘구멍에서 솟아 나오듯 기어 나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나는 개미들의 족적을 보고 싶었으나 흙위에 그 어떤 족적도 남지 않았다.

나는 실망해서 벌떡 일어나 바지를 벗고 그들이 솟아 나오던 곳에 대고 오줌을 갈겼다. 갑자기 물이 쏬아지자, 마치 물결처럼 밀려들어오던 개미들이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 축축하게 변한 지면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개미를 보면서 나는 일종의 원수를 갚은 것 같은 희열을 느꼈다. 흙 위에 살면서 어떻게 족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지 여러분도 믿기지 않을 것이다.

 

매우 빨리 나의 쾌감은 태양과 바람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지면 위의 물은 물에 잠긴 뻘흙으로 바뀌었고 얼마 되지 않아 흙은 다시 본래 모양으로 변했다. 몇 마리의 제 때 기어 나오지 못한 개미들은 몸 뒤로 한줄기 얕은 흔적을 남겼다.

물속을 기어가다가 굴렀는지 몸에 묻은 진흙 때문에 마치 작은 봉분 같아 보였고 개미를 그 안에 묻어놓은 것 같았다.

물이 없어지자 굴에서 다시 기어나오는 개미가 있었고, 그들은 다시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면 한 마리씩 기어 나온 다음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났어도, 나는 개미를 보면 언제나 이 장면이 떠 올랐다. 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개미를 보면 나는 여전히 주저앉아 개미를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다시 오줌을 갈기고 싶은 충동은 일어나지 않았고 개미가 흔적을 남기는지 어쩐지 에 대해서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이런 도시의 철근 콘크리트 위에서 사람도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데 하물며 작은 개미 한 마리가 무얼 어쩐단 말인가?

 

사실, 어디나 다 흙으로 되어있는 시골이라해도 어떤 발자국도 남길 수 없다.

구불구불한 길을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매번 돌아올 때마다 길만 보였지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쟁기질을 하면서 발자국을 땅 위에 남긴 적이 있는데 그 발자국이 길어지기를 기다려 봄날의 모든 식물들이 잎을 뻗지만 발자국은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나는 두터운 눈 위에 발자국을 남겨본 적이 있다. 내 뒤로 주욱 연결된 발자국의 긴 줄을 보니 마치 많은 사람이 내 뒤에 줄을 서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태양이 내리쬐자 땅 위에는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고 그 줄을 서있던 수십 명의 나도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의심을 품고있다. 시골에는 반드시 어떤 발자국 울 거둬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다가, 어떤 사람이 걸어가면 살금살금 뒤따라 오면서 땅 위에 남겨진 발자국들을 거두어 가서 길을 간 사람의 어떤 흔적도 찾지 못하게 한다. 그는 바람 같이 길을 깨끗하게 핥아 버려서, 아예 사람이 길을 걸어간 적도 없는 것처럼 만들어 놓는다.

 

시골에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던 때가 았었다.

어느 해인가 나는 또래 친구와 같이 한잠중 캄캄한 틈을 타서 남의 집 과수원에 들어가 달빛 아래 십여 개의 사과를 땄다.

여러분도 알아야 할 것은, 살구나무와 배나무 밖에 없던 시골 마을에 갑자기 사과나무가 자라 났으니 그것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유혹이었겠는가? 과수원에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일정 시간을 두고 가서 살펴보았다. 사과가 계란만 했다가 주먹만큼 커지는 것을 보았고 그것들이 파란색이 점차 사라지며 빨갛고 자르르 윤기가 나기 시작하는 것도 보았다. 도저히 참지 못하게 되자  살금살금 과수원 담을 넘어가 면목 없게도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보리밭 덤불 속에 감추어 놓고 매일 한 개씩 먹었다. 사과가 이빨에 씹히는 순간, 과육이 씹어서 삼키는 쾌감 외에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 있었다.

 

사과를 먹는 맛과 더불어 가슴이 쿵당쿵당 했다. 과수원 담을 넘던 그 순간부터 나는 일종의 공황에 빠졌다.

담을 넘을 때 우리는 애써 소리를 내지 않았으나, 일을 끝내고 도망갈 때 이미 들통났다.

운동화 자국이 흔적을 남겼는데, 뛰어내린 곳에서부터 과수원을 떠나는 곳에 이르기까지 계속 황당한 표시를 냈다.

동쪽으로 한발짝, 서쪽으로 한 발짝, 깊이 한 발짝, 얕게 한 발짝.

이 발자국들과 야밤에 없어진 사과에 대하여 빠르게 동네 안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과는 아직 다 먹지도 못했는데 나는 크게 걱정되었다. 사람들이 발자국을 찾아내어 보리밭 덤불 속에 숨겨놓은 사과를 찾아내고 또 박넝쿨을 들줘내듯 추적하여 나를 잡을 까 겁이 났다. 나는 무척이나 발자국을 거두는 사람이 나타나 그 발자국들을 벌써 거두어 가서 내 혐의가 벗겨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희망이 클수록 겁이 더 났고, 더 이상 그 사과들을 먹으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꽤 많은 사과가 이렇게 보리 짚 속에서 잊혀 저 갔는데, 반년 후 발견되었을 때는 그것들은 수분이 다 말라버렸다. 그저 사과 모양만 남아있었고 사람들은 그것들의 내력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추측이 난무했다.

 

나는 발자국을 거두는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았으나 그리 오래지 않아 그는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다. 열 살이 되던 해, 가을, 모친은 수레 사고로 자신이 일생 동안 일하던 밭에서 돌아가셨고,  나의 어린 시절은 이렇게 날벼락같이 찢어져 구멍이 뚫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친이 주무시던 자리가 텅 비어있었고 나는 밭에 나갔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기다려도 모친이 돌아오지 않아 나는 밭으로 달려갔는데 모친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모친이 남겨놓은 발자국이라도 찾고 싶었다. 양과량에 있는 밭은 방금 쟁기질을 하여 부드러운 흙에 규칙적으로 골이 났고 그저 소가 지나간 발자국만 남았다. 소를 먹이던 언덕 위에는 개자리가 자랐다.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불면, 개자리가 시들고 땅 위에 온통 널려있는 개자리 잎 때문에 거기 무엇이 있었는지 분명히 볼 수 없게 되었다. 거기서 발자국을 찾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는 우리 밭에 여러 번 가 보았지만 모친이 남겨놓은 발자국을 찾지 못했다.  그것들은 모두 동원되어 나간 듯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친이 호흡을 멈춘 후 그 발자국을 거두는 사람이 틀림없이 나타나 일일이 거두어 갔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음으로 해서, 내가 더 이상 그리워하지 못하게 한 것일까?

 

이렇게 그리움은 단절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 역시 발자국을 찾지 않았고 더는 모친이 갑자기 돌아온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나는 심지어 발자국을 찾던 일과 발자국을 거두어들이는 사람에 대해 잊었다. 내가 시골을 떠날 때, 나는 내 뒤에 발자국이 있는지 하는 것들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도 않았다.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시골에 갔을 때, 풍경은 여전했지만 사람은 다 바뀌어 있었다.

당시 나와 같이 담장을 뛰어넘던 아이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얼룩덜룩하던 과수원 사과나무도 벌서 흔적도 없어졌다. 오래전에 보리밭 덤불 속에 숨겨놓은 사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내가 사과를 훔칠 때 남겨 놓은 발자국은  이미 줏어가 버렸던 것이 확실하다. 이 뿐만 아니라 내가 시골에서 생활한 20년 동안 남겨 놓았던 모든 발자국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로서 나는 더욱 굳게 믿었다. 틀림없이 누가 내 뒤를 따라오면서 내가 시골에 남긴 발자국을 일일이 주워 간 것이다.

 

 

 

原記載 <散文> 2016년 제8기

원 제 收脚印的人: 人总有一天会空缺, 人一死事情就推下了, 风中的稻草人, 收脚印的人 의 네 편의 글이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