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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술과 더불어 한평생(伴 酒 一生) 兴安 1/2

내가 술을 좋아하는 것은 대략 선조들의 유전자 탓이다.
부친 역시 애주가 셔서,매일 두 잔의 바이주(白酒)를 드시고 나서야 식사를 하셨다.
나도 다르지 않아서 보통 집에서 술을 드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나 역시 몇 사람의 친구들과 조촐한 모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적으면 3량 많으면 반근, 술이 많이 오를때도 있으나 어쩔 도리가 없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거나 힘들어하는 친구가 찾아오면 어쩔텐가? 어쩔 수 없이최선을 다해 접대해야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집에서술을 마시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술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전국 각지,세계 각국의 술이 모두 있다.
한 때 집에서 술을 마실 때는, 위스키나 럼주 마시기를 좋아했다. 얼음을 넣지 않고 작은 잔으로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처럼 단숨에 마셨다. 나는 카나다산 아이스 와인을 몇병 가지고 있는데 이런 술은 반드시 영도 이하에서 살얼음이 언 포도로 술을 빚어야 맛이 달고 산뜻하며 느낌이 최상이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 한병은 카나다의 화교 노작가가 보내준 것으로 Inniskillin이라고 하는 데 카나다에서 제일 유명한 아이스와인 중 하나다.

3년전 여류작가 王莞이 카나다에서 귀국하면서 나에게 큰병에 들어있는 집에서 담은 아이스와인을 갖다 주었다. 작년 내 생일 모임에서 그 병을 땄더니 초대한 친구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빼앗는 바람에 순식간에 들어 뻥이 났다. 나는 이밖에도 두병의 유럽 술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서 사온 것으로 도자기 병에 들어있다. 병에는 손으로 그린 인물이 그려있는데 대단히 정교하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 술의 이름을 모른다.
다른 한병은 내가 파리에서 올 때 가져온 입생트(Absinth)이다. 속칭 초록색 번개라고하는 이 술은 알코올 도수가 70 도이며 두개의 특제 국자가 들어있다. 소문에 입생트술은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하여 헤밍웨이, 피카소, 반고호, 오스카 와일드, 드가 등 수 많은 문학 예술가들로 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았고 더불어 그들이 창작한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중국 바이주(白酒)를 훨씬 좋아한다.이것은 바이주가 대단히 오랜 역사를 갖고있기도 하려니와 술을 발명한 사람이 의적(仪狄)이라는 여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의미를 생각하먼 생각할스록 인류 최초로 술을 만든 사람은 여인이라기 보다 여신 같다. 여인은 인류를 만든 할머니일 뿐만아니라 남자들이 떼를 지어 취생몽사하는 좋은 술을 시작하게 만든 나쁜 습관을 가져다 주기도 하였다. 설령 술의 생산이 식량의 변질로 인해 발효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최초의 잘못은 당연히 착오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 개인적 생각은 그것은 지남철, 화약,제지술, 인쇄술의 발명보다 하나도 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술이 없었다먼 단지 4대 발명이 있었다 해도 이세상에는 이성과 냉담함이 넘쳐날 뿐 도대제 재미라곤 없었을 것이다.
문학사에서 도연명, 이백, 소동파 또는 헤밍웨이, 피체랄드, 에드가 알란포, 레이몬드,카포 같은 위대한 시인괴 작가가 나타니지 않았던가? 이밖에도 "자주론영웅(煮酒論英雄),두주시백편(斗酒詩百篇),일호호주취소춘(一壺好酒醉消春)"이런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있었겠는가?
술 쟁반, 그릇에 대해 알하자면 만약 술의 발명이 없었다면 그릇 공예 제조역사는 다시 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양소문화부터 한구문화에 이르기까지 6~7천년흘러내려온 조형이 서로 다른 정교하고 아름다운 주기(酒器)들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얼마전 나는 작가 시인 몇사람과 함께 산동성 고패(古貝)에 있는 춘주창에 가서 주선산과 장주동을 참관했는데 특히 주문화관을 보고 난 후 나의 술에 대한 인식이 한층 깊어졌다. 주(酒)문화관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전시장 안의 술을 나누는 기구 전시관이었다. 첫번 째 진열품은 1952년 창립된 고패춘주가에서 첫번째 생산된 술병부터 지금까지의 각종 술병인데, 제일 간단한 보통 유리병부터 섬세하고 아름다운 도자기병에 이르기까지 매 시기별 술병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모두 시대의낙인이 찍혀있었다. 고패춘양조업이 무에서 유를 탄생시킨 내용과 또 유에서 융성한 발전에 이르는 긴 여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신중국 성립후 우리나라의 술 산업의 발전 역사가 압축되어 있었다.
두번째 전시물은 중국 주기(酒器)가 변화되어 온 길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신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기의 변천을 볼 수 있었고 그 중에 청동기, 흑색자기, 은그릇, 칠기와 도기가 전시이되어 있었다.
봉황작은 가장 오래된 청동기의 하나이다. 당대(唐 代 )의 사람모양 주호(酒壺)는 정말 실제와 똑같이 만들었다. 송대(宋代)의 화각 별구 자기 주호는 우아하고 맵시있게 만들어졌다. 원대(元代)의 흑유 화각 아이가 노는 모양이 그려있는 자기 주호 또는 학과 사슴이 있는 춘동주호는 북방민족의 거칠고 대범함을 보여준다. 청대(清代)의 주기공예는 최고봉에 달해서 용과 봉황이 어울려 상서로움을 나타낸 은(銀)주호, 코끼리형의 순금 손잡이 달린 주호 등등. 이런 기구들은 중국 바이주(白酒)의발전 역사를 증명하며 중국 술문화의 고귀한 유산이다.





돈황문예출판사 반주일생 (2015 출판) 수록 글 전반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