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워낙 단것을 좋아해서 사탕이 하나 생기면 우선 먹고 싶은 것을 참고 가지고 놀았다.
참지 못하고 사탕 종이를 찢으면 바로 그것을 핥고 또 핥았다. 사탕을 입에 넣고니서는 혀끝으로 굴리거나 이로 깨뜨리지도 않았다. 그것을 침 속에 담그고 천천히 녹게 했고 다 먹고 나서도 손가락 끝을 빨았다.
이런 기회란 일 년에 서너 번 밖에 생기지 않았다. 사탕무가 나타나자 나의 사탕에 대한 크나큰 갈망은 어느 정도 사탕무와 대체되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부친의 눈에는 사탕무는 곡식을 생산하는 것과는 견줄 수 없었다.
집에서 가지고 있던 몇 묘밖에 안 되는 토지에는 보리, 기장, 옥수수, 감자를 심기에도 빡빡해서 사탕무는 자연히 심을 곳이 없었다. 소출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부친은 한가한 틈만 나면 삽을 메고 나가서 밭두렁을 일궈 개간하곤 했다.
그가 개간을 할 때는 시골마을의 토지를 모두 우리 것으로 바꾸겠다는 일종의 야심이 있었을 테지만, 나는 그저 사탕무를 먹을 생각에만 빠져있었다.
바로 여기서, 내가 마음속에 감춰두었던 오래된 일을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부친이 우리 밭에 사탕무를 심을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한낮에는 산에 사람들이 없으니 그 틈을 이용해서 나는 혼자서 남의 밭에 사탕무를 훔쳐 먹으러 갔다.
나는 산 위를 여러 날 돌 아 다닌 끝에 기장과 옥수수 사이에 심긴 사탕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5월의 기장과 옥수수는 높게 자라지 않아서 한낮에 사탕무 밭에 들어가면 남의 눈에 띄기 쉬웠다.
하지만 사탕무를 먹을 욕심에 미리 이런 것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옥수수 밭고랑을 통해서 천천히 사탕무 밭으로 갔다.
몇 줄기 웃자란 옥수숫대가 나를 엄호하는 가운데 나는 웅크리고 살금살금 들어가, 사탕무의 넓은 잎줄기를 잡아채고 밑동을 팠다.
여러분은 이해가 안 갈 테지만 , 나는 하도 긴장해서 삽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기 대문에 한 손으론 잎을 잡고 한 손으론 있는 힘을 다해 땅을 팠다.
반절 정도 팠을 때, 무슨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큰일 났다. 들켰나 보다."나는 그 자리에서 얼이 빠졌다.
나는 그자리에서 그대로 꼼짝도 못 하고 있었는데, 실은 움직여야 할지 말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쯤 파 내려간 사탕무를 다시 묻어야 증거가 남지 않을 거라 갱 각하면서도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웅크리고 앉아 그 소리친 사람이 다가와 다시 뭐라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파 놓은 흙은 금세 마를 것이고 사탕무의 잎도 한눈에 봐도 시들 테지반 그 소리는 여전히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빠끔 히 내밀어 옥수수 밭 쪽을 바라보았는데 거긴 아무도 없었다.
나는 다시 머리를 삐끔히 내밀어 기장 밭을 보았다. "아이코! "알고 보니 소리친 사람은 기장 밭에 있었다.
나는 감히 더 쳐다보지 못했다. 한데, 이상한 것은 내가 분명히 그의 눈 앞에 있는데도 그 사람은 다가오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도둑이 제 발이 저리다고 나는 이렇게 속절없이 사탕무 밭에 한낮이 다 가도록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내가 그쪽을 분명히 보고 본래 그것이 사람이 아니고 옷을 입히고 밀짚모자를 씌운 허수아비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온몸의 힘이 쭈욱 빠져서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단번에 납작해졌다.
나는 땅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손에는 여전히 사탕무의 넓은 잎사귀를 움켜쥐고 있었다. 나중에 일고 보니 그 소리는 양치기의 고함 소리였다.
이날 이후, 나는 더 이상 부친에게 사탕무를 심자고 조르지 않았고 양치기만 보면 멀리서 숨었다. 허수아비에 대해서는 무얼 더 말하랴!
나는 이 일이 다시는 생각나지 않을 줄 알았다. 말을 하다 보니 웃기지도 않는다.
내가 다시 처음으로 시골에 갔을 때 뜻밖에 나를 영접한 것은 허수아비였던 것이다.
허수아비는 나를 과거로 데려갔고, 그때 생각에 깊이 빠져있는 동안, 한 양치기가 나를 고함쳐서 깨웠다.
그는 양 떼를 몰고 산으로 올라가다가 나를 보고 다시 내려와 멀리서 한마디 던졌다.
"돌아왔어?" 나는 정신이 버쩍 들어 대답했다. "그래, 왔어!"
양 떼는 가버리고 땅바닥에는 동글동글한 양 똥만 남았다.
나는 무심히 양 똥을 밟고 걸어가면서 계속 허수아비 생각을 했다.
맞아! 개의치 않아야 할 일이 많아졌어. 예를 들어 현재, 누가 찬 바람 속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보고 이런 생각을 떠올리겠어?
혹시 새들이라면 그럴까? 그것들이 이미 허수아비가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을 간파했다면 수시로 허수아비 주위로 날아올 것이다.
이건 분명히 서로 의지해서가 아니고 기껏해야 습관에서 나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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