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무더운 열기가 대지를 덮었다.
짙은 밤의 색감과 장작불을 사르고 난 후의 숨결은 묘하게 잘도 어우러졌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이웃 사람들이 돌계단으로 와서 더위를 식혔는데 한편으로 자기네가 재배한 담뱃잎을 태우기도 하고 한편으론 해묵은 옛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장모 집의 이웃으로 처자가 있는 세 사람의 사촌 오빠가 있고, 한 사람의 마차꾼, 시골 장마당에서 좌판을 벌이는 부부, 그리고 그 해에 중경에서 낙향해 돌아온 천(陈)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이층 방에서 호롱불 아래 책을 읽거나 글을 썼는데,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이웃 사람들이 지나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여름밤의 모기처럼 들쭉날쭉하거나 박쥐처럼 획을 그으며 날아들기도 하고 또 개똥벌레처럼 조용히 떨어지기도 했다. 모두들 듬성듬성 얘기를 하는 가운데 장모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자기 말을 했고 나는 장모의 신세를 점점 알게 되었다.
장모는 여러 자녀를 길렀는데 모두 성인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나중까지 살아남은 것은 오직 딸 하나뿐이었다.
장인은 1955년 아사(饿死)했다. 이런 일은 말을 하더라도 후대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했다. 그때 시골 마을에서 는 인민공사를 통해 사람들을 다스렸는데 집집마다 양식뿐만 아니라 심지어 솥이나 그릇 하나까지 갖고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체 시골 마을 사람들은 반드시 집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밭에서 나는 양식이 대약진(大跃进) 운동 중 과대한 생산량 목표를 계상함에 따라 1 묘의 생산량은 일천근에서 일만 근으로, 다시 10만 근으로 올라갔다. 상부에서는 거기 맞추어 의무 수량으로 나누어 각지에 내려 보냈고 양식 창고에 까지 와서 수탈해 갔다. 그러자 그리 오래지 않아 3개월이 좀 넘는 기간 후 집체 식당과 시골 사람들의 수중에 양식이 떨어졌고 바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장인이 곧 굶어 죽게 되었을 때 장모는 고심하다가 집에 있던 직물 배급표를 다른 사람의 1근 양식 배급표와 맞바꾸었다. 그리고 바로 어린 딸에게 양식 창고에 가서 한 근의 양식을 받아오게 했으나 양식 창고는 허락하지 않았다 양식을 받아오지 못하고 돌아오니 장인은 이미 죽어있었다. 장모는 애써서 남편을 매장했다.
남편을 묻고 나서 장모는 혼자서 딸을 길렀는데 기아와 사망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우리의 문화 전통은 사람들에게 충효(忠孝)를 요구하는데 충(忠)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고, 효(孝)는 작은 집에 대한 것이으로 실은 같은 의미이다. 장모의 일생을 말하자면 당연히 자기의 본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나중에 남편을 대신하여 고생해가며 집안을 지탱해 나갔는데, 친척 어른들의 보살핌도 많이 받았고 동네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존경도 받았다. 남편이 죽은 해에 말하기를 "예禮)를 찾아보려면 오히려 시골에 가서 찾아야 한다"라고 했는데, 사실 진정한 예의란 오직 민간에서 존재한 것이다. 예가 붕괴되고 즐거움만 추구하는 것과 충효예절은 같은 데서 비롯된 두 가지 다른 면이다. 그 둘은 역사의 인과로서 우리의 오랜 세월 한가운데서 윤회와 교체를 거듭해 왔다.
내가 장모 집에 간 1968년 겨울은 굳이 말하자면, 예가 붕괴되고 즐거움을 추구하던( 礼崩乐坏) 시절이었는데 바로 문화혁명(文化革命) 기간이었다. 장모의 집에는 오직 장모와 딸 두명만 있었는데, 시골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과부와 애 하나(孤儿寡母)"였고 내가 그네들의 집에 살러 들어가는 것은 응당 도리를 지켜야 하는 일이었다.
노신(鲁迅)이 말하기를 "과거와 현재에 걸쳐 확실한 사실로 장래 예측이 되고, 명약관화한데 당신이 아직 어리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려라"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 벌써 기다리기만 하면 불원간 이루어질 상황이 되었으니 철학자의 통찰력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내가 가지고 간 호롱불에는 예비용 가리개가 있었다. 그 밖에도 나는 한 갑에 백매가 들어있는 펜촉도 가지고 있었다. 이것들은 니 중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도 대부분 사용도 못한 채 그대로 남았다. 나는 아내와 함께 2층 방을 청소하고, 창문을 대나무 살과 흰 종이로 잘 발랐다. 이제 같이 살게 되었으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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