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늦게 그림을 그려보려고 태블릿 피시를 하나 장만했다.
그림이라곤 몇십 년 전 고등학교 때 미술 시간에 그려 본 것이 전부인데 문득 다시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제대로 스케치 북이나 캔바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언감생심, 자신이 없고 태블릿으로 그리는 것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며칠을 꿍꿍대며 어떤 태블릿을 사야 하나 인터넷을 뒤져보았고 태국에 있는 그림을 잘 그리는 동생에게 여러 가지 조언도 받고, 참 여러 모로 신경도 많이 썼다.
덜컥 비싼 태블릿을 샀다가 한번 그리고 팽개져 버리지는 않을까 혹은 그림 실력도 변변치 않은데 남이 보고 웃으면 어쩌나 이런 생각이 발목을 여러 번 잡았다.
하지만 호기심, 무언가 그려보고 싶은 욕구가 더 컸기 때문에 결국 태블릿 피시를 구입했고 거기에 동생에게 물어 artrage라는 어플도 깔았다.
태블릿이 택배로 집에 오던 날, 나는 기대에 부풀어 포장을 뜯었다.
그 날부터 나는 매일 그림에 푹 빠져서 지낸다. 내 그림 솜씨는 시원치 않지만 그리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또 무언가 나만의 세계가 새로 열린 것 같아 할 일이 엄청 많아졌고, 언제나 기분이 좋다.
나는 그림을 조금이라도 잘 그리기 위해 모든 사물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거리를 가다가 풍경을 유심히 살피는가하면 나뭇잎은 어떻게 밝고 어둠을 그려야 하지...
실로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심지어는 매일 몇 십 년간 눈만 뜨면 보이는 하늘도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
"하늘은 무슨 색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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