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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의자가 하나도 없는 신촌 서서 갈비집(연남서식당)

나는 식당 탐방이나 맛 기행같은 글을 써 본적이 없다.

음식 맛을 그럴싸하게 표현할 줄도 모르고 음식을 만드는 법, 소위 레시피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


 장마가 잠깐 남쪽으로 외출했다는 무더웠던 어제 7월 4일 오후 1시.

서울의 오래된 음식점들을 가보기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조선일보에 실렸던 60년되었다는 연남 서식당(서서 갈비집)을 찾아갔다.

신촌역 7번 출구에서 나와 큰길을 건너 물어물어 찾아 가는데, 식당 근처에 가니 벌써 갈비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큰 길가 언덕 위 코너에 있는 '연남 서 식당'은 오래된 간판이 붙어있는 자그마한 식당이었는데, 겉 모양부터 요즘 식당과 달랐다.

헌데, 우리 연배가 볼 때는, 지금은 이런 식당이 없지만 어렸을 때 익숙하게 보았던 동네 한구퉁이에 있었던 평범한 식당이다.



무턱대고 안으로 들어가니 안은 마치 정전이라도 된듯 어두컴컴했고 사람들이 북벅북적 드럼통 앞에 둘러서서 갈비를 먹고 있었다.

종업원은 우리에게 문밖을 가리키며, 밖에 나가서 줄을 서라고 한다.-  주차장이 있는 뒷문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앗차! 줄을 서야 하는 구나." -  얼른 뒷문으로 도로 나가서 줄 제일 뒤에 가서 섰다.

줄을 서있는 사람들중에 우리 연배는 한 사람도 없었고,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으며 주로 깔끔한 차림의 외국 관광객들이었다.



우리 순서가 되어 한 구석에 있는 드럼통 앞에 가서 서니, 주문도 안했는데,아주머니가 대뜸 "갈비 두대요!"하며 불판위에 갈비를 올려 놓았다.

이 식당의 메뉴는 오직 갈비 한가지에, 서비스로 주는 것은 고추 서너개와 그걸 찍어먹는 고추장, 그리고 갈비를 찍어먹는 간장과 마늘장 뿐이다.

밥도 팔지 않았는데, 대신 햇반을 사서 가져와 먹는 것은 상관 없었다. - 무슨 국물을 준다거나 하는 것은 아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제일 중요한 이집 갈비맛은? -  60년 동안 이집을 지탱하게한...

양념맛이 그리 강하지 않았고 고기 결이 그대로 씹히는게 약간 질긴 듯 하면서 고기 자체의 맛이 그대로 느껴져 맛있었다.

갈비 한대에 15,000원이니 결코 비싸지 않았고 둘이서 갈비 일인분씩 먹고 햇반 하나씩 미리 사갖고가 먹으니 충분했다.

옆 드럼통의 일본인 젊은 부부는 추가로 2대를 더 시켜 먹었다.


소주 한병을 곁들여 기분좋게 먹고 왔는데, 자주 가기는 뭣하지만 한번 가볼만은 하다.

이집은 줄을 서야하긴 하지만 워낙 회전이 빨라 금새 순서가 온다.


갈비 2대 (15,000×2=30,000)


문앞에 붙여놓은 안내가 웃긴다. (open 11시 50분, close 갈비 소진시!) - 그러니 알아서 일찍일찍 오라는 말이다.



원체 장소가 좁아 식사를 마친 깔금한 아가씨들이 대충 계단에 앉아 음료수를 마셨다.


"정기 휴일 월요일"이란 안내판 옆에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3개국어로 햇반 파는집을 안내하는 노란색 안내문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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