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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누나의 빈 자리.

갑작스럽게 누님이 타계했다.

요즘 의술이 발달하여 갑작스럽게 타계하는 일은 교통사고가 아니면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또 웬만한 병은 모두 완치되고 중환자라 해도 가족들이 진행되는 경과를 알기 때문에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별로 없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갑자기 하나밖에 없는 우리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

투석 중 뇌출혈, 긴급 뇌수술, 일주일 간의 혼수상태, 자가 호흡 불가능 판정 같은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리고 직계가족들의 동의 하에 인공호흡기를 떼자 그대로 5분 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해외에서 딸과 사위들이 오고 코로나 격리를 받고 장례식을 치르고....

 

바로 며칠 전에 이 모든 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나는 누나에게 한달에 두어 번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왔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스스로 묻는다. 나에게 누나의 빈자리는 무엇일까?

 

 

새까맣게 오래전, 

내가 세살, 누나가 다섯 살.

나는 누나에게 업어달라고 떼를 썼지.

나를 업고 어린 누나가 시골 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소달구지가 서더니 태워주었어.

 

그 밝은 봄날, 파랗던 시골길이 생각날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