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들은 내가 부친을 모시고 도시로 갈 때까지 지속되었다.
부친이 도시로 가자 시골 마을에는 바로 부친 위치에 해당하는 빈 틈이 생겨났다.
사합원에 드나들던 마르고 왜소한 그림자가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부친이 삽을 어깨에 메고 밭에 나가 거름을 쌓고 도닥거려 단단하고 둥글게 만들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또 매점의 온돌방에서 트럼프를 하던 사람들도 부친이 서툴게 힘주어 양손으로 카드를 쥐고 있던 모습을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다.
또 오리 밖의 시장에서도 부친이 작은 음식점에 숨어 술친구들과 맥주를 한 병 한병 마셔대며 왁자지껄 떠들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보이지 않게 된 것은 너무나 많아졌다.
나는 나무를 옮기는 것 처럼, 억지로 부친의 뿌리까지 뽑아 그를 원 고향에서 도시로 데려왔다.
시골 마을에서 생겨난 빈틈 부분은 갑자기 도시의 작은 구역에 또 다른 모습이 되어 나타났다.
이 허리를 굽히고 다니는 키 작은 남자는 입을 쩍 벌려 누런 두줄 이빨을 내보이며 말할 것도 없는 짙은 사투리로 향토색을 불러일으켰다.
웃긴 것은 그가 품속에 안고 있는 어란 여자애는 옹알옹알하면서도 표준어로 말한다는 것이다..
부친은 조심조심하며 잘못 말하는 것이 드러날까봐 걱정했다.
시골 마을에서는 부친이 비할 수 없이 위엄있는 사람이었지만 밭두렁에서의 활기와 술을 마시며 노름할 때의 교활함이 사라졌고, 겁먹은 얼굴로 조용하게 살았다.
시골 마을에서 갑자기 나무 한구루를 옮겼다면 그것이 다시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까 봐 조바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있던 위치에서 갑자기 틈새가 생기면 그의 거취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막 도시에 왔을 때는 부친의 휴대폰은 언제나 한가 할 틈이 없었는데 그가 시골에 전화를 걸거나 시골에서 그에게 전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전화힏다고 해보았자 내용이란 것이 기껏 '잘 있냐? 잘 있다'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그러고는 나서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매번 휴가 전에 부친은 항상 방학을 곧 맞는 아이처럼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 내가 허락하고 나면 한밤중에라도 벌떡 일어나 역으로 달려갔다.
나는 한번도 부친에게 차표를 어떻게 사는지 알려 준 적이 없지만 부친은 매번 어렵지 않게 시골로 돌아갔다.
자기 방식대로 비워졌던 오랫동안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것이리라.
시골 마을을 떠난지 여러 해가 되다 보니 설날을 제외한 명절마다 나는 언제나 결석자였고 나의 시골 마을에서 위치는 빈자리가 된 지 오래되었다.
심지어는 고향에 내려갈 때 언제나 몇몇 모르는 사람이 있고 나 역시 많은 사람에게 낯선 얼굴이 된 것이다.
금년 청명절에 부친을 모시고 조상들께 성묘하러 시골에 갔다.
두 개의 빈자리를 만든 사람들이 시골로 돌아가서 조싱 산소에 절을 하려니 미친 듯 자란 잡초가 산소마다 잔뜩 덮여있었다.
부친은 그의 부친 산소 주변 잡초를 깨끗이 정리하고나자 이번에는 니의 모친 산소 주변 잡초도 정리했다.
그리고 나니 두 산소 사이에 공터가 깨끗이 드러났다.
나는 처음에는 부친이 왜 공터에서 한참동안 엎치락뒤치락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떠날 때 절을 하면서 비로소 알았다.
알고 보니 조부와 모친의 산소 사이에는 산소 자리 쓰기에 적합한 한 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부친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나는 분명히 알았다. 이 공터는 부친이 자신이 쓰려고 남겨놓았다는 것을.
지금 여기에 새로 틈을 내 놓은 것은 이곳을 진작부터 선택했고, 몇 년간의 자리 비움과 아울러 몇 년 후 영원히 자리 비울 자신을 위해 잘 모셔 두었다는 것을.
*일단락이 끝났네요. 원 제목 收脚印的人에 있는 네 개의 단락 중 첫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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