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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人一死事情就堆下了 (사람이 즉으면 일이 쌓인다) :(收脚印的人) - 田鑫

시베리아 횡단철도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일단 떠나게 되면 당연히 그가 끝냈어야 할 일들이 쌓이게 된다.

 

그때는 황혼 녘이었고 모친은 지프차에 실려 마을로 되돌아왔다.

그전에 모친은 뒤집힌 감자 수레 아래 깔렸고 부친이 얼른 감자와 수레를 해치고 모친을 끌어안았으니 모친은 축 늘어져서 마치 마람을 품에 안은 것 같았다.

 병원에 실려간 후 입, 코구멍, 가슴...  도처에 관이 꽂히고 한병 한병 액체가 주입되었지만, 힘없는 그녀의 신체를 다시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의사 말이, 이렇게 되었으니 빨리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도 보고 일찍 돌아가시게 하는 편이 고통도 덜할 것이라 했다.

 

마을에는 자주 지프차가 지나다녔으나 마을 안에 정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밥만 먹고 할일 없는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보느라고 왁자지껄 했다.

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 몇 사람이 모친을 들것에 실어 집안으로 옮기고 축 늘어진 몸을 온돌 위에 눕히는 것을 보았다.

모친은 줄곳 말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를 보고, 여동생을 보고 나서야 눈을 감았고 그 후로는 누구도 보지 않았다.

 

모친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드릿느릿했다. 서기도 하고 혹은 앉기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모친을 보았고 최후의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몇 날 며칠을 눈을 붙이지 못했던 부친은 알움묵에 웅크리고 양손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거기 머리를 묻고 있었다.

그가 말하기를 꿈속에서 담이 막며 정신이 되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모친은 이미 눈을 감았고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훌쩍훌쩍 소리 내며 곡하기 시작했다. 

 

그 담장은 무녀 졌고 다시 세워지지도 않았으나 그것은 모친을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 단단히 막아놓았다.

모친은 가버렸고, 당연히 그녀가 완성시키려 했던 일들은 그대로 쌓였다.

 

양요량(阳凹梁)에 있는 두 마지기의 토지는 길이 매우 좁았다.

모친은 일이 없을 때는 삽을 들고 길을 넓히러 갔다. 현재 반쯤 만들어진 흙길이 중단된 채 그대로 있고 삽으로 뒤집어 놓은 잡초가 말라있었다.

원래는 금방 끝낼 일이었으나 일이 이렇게  되니 이렇게  쌓인 것이다.

모친은 뿌리가 파내진  건초처럼 다시는 파랗게 돋아날 수가 없게 되었고 남겨진 반쯤 끊어진 길도 보수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나에게 만들어 주려던 헝겊신(중국 전통 신)도 바닥을 단단히 박고, 진작 촘촘히 바느질해놓아서 두꺼운 겉면 천이 아름답게 보였다.  

신 윗부분에 몇 조각조각 천을 빈틈없이 조합하여 꿰매 붙여서 한 짝은 이미 만들어졌고 다른 한 짝은 마지막 몇 바늘 바느질만 남았다.

바느질하던 신 윗부분과 바닥이 아직도 대나무 바구니에 담겨있는데 신발 한 짝이 입을 쩍 벌리고 누가 마저 꿰매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일 역시 모친이 남겨놓은 일로서 일 년 후 고모가 모친 대신 꿰매 주었지만 솜씨가 모친과는 확연히 달랐다.

 

후원의 닭 몇 마리, 책갈피 사이에 끼워놓은 신발본, 창고 안의 해진 마대.... 꽤 많은 일들을 모친이 넘겨 놓았다. 

모친이 시집올 때 가지고 온 상자 위에는 먼지가 부옇게 쌓였고 설날에 붙인 창틀은 구멍이 뚫려있었으며, 거미는 언제 천정에 거미줄을 칠지 몰랐다.

정원 전체가 적막에 쌓였으며 몇 명의 식구들이 기운 없이 드나들었다. 모친은 상당히 많은 일을 쌓아 놓았다.

하지만 방마다 텅 비어버렸고, 일종의 큰 슬픔이 그 자리를 채웠다.

 

부친은 하루하루 온 밤을 밖에서 새우고 집에 돌아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는 간이매점 온돌 위에 웅크리고 앉아 손에 포커 패를 쥐고 남이 버리는 패를 응시하고 있었다.

많은 경우 그의 손에 들려있는 패는 남들보다 나쁜 페 였고 그는 자기가 진다는 것을 몰랐다.

계속 마지막 패가 까지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어어, 이럴 수가!" 하면서 다시 다음 판이 돌아기 기 기다렸다.

 

모친은 부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남겨놓았다. 

온돌방 한편에는 빈틈이 생겼고 부친은 온돌 위에서 잠을 자면 의례  탄식을 하거나, 몰래 눈물을 훔치거나 했다.

역시 그런 것은 간이매점 온돌방에서 패를 한 장 한 장 펴보다가 한판 끝나고, 다시 패를 돌리는 것 만 못했다.

만약 사람이 죽는 것을 포커와 같다고 한다면 판이 끝나고 카드를 섞었다가 다시 나누는 점에서 꽤 비슷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포커 판은 한판 한판 다시 시작되지만 죽은 사람은 스스로 되살아 날 수 없다.

 

나는 시간이 오레 될수록 남겨진 일은 점점 적어지고, 심지어는 천천히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 그와 정반대였다. 남겨진 일들은 부친의 꿈속에 보였던 담장처럼 무너진 채 거기 그대로 쌓여있었다.

나는 어느 때는 스스로 위안했다. 사람은 뭐든지 금세 잊는 법이니 반드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든 일들을, 모친이란 두 글자만 떠올리지 않고, 다른 사람처럼 모친을 봄으로서 비켜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부친은 전혀 이렇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식, 청명절, 부친은 언제나 모친 산소에 갔고, 매년 기일에는 진작부터 향을 준비하여 나를 직접 대동하고 갔다.

가는 길에는 내가 부친 뒤를 따라가며 몰래 눈물을 훔쳤으나 올 때는 부친이 내 뒤를 따라오면서 몰래 눈물을 훔췄다.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나자  부친의 마음속에 담장이 세워졌고 모친이 쌓아 놓은 일들 역시 그의 마음속에 그대로 쌓였다

쌓인 일들이 도대체 얼만큼인지 오직 부친만 알고 있을 텐데 부친은 종래 말없이 혼자 짊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가 자녀들에게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하여 방법이 조금도 없었다.

나는 여러 번 부친에게 묻고 싶었다. 막상 입에서 뱅뱅 돌던 말을 꺼낸다면 결국 저절로 술술 뱉어질 것이다. 

나는 지금 묻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부친의 이 담장이 무너져 버린다면, 부친이 쌓아 놓은 일과 모친이 여러 해에 걸쳐 쌓아놓은 일이 내 삶에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원제 "收脚印的人" 중 두 번째 단락 "人一死事情就堆下了"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