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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风中的稻草人(바람 속의 허수아비) - 1/2 (收脚印的人) - 田鑫

시베리아의 가을 풍경

 

그는 밭 한가운데 서있는데, 그의 몸에 걸친 조잡하고 찢어진 낡은 옷과 밀짚모자는 이미 그의 위장을 가려줄 수 없었다.

외다리로 우아하게 서서 양팔을 직선으로 뻗고 오가는 바람을 감싸 안으려는 듯하지만 사실은 자기마저 안을 수 없고 그저 바람결에 설설 떨고 있을 뿐이다.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사람이 바로 이 허수아비였다.

그는 마치 내가 내려올 것은 알고 있기나 했던 것처럼 계속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껏 멀리서 바라보는 것밖에 없었고 나를 영접할 어떤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이런 순간을 만나면 그것은 나를 과거로 데려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허수아비는 은유되었다. 마을 누군가가 괴질에 걸려 오래 치료해도 낫지 않고 병의 원인도 찾지 못했을 때, 무당은 이 사람의 증세에 따라 풀을 한 줌 이 작은 사람에게 쑤셔 넣는다.

그런 다음 병이 난 위치와 상응하는 위치에 침을 찔렀는데 이 방법은 매우 영험했다.

나도 병을 앓던 사람이 작은 사람을 찌른 후 거뜬하게 일어나 밭에 나가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전 세대의 사람들은 만약 누가 은밀한 곳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몰래 만들어 놓고 저주하면 저주당한 사람이 귀신에 홀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다고 믿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시골 마을에서 정말 저주를 받아 죽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말이 돌기 시작한 후, 많은 사람이 이 작고 작은 풀짚 사람에게 경외심을 갖고 멀리했다.

새들이 몰려와 소란을 떨기까지 이 작은 풀짚 인형은 새로운 용도를 찾지 못했다.

 

시골 새들은 제멋대로 하는 버릇이 있어 무엇이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어떻게 먹든 하고 싶은 대로 먹는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기장을 심으면 새들이 수확을 기다리지 않고 절반을 먹어치운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아 양식이 늘 부족한 세월, 사람의 뱌를 채워야 할 양식을 어떻게든 새들은 훔쳐 먹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란스러운 새들을 혼내기로 했다.

 

새들에게 도리를 가르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제일 간단한 방법은 바로 쫓아버리는 것이다.

나는 전에 부친을 따라 기장밭을 지키려고 간 적이 있는데, 게걸스러운 새떼가 내려앉는 것을 보고 큰 소리를 지르며 흙덩이를 집어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데 한가할 때는 밭두렁에서 한떼의 사람이 지키는 적도 있다.

새들이 사람들이 새카맣게 뫃여있는 것을 보면 멀리서 피한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흩어져 버리면 새들은 다시 떼로 모여 내려앉는다.

 

허수아비는 이런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해 주었다.

누가 주의해서 알아냈는지 모르지만 허수아비를 하나 꽂아 놓으며 거기에 낡은 옷을 입히고 밀짚모자를 씌워 사람 대신 기장밭에 세워 놓았다.

새들이 날아다니다 어떤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공손히 피했다.

 

나는 헐렁한 짙은 색 겉옷을 입었는데, 바로 우리 집 밭에 서있던 허수아비가 입고 있던 바로 그 옷이었다.

한밤중에 나는 보리밭에 서있는 나를 보았다. 외다리로 서서 두 팔을 일직선으로 벌리고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나는 기장이 싹이 나고 3월에 배태하여 추수를 기다릴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서있었다.

 

어떤 참을성 없는 기장들이 아무 징조도 없이 땅바닥에 떨어지면 나는 다급했다

새들이. 하필이면 이때 떼를 지어 날아왔고 그놈들은 일부러 기장이 잔뜩 달린 줄기를 찾아 두 발로 단단히 잡고 앉아 작은 대가리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놈들이 이처럼 방약무인하게 기장을 먹어대는 것을 보고 큰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팔 뿐 아니라 어디든 힘을 쓸 곳이 도무지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그 못된 새들에게 내가 위협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급한 김에 오줌을 싸서 그들에게 주의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새들이 제일 많은 곳을 향해 오줌을 갈겼다.

"화다닥" 금세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오줌은 기장 위에 떨어지지 않고 전부 온돌방 바닥 위로 떨어졌다. 오줌과 함께  꿈이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