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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벙어리 아이(啞孩子) - (1/2)

언니, 저것 좀 봐!" 하늘에 둥실 떠있는 구름 한송이가 다른 구름에게 말했습니다.

"대지는 저렇게 광할하고, 숲은 저렇개 울창한데' 숲속에서 어떤 아이가 꼼짝도 않고 고개를 들고 우리 쪽을 보고 있어."

"아! 그애는 벙어리야." 다른 구름이 말했습니다.

"지난 번에 내가 여기 왔을 때, 빗방울로 변해서 내려갔었는데, 내 입술도 빗방울로 변해 딱 그애의 이마에 떨어졌지.

그건 뜻하지 않게 그애에겍 뽀뽀 해준거나 같아."

"언니, 나도 그애 이마에 뽀뽀해 주고 싶어. 우리 함께 빗방울로 변해서 내려 가자."

"안되, 얘야, 지금 대지는 빗물이 필요치 않아.

 저기 봐라. 작은 계곡은 물은 즐겁게 흘러가고, 강물도 세차게 흐르지 않니?  호수는 마치 커다란 거울같이 눈부시게 푸르고...

우린 아직 하늘에 있어야 해.

봐라, 내가  한마리의 백조로  변했으니 너는 비둘기가 되고, 내가 다시 달리는 말이 되면, 너는 뛰어가는 새끼 사슴이 되고..."

구름 자매는 바람에 나부끼며, 훔을 추었는데, 자기들의 천번 만번 바뀌는 자태와, 수정같이 투명한 푸른 하늘에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벙어리 아이는 깊은 생각에 잠겨, 두눈으로 하늘을 응시하면서 구름이 바람에 따라 흘러가는 것을 계속 보다가 문득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눈을 비비다가 갑자기 숲속에서 한토막의 고목 뿌리를 발견했는데 ----

그것은 구름 송이가 변한 새끼 사슴같았고, 그래서 그는 그것을 손에 들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제일 윗부분에는 흉터와 볼록 나온 것이 있었는데 바로 새끼 사슴의 눈동자와 귀 였습니다.

둥글게 휘어있는 부분은 새끼 사슴의 목이었고, 굵은 나무 뿌리에 있는 반점은 사슴의 몸에 있는 꽃 무늬였습니다.  

굵은 뿌리에서 한가닥, 한가닥 줄기들이 뻗어있었는데 그중 네개는 바로 새끼 사슴의 다리 같았습니다.


벙어리 아이의 주머니에서 조각칼이 꺼내졌고, 그것은 마치 불꽃처럼 뿌리의 나머지 필요없는 부분들을 차츰차츰 불태워 버렸습니다.

또 마치 한가닥 밧줄로 끌고 나오는 것처럼 새끼 사슴을 뿌리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끌고 나왔습니다.

이것은 한마리의 예쁘고 귀여군 새끼 사슴, 다리 셋은 땅을 딛고 있고 다리 하나는 번쩍 들려있어서 막 내달리는 자세였습니다.

사슴은 목을 앞으로 기울이고, 먼 곳을 집중하여 보고있었는데,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난 온통 번쩍번쩍 빛나는 초록 색을 보았어. 얼른 그리로 가야지..."


벙어리 아이는 손에 든 새끼 사슴과 숲속의 고목 뿌리를 보고, 마음 속에 일종의 신성하고 엄숙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제까지 나는 언제나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어 고통스러웠어.

하지만 이제부터는 곧 썩어 없어질 이 나무 뿌리에 모든 감정을 쏫아 붓고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넣을거야. "


그 날 이후, 벙어리 아이는 항상 이쪽 숲으로 왔습니다. 

그의 세계는 아무 소리도 없어 적막했지만 그가 나무 뿌리를 집어들고 생각에 잠겨 그것을 응시하면서 조각칼을 힘껏 쥐고 세밀하게 조각하고 있을 때면,

그의 마음속에서 노래가 울리 나오고, 시가 읊어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벙어리 아이가 조각한 것들을 일아볼 수 있었다면 ,그는 바로 알았을 것입니다.

벙어리 아이가 사용하는 조각칼이 세계에서 제일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르고,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시를 읊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벙어리 아이는 이것들을 사람들 앞에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는데 --- 

처음 그가 그 새끼 사슴을 어떤 사람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 사람은 그것을 하찮게 여기며 말했습니다.

"이건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니야. 그저 썩어가는 나무 뿌리에 불과해 --- 새끼 사슴과 약간 비슷하기는 하지만 말야."

그러면서 그것을 제멋대로 불속에 던져 넣었습니다.

벙어리 아이가 급히 새끼 사슴을 구하려고 손을 뻗었는데, 아이는 두 손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마치 화염이 길게 늘어져 나와 예리한 이빨로 그를 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도 그의 마음 속 고통에 비한다면 뭐가 대수로울 것 있겠습니까?

그는 새끼 사슴을 끄집어 내고, 번쩍 쳐든 뒷발을 어루만졌는데 --- 화염이 그자리에 한점, 뚜렷한 탄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때 이후, 벙어리 아이는 조각한 물건을 전부 숲속에 있는 토굴에 갖다 놓았고, 오직 날씨가 개인 날에만 그것들을 꺼냈습니다.

 

수 많은 날들이 지나서, 이번에도 구름 자매가 다시 이곳에 오게 되었고, 그녀들은 다시금 숲속 하늘 위에 떠 있었습니다.

"언니, 저것 좀 봐. 아래에  있는 새끼 사슴과  씩씩한 말을..."

"그건 진짜가 아니야. 하지만 그것들은 진짜 보다 훨씬 아름답구나. 누가 저기에 내어 놓았지?"

구름 자매가 낮게 날아 가다가, 그녀들은 또 다시 벙어리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고목 뿌리 토막에 조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한토막의 투박하고 제일 볼품없는 나무 뿌리가 벙어리 아이의 조각 칼 아래서 놀랍게도 하늘에 떠 다니다기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 떼로 변했습니다.

광풍이 곧 불어와 그것들을 흩어지게 하려 했지만, 구름들은 완강하게 때를 지어 모여들었고, 구름 떼 사이를 통해서 어슴프레 둥근 태양을 볼 수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원래 나무 뿌리 위에 있넌 깊은 상처였습니다.

맞습니다. 광풍이 닥쳐 오려고 했지만 따뜻한 태양빛이 구름들을 나긋나긋한 구름 송이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벙어리 아이가 조각한 것은 모두 아름다워"  동생 구름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애가 사용한 것은 그 흉칙하고 딱닥한 나무 뿌리였을 뿐인데도 말야."

구름 자매가 전번에 왔을 때 그녀들은 빗물로 변해 큰 나무 아래로 떨어졌고, 동생 구름은 늙은 나무 뿌리를 만져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놀란 너머지 몸을 벌벌 떨었고, 그 순간,언니 구름이 얼른 동생을 잡아 끌어서 작은 계곡 물에 집어 넣었습니다.


"벙어리 아이는 그가 조각한 것들을 전부 토굴에 갖다 놓고 나서, 우리를 올려다 보고 있는거야!"

언니 구름이 말했습니다. "우리 그애를 위해 멋지게 춤을 추어주자. 우리가 하루 중에서 색채가 제일 찬란할 때에."

석양이 눈부시게 비치면 구름은 얼마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같은가요!

하지만 이런 광경은 너무나 짧게 지나가 버렸고, 하늘 빛이 어둡게 변하면서,구름이 몸을 숨기자 벙어리 아이는 그의 작은 초가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 아름다운 불꽃의 형상은 오랫동안 벙어리 아이의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나무 뿌리 토막으로 그것을 어떻게 조각해 내야 할까? 

벙어리 아이는 작은 초가집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고, 그는 터오르는 불빛 속에서 천천히 잠이 들었습니다.


한바탕 광풍이 작은 초가집으로 불어오자, 몇가닥의 마른 풀이 불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화염이 맹렬하게 커지더니 무섭게 커다란 입을 벌렸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그처럼 잔인하게 불쌍한 벙어리 아이를 집어 삼킬 수 있었을까요?

화염은 마치 귀신에게 홀린 봉황처럼, 또는 한마리의 놀란 거룡처럼 미친듯이 뛰어 올랐습니다.

불의 혓바닥은 벙어리 아이의 손가락을 핥았고, 벙어리 아이는 통증을 느꼈으나, 그에게 이런 느낌은 전에도 많이 느꼈던 감각이었습니다.

그가 부주의해서 조각칼에 손가락을 베일 때의 느낌과 똑 같았으니까요.

그는 잠에서 깨지 않았고,  꿈 속에서 그런 고통과 흥분 속에서, 끊임없이 나무뿌리 토막을 조각했는데 ----

그 뿌리 토막으로 결국 이글거리는 화염까지 조각 할 줄이야!


불의 혓바닥이 벙어리 아이의 신체를 핥자 그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는 갑자기 꿈속에서 자기가 조각한 화염이 눈앞에서 넘실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주위의 모든 것들이 모두 불타고 있었으며 , 그의 생명 역시 불에 태워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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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빙(鲁冰)의 동화 "벙어리 아이"를 번역한 글입니다. 너무 길어 우선 절반만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