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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75시간 기차여행 (9/22 : 2019): 하서주랑을 거쳐 간 중앙아시아, 러시아 여행

 

아침 7시 트램을 타고 앙가라강 다리를 건너 이르쿠츠크역으로 갔다.

 거기서 8시 57분 출발하는 블라디보스토크 행 TSR(Trans Siberian Rail-road) 시베리아 횐단열차를 탔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이곳까지 타고 온 열차도 TSR인데 올 때 탄 차는 일반 침대차였고, 지금은 4일승 쿠페다.

 

기차는 실로 광활한 대지를 끝없이 달려갔다.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동안 기차에 타고 있는 시간만 만 3일을 꼬박 넘기고도 3시간을 더 달렸다.

차창 밖으로 노랗게 단풍 든 끝없는 자작나무 숲과 조용하게 흐르는 강 그리고 아름다운 농촌 마을이 지나갔다.

차창으로 보이는 대부분의 벌판은 그저 벌판일 뿐,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였다.

역이 있는 도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람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가지 의외였던 것은 넓은 벌판 끝에 구름이나 앝으만한 산은 있었지만 그 먼거리를 오면서 높은 산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가끔씩 크고 작은 역에 서는데 30분이나 한시간 정도 열차가 멍췄고, 사람들은 우루루 내려서 땅을 밞아보고 기지개도 켜고 했다.

굉장히 단조로운 시간이지만 나는 지루하거나 좁은 공간에 있기가 답답하지는 않았다.

새벽녁 어느 역에 도착했을 때 인적없는 적막한 역에서 탁탁 망치로 기차 바퀴를 두드리고 다니던 소리가 인상에 남는다.

파손된 바퀴가 있나 점검하는 소리인데 참 정겹고도 처량한 느낌을 주는 소리다.

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어렷을 적 겨울 밤에 골목을 스치던 딱딱이 소리, 혹은  찹싸알 떡 하고 외치던 소리와 똑 같다.

옛생각이 떠올라 호기심에 한번은 일부러 따라내려가 철도공이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한 적도 있다.

 

TSR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의 세계 최장 철도노선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이지만 러시아 사람들로서는 그냥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일반적인 장거리 열차다.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짧은 구간을 타고 갈 뿐 9288km를 열차를 타고 며칠씩 가지는 않는다.

일주일 동안 먹는 비용, 기차비, 시간 낭비를 생각한다면 일부러 장거리 기차여행을 하려고하지 않는 한 탈 이유가 없다.

단순 이동목적이라면 비행기를 타는 편이 낫지 굳이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오랜시간 고생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실제 같이 기차에서 본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이틀 가다가 내렸다. 우리가 가는 동안 주위 사람들이 다 바뀌었다.

이르쿠츠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사람은 우리 일행밖에 없는 것 같았다.

여행객이라 해도 대부분 일부 구간만 경험삼아 타보지 우직스럽게 75시간 35분을 타고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의 거리는 5185km이며 여기서 다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거리는 4103km이다.

기차표에 써있는 소요시간은 75시간 35분인데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시간은 77시간 35분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첨엔 무슨 이유인지 몰랐으나 알고보니 이르쿠츠크와 블라다보스토크는 무려 2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었다.

 

긴 시간 기차여행을 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대개 그동안 살아왔던 세월을 되돌아보기 위함이 아니겠나 샆다.

기차 여행은 일종의 갇힌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할일 없이 있다보면 저절로 인생을 되돌아 볼 여유가 생길 터였다.

내가 여러번 이 기차를 타고다녔으면서 미치 남의 말 하듯 하는 것은 나는 어쩐 일인지 열차여행이 별로 지루하지도 않았고 불편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승객에 대한 호기심, 쏬아지는 잠, 매끼니 해결하는데 정신 팔면서 지루하지 않게 잘도 시간을 보냈다.

 

이루쿠츠크 시내 풍경 (2차대전 전승 기념물인듯한 탱크가 보인다)
트램 내부 (버스는 보이지 않고 모두 트램을 타고 다닌다)
앙가라 강을 건너는 다리
이르쿠츠크 기차역 대합실
역 플랫 폼
자작나무 숲에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기차는 바이칼 호반을 지난다
바이칼 호반의 작은 마을
너른 들판에 농작물이 보이지는 않는다
이름모를 강도 건너간다
우리가 타고 간 쿠페 복도
같은 차칸에 탔던 프랑스 리용에서 온 다니엘 영감님이 내렸다. (패캐지 관광객)
지나치는 철도 부속 겅물
소박한 철도변 농촌 마을
저녁 무렵
시베리아의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