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틴아라의 밤, 날씨는 맑았고 공기는 차가웠다.
보름달은 산과 걔곡을 훤하게 비췄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들 추워서 머리부터 발끝꺼지 두꺼운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잤다.
오늘은 다시 비슈케크로 가야한다.
내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어제 왔던 길을 다시 찝차를 타고 내려가 카라콜로 갔다.
카라콜에 도착해 관광안내소에 가서 승합차를 대절하여 비스케크로 가기로 했다. (비슈케크까지 5000솜)
시간도 많으니 가는 동안에 구경할 곳이 있으면 쉬엄쉬엄 들렀다 가자고 기사에게 부탁했다.
비슈케크에 가려면 이식쿨 호수를 끼고 나 있는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카라콜에서 올때와는 다른쪽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은 다소 더 걸리지만 이식쿨호수를 바라보는 경치가 더 좋다고 한다.
카라콜을 출발 두시간 쯤 갔을 때 기사가 이제까지의 평탄한 길을 벗어나 좁은 계곡길로 차를 몰았다.
뭔가 볼 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비포장길 한가운데 차단기가 보였고 관리인이 일인당 50솜씩 내게 하더니 통과 시켰다.
이윽고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붉은 황토빛 오밀조밀한 언덕이 나타났다.
푸른 하늘과 대비된 붉은 황토 계곡은 기이한 느낌을 주었는데 꿈 속에서나 볼성싶은 풍경처럼 느껴졌다.
그곳이 스카즈카 계곡(Skazka Canyon) 이라는 사실은 여행을 끝내고 한참 지나서 바로 며칠전에야 알았다.
스카즈카란 러시아어로 동화(童話)라는 뜻인데 동화의 계곡이란 말과 정말 딱 어울리는 계곡이었다.
원래는 이식쿨 호수 수면아래 있었는데 물이 주는 바람에 바닥의 붉은 사암이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 다음 천년에 걸친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쳐 지금의 독특한 붉은 빛과 형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친절한 기사 덕분에 생각치도 못한 명소를 보게 되었는데, 이곳은 이식쿨 호수 옆에 있는 유명 관광지였다.
사카자카에서 돌아오는길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간간이 뿌렸다.
우리는 빗속에,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비슈케크로 돌아왔다.
호텔로 와서 짐을 풀고 비슈케크 유명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벅었다.
"키르기즈 스탄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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