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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하미(哈密)의 살벌한 검문 (9/4) - 하서주랑을 거쳐간 중앙아시아, 러시아 여행


새벽 6시 돈황 숙소를 출발 유원(柳园)역으로 갔다. 

돈황에서는 란저우 -  돈황 (종점)인 기차만 있을 뿐이어서 우루무치나 다른 곳으로 가려면 유원으로 나와 기차를 타야한다.

 

돈황에서 유원으로 가는 길은  메마른 사막 길이다.

새벽 어둠이 걷히면서 일직선으로 뻗은 지평선 위로 해가 떠올랐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일출 광경은 감동이었다.

돈황에 올 때부터 계속 같이 다닌 친절한 기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유원역 앞에서 헤어졌다.







유원역사을 들어가기 위한  검문은 이제까지 숫하게 겪어왔던 공항이나 기차역, 지하철의 검색과는 차원이 달랐다.

엑스레이 검사를 통과하고나면 한사람 한사람 철저히 촉수 검사를 하는데 허리띠 안쪽까지 빠짐없이 만져보았다.

그리고 나서 신발을 벗으라 하더니 안을 들여다 보고, 또 신발 바닥이 보이게 들어보이라고 했다.

배낭 옆에 끼워놓은 물병은 한모금 마셔보라고 했는데, 내가 모르는체 하고 벌컥벌컥 들이키자 그렇게 하지는 말라고 했다.

- 이런 검색을 거치다보니 마치 내가 윤봉길의사에게 도시락 폭탄이라도 전달하는 독립투사라도 된듯 비장한 기분마저 들었다.

철저한 검색을 하는 것을 보니 외국인이 지역 반정부 세력과 연계되는 것을 극도로 신경쓰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이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 검색 소요시간을 감안 일찍 가서 수속을 마쳐야 할 것 같다. 잘못하다 기차를 놓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미를 일정에 넣은건 유명한 하미과(哈密瓜: 하미 특산 참와)의 고장이니 한번 가봐야 겠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였다.

인터넷 조회를 해보니 하미의 명소는 헤발 2000m의 휴양지 바리쿤 초원과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바위 일명 마귀의 성이란 곳 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객들은 이곳을 목적지 삼아 오지는 않고, 드믈게 실크로드 여행의 경유지 삼아 들러보는 것 같다.

한마디로 일부러 오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데, 여기에서  1860년 무슬렘 폭동의 역사가 있었으니 중국 공안당국이 긴장해서 감시하나 보다.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과연 삼암한 검색을 시행하고 있어 긴장된 분위기였고, 우리 외에 기차에서 내린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12시 하미역에 도착했다. 별로 크지 않은 역은 아담하고 깨끗했다.

역사 회랑을 지나오는데 햇볕이 환하게 비치는 작은 광장이 내다 보였고 도시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 낭만적인 느낌은 금새 깨어졌다. 역자을 나가려고 출구에 표를 넣고나서,중국인들은 모두 공민증을 단말기에 대고 나갔지만 외국여권은  불통이다.

곧바로 공안이 와서 우리 일행을 모두 역 광장 한켠에 있는 텐트로 데려가더니 꼬치꼬치 심문을 시작했다.

먼저, 어디서 오느냐? 여기 온 목적은 무엇이냐? 예약한 숙소는 어디냐? 언제 여기를 떠나느냐? 돌아갈 표는 있느냐? 이런 질문들을 했다.

우리야 단순여행자들이니 의심받을만한 게 없는데도 여권을 일일이 사진찍고 나서, 어딘가에 전화로 확인하기도 하면서 한참 동안 잡아 놓았다.


유원역


유원역 검사대


유원역 대합실



겨우 검문을 마치고 예약한 호텔에 찾아갔다. 허름하고 작은 호텔인데도 소형 액스레이 투시기가 있었고, 그걸 통과해야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마치고 체크인을 하는데, 이번에는 군복차람의 특수경찰이 들이닥쳐서 우리가 정말 제대로 호텔로 왔는지 확인한다.

- 아! 빨리 여기를 떠나야 한다 . 여기는 관광 다닐 분위기도 아니고 우리 외에는 관광객도 없다. - 


짐을 풀고 다시 역으로 가서 내알  떠나는 투루판행 기차를 샀다.

역 광장에는 우리를 검문했던 공안들이 여전히 진을 치고 있었는데 곧 우리를 알아보더니 어찌 다시 왔느냐고 묻는다.

내일 여기를 떠나려고 표를 사러 왔다니까 웃으며 이번에는 손까지 흔들어 준다. 떠나줘서 고맙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기차표를 사고나서 하미 박물관에 갔는데, 의외로 위그르인들로 보이는 현지 단체관람객으로 그득하다.

우리나라 박물관은 시설도 좋고 멋지게 꾸며 놓았는데도 오는 사람이 초등학교 학생들밖에 없는데 여긴 남녀노소 가족단위로 오는 듯 했다.

박물관에 관람객이 많은 것이 꽤 신기해 보였는데, 무슬렘을 믿는 사람들이라 다른 오락 거리가 없어 역사 유물을 보는 고상한 취미가 있는가 보다.

전시된 유물을 보고나니 다른 쪽 건물에서 무료로 민속 공연을 보여주었다.위그르 민족의 유명 설화인 것 같은데, 말은 모르지만 단순하고 재미있었다.

신랑이 결혼하려고 부르카로 휘감은 신부를 데려 왔는데 첫날 밤, 부르카를 벗겨보니 할망구가 들어있어 놀란 신랑이 뒤로 나자빠진다는 소박한 내용이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 빅믈관 앞 좌판 장사에게 커다란 하미과를 한개 샀다.

호텔로 돌아와 하미과를 자르기 위해 호텔 직원에게 과도를 빌려 달라고 하니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바로 옆 시장으로 과도를 사러갔다.

철물 가게에 가니 과도 하나에 3원(한국 돈 500원) 인데, 공민증을 보자고 한다. 여권을 보여주자 공민증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면서 과도를 도로 넣는다.

여주인에게 하미과를 샀는데 칼을 안팔면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 그래도 안판다고 하면서 정 그러면 숫가락으로도 잘라지니 사가라고 한다.

여기는 과도 한자루라도 일일이 적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팔지 않는가보다. 하는 수 없이 2원 주고 숫가락을 사다가 하미과를 잘라 먹었다.


하미는 인구 54만의 신장 위그르 자치주의 유서깊은 오아시스 도시로 실크로드의 중요한 통로였다고 한다.

이렇게 교통의 요지이다 보니 한나라 때부터 중국에 복속되기도 하고 투루판 술탄에 복속되기도 한 숫하게 지배자가 바뀐 도시라고 한다.

하미란 도시 이름은 몽골어 카밀을 한자로 표기한 이름이라고 하며, 최근 매장량이 풍부한 니켈 관산이 있고 이외에도 석탄, 구리, 금 광산이 있다고 한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낮아 년평균 기온이 9.8도, 연중 최고기온 43도, 최저기온 -32도의 극단적인 기후라고 하며 년중 강수량이 35mm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미는 하미과라는 커다란 멜론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강수량이 적고 더운 날씨 때문에 하미과가 달게 익는 모양이다.



하미 거리 풍경 (가로수가 우거진 시원하고 멋진 곳이다)



하미 중심가


하미 박물관 (하미는 아무데를 가도 검문이 철저했다)



단체 관람객이 많았다.(나이 듬직한 노년 부부들이다)


목용(木俑) :  남녀의 성기를 강조한 목용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귀부인의 목걸이


무사들의 활과 화살 (우리 활과 거의 똑 같다)


토기류


화살촉과 작은 칼로 보인다.


무슨 동물의 앞발인지 왜 전시해 놓았는지 모른다.


하미는 한나라 시대부터 여러번 주인이 바뀌었으니 그중 불교를 믿은 역사도 있었나 보다.




공룡 빼도 전시되어 있고 익룡의 두개골도 있었다.


위그루 민속 공연



무대 윗편에 "하미 비물질 문화유산 보호센터 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라고 쓰여있다.


과도 하나 살 수 없었던 처지라 이렇게 숫가락으로 하미과를 대충 먹어 보았다.


호텔 앞 시장통 거리 음식점(관광객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