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달이는 외모가 보잘 것 없었다.
짧은 목에 짧은 다리, 잿빛 눈과 피부, 허약하기는 마치 산 토란을 구워놓은 것 같았으며, 일어서면 그림자 같고, 길을 걸으면 연기 같았다.
사람들은 이런 인간들을 도적이 되기 딱 맞는 인불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정말, 그말이 맞다!
삐달이는 눈이 교활하고, 손이 빨라서, 당신이 지폐를 뱃가죽에 붙이고 있다고 해도 잠깐 한눈을 팔면, 어느 틈에 그의 손안에 들어간다..
틀림없이, 당신이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하는 사이에 뱃가죽에 돈을 붙인 감각조차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그가 가장 솜씨를 뽐내는 곳은 전차간이다.
당신이 전차를 탔는데 그와 마주쳤다면 절대 그의 근처도 얼씬대지 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이 무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금새 털리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양복을 입은 젊은이가 전차를 탔는데, 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이유는, 그런 젊은이는 유행에 민감하여 대개 지갑을 양복 바지 엉덩이 뒤족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니는데 주머니가 열려있고 지갑 위쪽이 노출되었지만 꽉끼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손을 벋어 지갑을 빼낸다는 것은 완전 어리석은 생각이다.
주머니는 작고 지갑은 뿔룩하여 팽팽하게 당겨져 있기 때문에, 엉덩이의 신경이 얼궁 신경보다 민감해져서 만지기만해도 바로 느껴진다.
삐달이는 이럴 때 써 먹는 수법도 또 있다.
이럴 때는, 차문 쪽 기둥에 기대 서있는 척 하면서 차가 서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 양복쟁이가 차를 내리는 바로 그 찰나.
그의 손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휙" 접근해서 식지와 중지를 아용해서 손가락 끝으로 지갑의 가생이를 나꾸어 채는 것이다.
차를 내릴 때. 사람들은 무게 중심과 주의력이 모두 아래를 향하게 된다.
그래서, 주머니 속의 지갑은 신경이 꺼지고, 지감은 편안하게 아무 느낌 없이 스르르 빠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쯤 끝내기로 하고, 그렇다고, 전차에서의 천하를 바로 삐달이가 평정했다고 여기면 안된다.
어느날, 삐달이가 차를 타고 가는데, 백모아문 역에서 어떤 중년 남자가 올라탔다.
그는 검은 모직 마고자를 입었고, 옷 밖으로 번쩍번쩍 순금 회중시계줄을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시계줄이 굵기까지 했다.
삐달이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차가 어서 빨리 리찬역에 닿기만을 기다리며 그에게 기대어 섰다.
이곳은 전차 궤도가 S자 형으로 깔려 있었다.
차가 이곳에 오면 반드시 한번 휘청 흔들린다.
그는 이틈을 타서 그의 몸에 기대며, 그의 가슴 속을 헤아리며 손을 집어넣어 회중시계를 그의 손 안에 넣었다.
동작이 어찌 빨랐는지 들여다 보고 있어도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었다.
차가 리찬(梨桟)에 서자 내리는 사람이 많았고 그도 사람들 틈에 끼어 재빨리 현장을 벗어났다.
그가 걸어가면서, 오늘의 수확에 대해 만족해했다.
순간 갑자기 앞쪽에서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 왔는데 바로 차에 있던 그 중년 남자같아 보였다.
그가 머뭇머뭇 입구에 다가서자 그 사람도 뒤를 돌아보았는데 과연 바로 그사람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의 가슴이 번쩍번쩍했는데, 여전히 굵고도 번쩍이는 시계줄을 늘어 뜨리고 있다니!
설마 다른 시계를 또 차고 있었던걸까?
삐달이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자기 가슴을 더듬어 보고, 깜짝 놀랐다. 텅 비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반평생, 남의 것을 훔치며 살아왔는데, 생전 처음 도둑질을 당한 느낌을 맛보았다.
더욱 망신스러운 것은 그가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저 인간이 어떤 방법으로 그의 품안에 있던 회중시계를 도로 가져갔는지 모르갰는 것이다.
저 인간이 그가 얼떨덜해 하는 것을 보고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지 않은가!
그 웃음 속에는 분명히 그를 경멸하는 의미가 있을 터, - 말하자면 이랬을 것이다.
"네 멍청한 손재주로 어찌 이렇게 할 생각이나 하겠냐?"
그리고 나서 웃음을 거두더니 돌아서 가버렸다.
그날 이후, 삐달이는 다시는 전차에 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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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지차이(冯骥才 빙기재)의 속세기인 중에서 小达子를 번역한 글입니다.
원제 小达子는 달씨 성의 젊은 놈 같은 의미인데 큰 의미는 없음으로, 한국인이 읽기 쉽게 삐달이라고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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