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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술꾼 노파 (酒婆) : 진정한 술꾼.- 冯骥才(펑지차이)作

 

 

 

 

술꾼 노파 (酒婆) : 진정한 술꾼.

 

술집의 등급은 천차만별이다.

수선가(首善街)라는 이 집은 아주 작은 술집인데 급수로 치자면 제일 꼬래비에 속하는 집이었다.

현수막도 없고 간판도 걸지 않았으며 홀 안에 장의자 마저 없었다.

계산대에서 안주도 팔지 않았으며 오직 술독 하나만 덩그러니 올려저 있었다.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머슴꾼이나 인력거꾼, 막노동자들로 모두 힘을 써서 먹고 사는 하층민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손에 장에 절인 곱창덩어리를 쥐고 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호주머니에 땅콩 몇개를 넣고 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엽전 2~3냥을 들고 이집에 들어와 벽 한구석에 있는 창틀에 기대어 혼자 술을 마시곤 했다.

어쩌다 사람이 꽉 차면 술잔을 들고 문 밖으로 나가 나무에 기대서서 술을 입에 털어 놓으며, 흡족하게 갈증을 채우기도 했다.

그 기쁨은 무궁무진하였으리라!

 

이 술집에선 오직 한가지 술만 팔았다. 그건 고구마로 만든 술로 싸구려지만 술 냄새 만큼은 많이 났다.

수선가에서 기르던 고양이는 한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었는데, 설령 길을 잃었다해도 술냄새만 맡으며 따라 돌아오면 되었을 것이다.

이 술은 뒷맛을 논할게 없고, 그저 정신이 버쩍 난다고 할 수 있는데, 입속에 털어 넣으면시큼한 식초같아서 반드시 서둘러 꿀떡 삼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혓바닥과 입, 잇몸 그리고 목구멍까지 화끈화끈할 것이다.

술이 뱃속으로 떨어져 들어가면, 근육을 따라 "커~" 하면서 위로 솟구쳐 올라와 바로 골을 때리며, 어질어질하고, 취기가 맹렬히 몰려 온다.

마치 섯달 그믐날 밤에 불을 놓는 폭죽 "화다닥"에 불을 붙인 것처럼  붉은 빛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두들 이 술을 "화다닥"이라고 불렀다.

좋은 술은 부드럽고 취기가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법이니 절때 이 술은 윗자리를 차지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술이 아니라면, 어떻게 가난뱅이들이 자기들의 천명을 거슬러, 온몸이 녹초가 되거나, 마음 이 울적할 때, 돈을 별로 쓰지 않고도 금새 취해서 머리가 어질어질, 대범해져서, 방종에 빠질 수 있단 말인가?

 

말이 났으니 말인데, 제일 대범한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술꾼 노파다.

하루도 빼지않고 이 노파는 틀림없이 이 작운 술집에 왔는데, 의복이 남루해서 얼핏 보면 거렁뱅이 같이 보였다.

머리칼은 헝크러지고, 안색이 어두워, 아무도 그녀의  생김새를 확실히 말할 수 없었으며 아무도 그녀의 성이 마씨가 맞는지도 알지 못했다.

반면에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그녀는 이 작은 술집에서 첫째가는 술꾼이고, 존칭이 술꾼 노파(酒婆)라는 것이다.

그녀는 문에 들어서면, 언제나 품안에서 네모반듯한 작은 천으로 된 지갑을 꺼냈다.

그걸 열면 신문지로 싼 것이 나오는데 신문지는 어떤 때는 오래된 것이고, 어떤 때는 새 것이었다.

신문으로 싼 것을 풀면 다시 화장지로 싼 것이 나오는데, 그 위에는 비취빛 옷핀이 달려있고, 화장지로 싼 것을 다시 열면 돈이 2 角 들어있었다 !

(1角은 1元의 1/10에 해당)


노피는 돈을 꺼내 걔산대에 던졌고, 주인은 늘 그렇듯 반 사발이 넘는 "화다닥"을 건네주었다.

그러면 노파는 술 사발을 손에 들고 고개를 쳐들어 사발 바닥이 뒤집힐 때까지 단숨에 들이켰다.

술이 직접 배속으로 떨어지는 것이 마치 술통에 술을 들어붓는 것 같았다.

노파가 두다리로 문지방을 넘어 갈 때는 그 모습이 그림위에 신선이 쓴 편지를 그려 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동쪽으로 휘청, 서쪽으로 휘청 하면서 북쪽을 향해 갔다.

걸어서 일백여보 떨어진 곳에 네거리 입구가 있는데, 인력거들의 왕래가 많았고 자주 사고가 났다.

당신은 이 노파 때문에 가슴이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다.

엉망진창으로 취한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녀는 매번 네거리 입구에 다다랐을 때 틀림없이 "탁" 정신을 "바짝 차렸다.

뜻 밖에 일반 사람과 똑 같이 술기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단정하게 네거리를 통과해  지나갔다. 

 

그녀는 매일 이렇게 하며 한번도 잘 못된 일이 없었다.

수선가에 온 사람들은 술꾼 노파가 술이 잔뜩 취해서 비틀거리며 몇 발자국 가다가  --- 위로 흔들리고, 아래로 흔들리고, 우로 비틀 좌로 비틀, 유유히 돌아서 기쁨이 넘쳐서 바람에 흔들리는 연꽃 같은 이런 장면들을 보기를 좋아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빗 방울에 온 몸이 젖어, 천천히 돌아가는 큰 우산이 되기도 하고 ....

하지만 정말 술꾼 노파가 네거리에 도착하기만 하면 술기운이 싹 사라지는 것일까?

"화다닥"이 아렇게 센 술인데 과연 노파가 초인적인 능력이 있어서 취했다면 취한 것이고, 깨었다면 깬 것일까?

 

술의 비결은 역시 술독 안에 있었다.

주인은 간교한 사람이라 술에 물을 탔다.

술주정꾼들 눈에는 앞에 보이는 세상이 흐리멍텅하게 보이고, 뱃 속에 들어간 술이 오히려 명확하다.

따라서 아무도 이런 여러 겹 내막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술만 잘 먹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주인이 덕을 쌓지 못해서 그랫는지, 60이 가까워 오도록 아들 하나, 딸 하나 없어서 후사를 대충 단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주인 마누라가 신것이 먹고 싶다, 매운 것이 먹고싶다 하더니 결국 기쁜 소식이 있었다!

주인이 부처님에게 머리를 조아릴 때, 갑자기 양심이 되살아나, 앞으로는 진실한 인간이 되어, 성실하게 술을 팔고, 술에 물을 타서 가짜 술을 만들지 않겠노라 맹서하게 되었다.

 

바로 그날, 술꾼 노파가 이 작은 술집 문으로 들어 와 언제나 그랫던 것처럼 지갑을 꺼내, 여러 겹 싼 것을 풀고, 돈을 내고 술을 산 다음,

 손을 들어 고개를 젖히고 가짜가 아닌 진짜 "화다닥"을 뱃속으로 들어부었는데.... 제대로 된 물건은 역시 제대로 물건 값을 했다.

이번에는 술꾼 노파가 술집을 나가기도 전에 바로 돌아버렸다.

게다가 오늘은 그녀가 계속 길을 가면서 비틀거리는 것이 유달리 잘 보였다.

윗도리는 좌로 흔들, 아랫도리는 우로 흔들, 가면 갈수록 더 휘청대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커다란 붕새가 바람속을 나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뜻밖에도 시커먼 커다란 소용돌이처럼보였다!

수선가 사람들은 놀라서 조마조마하게 바라보았는데, 오래 생각하도록 기다릴 것도 없었다.

술꾼 노파는 이미 네거리 입구에 들어섰고, 그 다음의 참사는 구태여 말할게...

 

이때부터, 술꾼 노파는 이 거리에서 종적이 사라졌다.

작은 술집 안 사람들은 자주 그녀가 오던 때를 그리워하며 말을 꺼냈다.

말하기를, 그녀야말로 진정한 술꾼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술을 먹을 때 안주를 먹지 않았고, 늘 하던대로 단숨에 들이켰으며, 먹는 것을 탐하지 않았고, 오직 술의 힘만 원했다.

술집에는 여러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술을 다 마시면 바로 갔고, 언제나 돈을 내고 술을 마셨으며 한번도 외상을 한적이 없었다.

진정 자신만을 즐기며다른 사람일에 참견하지 않는 진정한 술꾼!

 

주인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났다.

술꾼 노파가 변을 당한 그날이, 자기가 술에 물을 타지 않은 바로 그날이 아니던가?

알고보니 화근은 뜻밖에 자신에게 있었구나!

그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으나, 이 인간이 생각하는 도리라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도 없고 분명치도 않은 것이었다.

도대체, 사기꾼이 틀린거야, 아니면 성실한 사람이 틀린 거야?

아니, 어째서 수십년 동안 가짜 술을 만들어 사기를 칠때는 아무일 없이 서로 잘 지내고 술만 잘 마시더니, 성실하게 살려니까 오히려 사단이 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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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옌타이에 갔을 때, 책방에 들러 점원에게 베스트 셀러 유머 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랫더니 소개한 책이 이책인데 책도 작고 볼품이 없어 사오긴 했지만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

헌데 책 내용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개화기 천진항 부두를 무대로 각계층의 기발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짧은 수필 형식으로 쓴 책으로 흥미위주의 잡문이 아니었다.

책을 보다가 중국어 사전에 없는 어휘가 있어, 바이두를 검색하니 뜻밖에 중국 학생들 시험에 이책 문장이 그대로 출제된 것을 발견했으니, 이책은 어엿한 고전이었다.

거기다 2008년 출간된 이래 최근 2017. 6월까지  54쇄를 거듭 찍어낸 베스셀러였으며, 그동안 무려 200만권 이상 팔린 책이었다.

책을 펼처, 한두편의 이야기들을 읽어 보니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었고 가슴이 찡한 이야기도 있었다.

우선 짤막하고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이 전부 짧은 이야기지만) 애틋한 느낌이 드는 주파(酒婆)부터 번역해 보기로 한다

이책의저자 冯骥才(빙기재)는 천진에서 태어난 문학가, 화가로 중국 소설학화장을 역임한 저명한 중견작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