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것으로 하면, 어느 누구도 전일구(甄一口)를 이길 수 없다.
주량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술이든 가리지 않았으며, 어찌 급히 마시는지, 맹렬히고 사납다고 할 정도로 서슴치 않고 마셨다.
그가 맥주를 마실 때는 머리를 쳐들고, 술병을 입 위에 똑바로 새우고 내리 부었으며, 손으로 비스듬히 기울이지 조차 않았다.
마신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술 한병을 위 속으로 쏫아 붓는 다고 하는 게 맞았다.
술이 식도를 통과하되, 절대 기관지로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였다. - 그렇게 안했다간 진작에 숨이 막혀 죽었을 것이다.
그 말고 누가 이런 식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겠는가?
그는 하루 저녁에 맥주 두상자, 24병을 이런 식으로 마실 수도 있었다.
"전 일구(甄:전은 그의 성(姓)一口는 한입에라는 뜻)"라는 유명한 별명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말에 승복하지 않았는데, 말인 즉, 그는 현장(县长)이니까, 술을 마실 때 자기 돈을 쓰지 않으며, 마시고 싶은대로 얼마든지 마실 수 있으니까 그렇지, 이런 식으로 마시는 것은 개도 훈련을 시키면 다 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마시는 방법은 연습으로 될 수 있을지언정, 엄청난 양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고난 천성임이 분명했다.
전일구는 이제까지 한번도 취한 적이 없었다.
전일구는 말했다. "우리 마누라가 말하기를 내가 정말 취하면 깨어나지 못한다고 하더군!"
다른 사람들은 이말을 그저 해보는 우스갯 소리로 알았지만, 그의 마누라 말은 절대로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말은 여기서 잠시 덮어두기로 하자.
어떤 사람이 물었다. - 수십병의 술을 몸 안에 집어 넣었는데 그 많은 술이 죄다 어디로 갔을까?
이 물음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며 술을 마시는 비결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사람이 술을 마시면, 몸 안으로 술이 들어가게 된다.
들어가기만 하고 빠지지 않을 리가 없지 않는가? 배가 얼마나 크길래 2~30병의 술을 넣을 수 있단 말인가?
몸 안의 술은 반드시 배출되어야 하며, 속된 말로 술을 빼내야(出酒) 한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술을 빼낼 수도 있어야하는데, 술을 빼는 부위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오줌으로, 즉 아랫 부분으로 술을 빼내며, 어떤 사람은 반대로 토함으로서 윗 부분으로 술을 빼낸다.
또 어떤 사람은 땀으로 술을 빼내는데, 온 몸의 땀구명에서 술을 발산하는 것이다.
납세국의 어떤 국장은 술을 마실 때, 반드시 수건을 한뭉치 가져가 땀을 닦는데, 술자리가 끝나면 수건은 마치 술독에서 끄집어 낸 것 같아졌다.
전일구는 그런 것들이 모두 아니었다.
그에게는 다른 절묘한 것이 있었으니 ---- 바로 발로 술을 빼내는 것이었다.
그가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발이 뽀송뽀송하고, 술을 마실 때는 발이 축축했다.
발에서 발산된 것은 땀이 아니고 술이었던 것이다.
위쪽에서 입으로 들어오는 술이 많아지면 아래쪽에서 발을 통해 나오는 술도 많아졌다.
그는 매번 술자리에 갈 때마다 견직양말과 가죽구두는 절대 신지 않았고, 반드시 면양말고 천으로 된 신발만 신었다.
가죽구두는 술이 빠지지 않아 답답했으나, 천으로 된 신발은 술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의 수행원은 술자리가 있기 전, 그의 좌석, 발이 있을 곳에 작고 두꺼운 모직 담요를 미리 깔아 놓았는데 술을 잘 흡수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매번 술자리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지면 그의 두발은 마치 술로 된 하천을 건너온 것 같았다.
그가 집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일이었다.
발에 남아있는 술을 물에 담궈 깨끗이 없애기 위함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술에 곤드레 만드레 취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일구의 두발은 한번도 무좀에 걸린 적이 없고 매끌매끌, 하얗고 보드러워서 마치 부인의 발 같았다.
어느날, 전일구가 상부에서 소집한 회의에 갔다가,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려하는데, 어떤 상사가 "남아서 식사도 하고 얘기나 하자"며 잡았다.
이 상사는 그의 "직속 관리자"로 자기 출세의 사다리가 그의 손 안에 있는 사람이라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그러마고 했다.
그의 수행원이 그에게 말했다. "현장님, 오늘은 조금 조심하셔야 합니다. 헝겊 신발도 안신으셨고, 담요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전일구가 말했다. "나도 기본이 있어!"
하지만, 식탁에 술이 올려지자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전일구가 양으로 제압하며 받아넘겼으나, 이 지도자의 주량도 보통이 아니어서 일진 일퇴 맞 받아 넘기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상사가 일곱 여덟잔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르자 신바람이 났다. 거기에 다시 일곱 여덟잔을 더 마시자 목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그에게 말했다. "모두들, 당신의 유명한 별명, 전일구에 대해서 말하던데, 맥주를 마실 때, 입과 병입구를 마주대고 단방에 마신다면서요?
오늘 정말 그런가 내 두눈으로 똑똑히 직접 봐야겠소. 그렇게 안하면, 그건 바로 나를 무시하는 거요!"
전일구는 납작 업드릴 수 밖에 없으니, 안마시갰다는 말을 할 수 없었고, 그건 김히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한 상자의 맥주가 상위에 올라왔다. 이어서 박스를 열고 병마개를 땄다.
두사람은 전일구가 맥주 한병을 마시면 상사가 바이주(白酒)를 작은 잔(盅)으로 한잔 마시기로 서로 합의했다.
상사의 술은 어지러운 틈을 타서 반 이상 엎질러졌지만, 전일구의 술은 명실상부한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그는 맥주 한병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더니 머리를 뒤로 제끼고 손목을 꺾었다.
병 입구가 입 위에 올라가자 입술은 미동도 안한채 목과 일직선이 되면서, 순식간에 가득했던 술 한병이 뱃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다시 손목을 까딱 움직여 빈 술병을 탁자에 놓았다. - 이런 주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상사는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정말, 드문 인재야!"
그는 손 닿는대로 새로 한병을 잡고 "탕" 소리가 나게 전일구 면전에 내려놓고 소리쳤다.
"다시 한병! " - 그것은 칭찬이면서 허락이고, 동시에 명령이기도 했으며, 세상 넓은 것을 보려는 그의 열망이기도 했다.
이렇게 한병, 한병 비워져갔다.
오래지 않아. 전일구는 발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고, 이윽고 발이 뜨거운 것에 데인 것처럼 자작자작 불편해졌다.
그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 발로 술을 빼내야 하는데 가죽구두는 물이 빠지지 않으니, 어떻게 하지?
해답을 알아내기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머리는 이미 사리판단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일이 끝나고 전일구의 수행원이 말하기를, 현장의 가죽구두를 벗기자 구두 짝마다 안에 한병 정도는 족히 될 술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전일구는 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문득 그의 마누라가 한 말이 떠올랐다. - 정말로 취하면 깨어나지 못한다.
헌데, 그의 마누라는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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