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수필, 단편소설

빙오야(冯五爷: 빙씨네 다섯째 어르신)

빙오야는 절강성 닝보(宁波) 사람이다.

빙씨 집안은 두 종류의 인물을 배출했는데, 하나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학문을 하는 사람이다.

빙씨 집안 사람들은 총명하고 머리가 마치 광동성 사람이 상아공에 새긴 다섯겹 조각 같아서 한츰, 또 한층, 매층마다 여러가지 스타일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래서, 빙씨 집안 사람들은 장사길에 나서면 거부가 되었고, 공부를 한 사람은 글 솜씨가 뛰어나서, 높은 관리가 되었다.

빙오야는 오남이녀의 막내로, 그의 몇몇 형남들은 멀리 상해, 천진에 나가 공장을 하거나 장사를 해서 벌써부터 가업을 세웠고 확실한 기반을 잡고 있었다.


유독 빙오야만 집에서 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강에 사는 붕어를 닮아서, 뼈가 가늘기가 생선 가시같고, 살은 부드럽기가 생선의 배 같았다.

한마디로 돈을 벌어 크게 재산을 일으킬 상은 아니었고, 반대로 글재주를 뽐낼 자질이 있었다.

그가 공부한 책들을 당신은 기껏 읽는 것에 그칠 터이나, 그는 깡그리 외웠고 이런 능력은 송나라때 왕안석 정도나 갖고 있었을까?

그가 말하는 것은 그대로 명문장이 되었고, 그가 붓을 들면 그대로 꽃이 피어 났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당대의 빙씨 집안 자식중에서 이 다섯째 나으리가 제일 출중하다고 했다.


빙오야가 스믈다섯이 되던 해에 부모가 돌아가시자, 그는 집과 땅을 처분하여, 가족들을 이끌고 천진으로 왔다.

그가 천진에 온 것은 형과 친구에게 의탁해서 자기 뜻을 펼쳐보기 위함이었다.

그는 기개가 높았으나, 천진은 항구도시로 붓은 장부를 기장하는데만 쓰였고, 공부를 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자연히 공부하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예를 들어 땅바닥에 금덩이와 책이 떨어져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줏을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크게 돈을 모은 것을 보자 빙오야도 부러워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고, 세상에 나가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중국인이 돈을 벌려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음식점을 하는 것이다.

자고로 백성에게는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백성들은 기꺼이 먹는데 돈을 쓴다.

하루 세끼의 밥을 챙겨먹지 않으면, 다리가 약해지게 되니까, 결국 돈은 모두 음식점 사장에게 흘러가는 것이다. 

천진의 돈은 모두 상인들의 손에 쥐어져 있고상인들의 거래는 거지반 음식점 식탁위에서 이루어 진다.

게다가, 천진은 소금이 나는 곳이라  음식을 짜게 먹으며 닝보 역시 음식이 짠 편이라 입맛이 서로 잘 맞았다.

그래서 빙오야는 닝보 풍미의 음식점을 내기로 결정하고, 마쟈코우(马家口) 번화한 곳에 적당한 땅을 찾아  집을 짓고 "상원루(状元楼)"라 이름 지었다.


길일을 댁해 편액과 오색 실을 걸고, 폭죽울 터뜨리며 음식점을 개업했다.

빙오야는 꽃무늬가 있는 남색 두루마기를 입고 가슴에는 반쩍이는 금 시계줄을 늘어트리고, 머리 한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머리 기름을 발라 전형적인 사장 모습으로 차리고 홀 한가운데 서서 손님을 맞으며 여러 방면의 일에 대처했다.

공부를 한 사람은 예절을 중시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젊잖고 인연을 중시하는 법이다.

게다가 상원루는 천진에 하나밖에 없는 닝보 음식점이었다.

바다 생선이나 민물새우는 모두 천진인의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식품인데, 이것들이 닝보 주방장의 손을 한번 거쳐가면 살아있는 생선이나 새우보다 더  신선해졌다.

이때문에 개업이후 매일같이 자리가 꽉꽉 차고 저녁에는 다시 판이 바뀌어 새로운 무리의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돈이 넝쿨째 들어와 돈 상자로 들어가는 것이 뻔히 보였고 빙오야는 좋아서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길어지는데도 벌리는 돈은  결코 많지 않았다.

빙오야는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매일 매일 돈이 뭉텅이로 들어와, 마치 새떼 처럼 날아들어오는데 도대체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얼마 후에 다시 장부를 보니 "헉" 오히려 적자가 났을 줄이야!


어느 날, 닝보에서 데려온 허드레 일을 하는 하인이 그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말해주었다.

주방에 있는 닭, 오리, 생선, 고기들이 손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얼마 안되고, 대부분은 주방 사람들이 토막을 내어 담 밖으로 던지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받아 간다고 했다.

상원루가 얼마나 돈이 많길래 이렇게 매일 담 밖으로  던지는 것을 견뎌낸단 말인가?


빙오야는 격노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았다.

자기 머리 속에 줄줄 외우고 있는 <24사(二十四史: 사기, 한서, 삼국지등 24가지 역사책)>에는 이런 요리 접시나 나르는 하찮은 무리들을 다스릴 방법이 어찌 나와있지 않을까?. - 답은 바로 모두 잘라버리는 것일 뿐.

그는 닝보 고향에서 데려온 뚱뚱이 주방장만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모조리 쫏아냈다.

화근을 제거하려고 사람들을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후원 담장에 전기 철망까지 설치하고나서, 이젠 아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장부는 여전히 적자였으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또 하루는 상원루 인근에 사는 한 노파가 그에게 귀속 말로 알려주었다.

매일 오후 쓰레기차가 와서 방울을 딸랑달랑 흔들면, 상원루에서 7~8개의 쓰레기 통을 들고 나오는데 위쪽은 얇게 쓰레기로 덮어놓았지만 그 아래는 전부 깡통에 가득 담긴 저린 생선과 좋은 술, 좋은 담배라고 했다.

미리 짜고, 안팎으로 결탁하여 이런 방법으로 물건을 빼돌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돈을 쓰레기통에 담아 매일같이 실어 내고 있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빙오야는 어느 날 오후 쓰레기통을 뒤집어 조사해 보았는데 과연 사실이었다.

그는 대노하여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바꾸었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었는데도 장부상의 적자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빙오야는 자신이 결코 무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매일 음식점에 오면 두눈을 크게 뜨고 안팍을 꼼곰히 살피며 한번씩 순시했는데 별다른 잘못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문인 성품의 그가 상상속에서 날을 보내고 있는데, 정말 생활은 만화경 속의 그림같이 되어버렸다.

바로 "저 혼자 똑똑한줄 아는 멍청이"가 바로 그것이다.

상원루는 마치 바람 빠진 가죽 공이 되어버렸는데, 공기가 새면서 누가 봐도 쇠퇴해가는 것이 뻔히 보였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란 기가 살아야 하는데 기가 새고 있으니 어느 누구도 방법이 없었다.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더욱 더 줄어들었고, 부수입이 없어지자 종업원들도 흩어졌다.

어느 때는 홀의 반만 불을 켜 놓을 때도 있었다.


빙오야는 속으로 조금은 불복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어느 날, 신변의 심부름하는 아이가 바깥에서 떠도는 말이라며 그에게 말해 주었다.

상원루에서 제일 큰 도적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고향에서 데려온 뚱뚱이 주방장이라고 했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도둑질에 중독되어, 하루도 훔치지 않는 날이 없으며, 훔치지 않을 때가 없고, 훔치지 않는 물건이 없다고 했다.

매일 저녁 집에 갈 때, 반드시 뭔가 훔쳐가는데, 훔치는 기술이 너무나 높은 수준이라 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했다.


빙오야는 그 말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이 뚱보 주방장은 고향에서 자기 아버지에게 밥을 해주던 사람이고, 뚱보 주방장의 부친은 자기 할아버지에게 밥을 해주던 사람이었으니 그 집안의 뿌리는 오래 전부터 빙씨 댁에 있었지 않나?

만약 그가 도적이라면 세상에 도적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빙오야가 결국, 두해동안 장사를 한 것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 그는 가짜 웃음이 진짜 웃음보다 많았고, 들려오는 거짓말이 참말보다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마음이 의심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날 밤, 상원루 문을 닫아야 할 때쯤, 빙오야는 심부름하는 아이와 홀 앞에 등의자를 갖다 놓고 바람을 쐬는 척, 앞을 보고 누웠다.

말은 바람을 쐰다는 거지만 실은 도적을 잡기 위함이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뚱보 주방장이 화로의 불을 끄고 막 집에 가려고 주방 뒤쪽에서 나왔다.

그는 맨머리에 웃통은 훌렁 벗고, 아랫도리는 커다란 하얀 빤쓰를 입고있었으며, 다 해진 헝겊 신발을 질질 끌고  어깨에는 땀 수건을 한장 올려놓고, 손에는 종이 등롱을 하나 들고 있었다.

그는 사장을 보자, 결코 다급히 빠져나가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걸음을 멈추고 서서 말했다.

그런 그의 태도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 두눈 똑똑히 뜨고 봐! "


빙오야는 입으로 얼렁뚱땅 얼버무리며 문인의 예리한 눈으로 그를 위 아래로 샅샅히 훑어 보았는데, 마음 속으로 헤아리기를  --  이렇게 머리도 웃통도 훌렁 벗고 있는데 어디에 쑤셔 놓고 감출 데가 있을까?

해진 신발 속에는 담배 한곽 넣을 수 없을거야! 등롱도 밝게 비치니까 그 안에 무얼 넣는다면 금방 밖에서 보이겠지.

빤쓰가 헐렁한데 대청에서 왔다갔다 할 때 바람이 휙휙나고, 넓적 다리와 엉덩이 윤곽이 고스란히 들여다 보이는 걸로 봐서 뭘 어쩌겠나?

혹시 어깨 위에 얹은 땀을 닦는 수건에 뭘 싸갖고 있는건 아닐까?

마음 속으로 의심이 버쩍 들었는데,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미 주방에서 어깨의 땀을 다 딲았다고 했다.

그는 수건을 잡아채서 아이에게 주며 말했다.

"밖이 시원해졌으니 이렇게 큰 수건을 갖고 갈 필요가 뭐 있겠니? 귀찮겠지만 너 이걸 후원에 있는 빨래줄에 갖다 걸어 놓아라."


그는 말을 마치자 빙오야에게 인사를 하고 등롱을 들고 거들먹거리며 걸어갔다.

빙오야가 아이에게 수건을 펼쳐보게했으나,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 하마터면 좋은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울 뻔 했다.

하지만 날이 밝자  아이에게 들려온 소리는 뚱보 주방장이 어제 밤에 써먹은 수법은 바로 등롱에 있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양초를 꽂은 받침대는 목재가 아니고 얼려서 둥글게 깎은 고기였으며, 그 고깃덩이는 두근은 족히 나간다고 했다!

어느 누가 허를 찔러, 빙오야의 눈 앞에서, 등을 비춰가며 거드름을 피우며 들고 갈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절묘하다!


빙오야는 그 말을 듣고 삼일 동안 종일 말이 없었다.

그는 사일째 되는 날 상원루의 문을 닫았다.

어떤 사람은 그에게 다시 문화계로 돌아와 계속 공부를 하라고 권했으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공부를 하려면 책을 믿어야 한다.

그 같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조차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과 능력의 차이가 분명치 않다면, 어찌 공부를 할 생각이 나겠는가? 


- 冯骥才(펑지차이)作 - 속세기인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