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 사람은 먹는 것과 즐기는 것을 중시하고, 입는 것을 중시 하는 것은 상해 사람에게 넘겨 주었다.
상해 사람은 겉모양을 중시하지만, 천진 사람은 실속을 중시하기 때문에 먹어서 배 부른 것을 제일로 친다.
천진 사람이 말하기를 의복을 잘 입는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오, 고기를 먹는 것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함이라 하였다.
상해 사람은 이에 대해 능라비단을 입는 것은 자기의 아름다움이지만, 산해진미를 먹는 것은 남에게 으시대려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천진 사람이 반문한다 : 그러면 구부리(狗不理)만두는? 누가 보라고 먹는건가? 누가 먹든 맛있는데.
천진 사람이 먹고, 즐기는 것은 모두 비싼 것이 아니다.
먹는 것은 식욕을 채우면 되고, 즐기는 것은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천진 사람이 먹는 것중 세가지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18번 가의 꽈배기, 얼둬옌(耳朵眼: 음식점 이름)의 튀긴 찹쌀떡 그리고 구부리 만두이다.
그것들이 무슨 국수나, 사탕이나, 고기가 아니지 않나?
즐기는 것 중 중요한 세가지는 泥人 (진흙 인형), 风筝魏 (여러가지 모양의 연), 杨柳青年画 (설날에 붙이는 중국전통그림) 이다.
이것도 기껏, 진흙 덩이, 종이 위에 여러가지 색칠을 한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
그것은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니고, 옥도 아니고, 비취도 도 아니며, 상아 또한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료가 아니라 손재간인데 진흙 위든, 종이 위든, 풀 위든, 천 위든 불문하고 절묘한 재주를 가진 장인의 손에 일단 들어가면, 그것이 천상에서 떨어져 내려온 보배 같이 된다는 것이다.
운하 변에서 만두를 팔던 구자(狗子: 개)는 그해에 그의 아버지를 따라 우칭(武清)에서 천진으로 왔다.
그의 정식 이름은 고귀우(髙贵友)였으나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의 아버지만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의 아버지가 매일 그를 부르던 아명, 구자(狗子)라고만 알았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이이들이 잘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 천한 이름으로 불렀다.
개, 개가 남긴 것, 딱따기(야경꾼의), 둘째 바보, 뾰루지, 등등
이렇게 한 이유는 염라대왕에게 해당 인물이 아닌 것으로 들리거나, 맘에 안들게 또는 생각치도 못하게 해서 잡혀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시 안에서는 누구든 이 구자(개), 본인을 부를 때, 시킬 일이 있을 때만 어쩔 수 없이 불렀다.
사람들은 그의 아버지 이름 역시 몰랐고, 그저 고씨 성이라는 것만 알았기 때문에 그를 고씨(老高) 라고 불렀다.
구자는 시무룩하고 말이 없었는데, 말 없이 입을 봉하고 있는 사람이라하여 마음 속으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 고씨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파는 만두는 밀가루 피로 얼마간의 소를 싼 것인데, 피는 두껍고 소는 작았으며, 소에는 고기는 적고 야채만 많았다.
이 만두를 부두 머슴으로 고용된 막노동하는 짐꾼들에게 독점적으로 팔았다.
중노동을 하는 노무자들은 얼마간이라도 고기를 먹어야 했기 때문에 당시는 피가 두꺼우면 저항을 받을, 수 있는시절이었다.
어쨋든 사람들이 먹어주니, 돈을 벌 수 있었고, 그 돈이 얼마가 되었든 식구들을 먹여 살릴만 하게 되자 그의 아버지는 염라대왕에게 불려가 머리를 조아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의 집 만두는 그저 그랫지만, 고씨가 살아있을 적엔 고씨가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고씨가 저세상으로 가고 나서는 구자(개)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대갓집 뒷 거리 내장볶음을 파는 가게에서 내장탕을 마셔왔는데, 바로 그 내장탕과 갈비탕을 넣고 소를 버무려 맛을 시험해 보았다.
그밖에, 그는 큰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의 샤오마이에서 고기 소 밑에 고인 오묘한 육즙을 먹어보기도 했다.
* 샤오마이((烧卖:고기 야채를 넣고 얇은 밀가루 피로 빚은 만두 비슷한 음식)
바로 거기서 만두의 육즙 아이디어가 떠 오른 것이다.
보다 매끄럽고, 보다 맛있고, 보다 사림들 입맛을 꼭 만족시켜주도록, 그는 바로 소를 쌀 때, 그 위에 작은 돼지 기름을 올려 놓았다.
그 밖에, 만두 모양애 어떻게 살아있는 꽃을 얹어 놓을 것인가 고심한 끝에, 만두 피를 꽉꽉 눌러서 주름을 여러개 접었다.
동그라미 하나에 열여덟개의 주름, 그것은 꽃송이처럼 보였다.
육즙 가득한 자루를 한입 베어물면, 입안 가득 신선함이 퍼지고...
이 새로운 만두가 시장에 나오자, 마치 포대에서 포를 한방 쏜 것처럼 큰 소리가 하늘을 저르르 울린 것 같았다.
매일 매일 만두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매일 매일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구자는 더욱 바빠졌고, 덩달아 그의 가게 전부가 바빠졌지만 그는 도와줄사람을 들이지 않았는데, 그의 밑천을 모방할까 겁을 내서였다.
너무 바빠지자, 그는 문 앞에 젓가락 한광주리와 커다란 사발을 겹겹이 쌓아두고 만두를 사러 오는 사람에게 사발에 돈을 던져 넣게했다.
구자가 돈을 보면 바로 옆에 있는 돈 통에 돈을 붓고 사발 안에 열개든 여덟개든 만두를 담아주면 끝나니, 말 한마디 할 필요가 없었다.
누가 그에게 물어보아도, 그는 역시 대답이 없었다.
어찌 한가한 틈이 있었으랴? - 대답을 하다보면 쓸데 없는 말이 길어 질텐데...
"구자는 글쎄, 사람도 쳐다보지 않는대!" (狗子行呵,不理人啦!)
다른 만두 가게에서는 잘됫다 싶어 그를 욕하면서 "개도 안쳐다 본다(狗不理:구부리)"고 했는데그의 만두가 으스러지기를 바라며 욕한 것이다.
구자의 만두는 원래 이름이 없었으나, 이렇게 되자 오히려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만두를 바로 "구부리(狗不理)"라고 부르게 되었다.
비록 욕에서 비롯된 이름이지만 유명하게 된 것이다.
천진은 관(官)과 상(商) 두 세력의 세상이다.
이름을 날리려면 반드시 관청과 시장의 입맛에 맞아야 했다.
시장부터 말해 보자. 시장에 이름이 나면, 당신의 장점 유무부터 본다.
좋은 일은 집 문턱을 넘어가지 않으나, 나쁜 일을 천리 넘개 퍼지는 법.
좋은 이름은 별 관심을 끌지 못하나 욕이 들어간 이름은 사람마다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구부리"가 욕 이름이다 보니 재미 있고, 웃기며, 말하기 좋고, 전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웠다.
그 안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고, 구자의 만두 또한 기막히게 맛있으니 구부리라는 욕 이름은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우뚝 선 큰 이름이 되었다.
그럼 관(官)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세갈래로 갈라진 하구에는 두세개의 병영이 있었고, 병사들 모두가 구부리 만두를 좋아했다.
이해에 직례총독(直隶总督) 원세깨가 천진에 왔다.
병영의 관원들이 원세계를 영접하면서 원대인은 매일 산해진미를 먹느라 진작 질렸을테니, 오히려 두 찜통의 구부리 만두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구가를 사켜서 육즙도 더 넣고, 고기도 더 넣고 정성껏 만들어 두찜통 준비하고 있다가 점심식사때 뜨거운 상태로 가져오게 하였다.
구자는 돈을 써서 병병 사람을 구워삶아, 원대인의 식사 시간에 제일 먼저 구부리 만두부터 올리게 했다.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 첫입에 들어가는 것은 항상 맛있는 법이다.
원대인이 한입 먹자 입안 가득 육즙이 흘러나왔고, 입속으로 향이 뿜어져 나왔으며, 마음이 기쁘기 그지 없었다.
"나는 평생 이렇게 맛있는 만두는 처음 먹어본다." - 병영 관원은 당연히 큰 상을 받았다.
며칠이 지나서, 원대인이 북경에 돌아가면서, 자희태후(慈禧: 서태후)에게 갖다줄 무슨 희한한 것이 없나 생각하게 되었다.
관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누구나 안다.
원대인도 생각해보니, 태후가 평시애 사해에서 나는 진귀한 것들을 먹으니 생각 나는 게 없었다.
상어 지느러미, 제비 집, 등등... 못 먹는 게 없었다.
아무리 돈을 쓰더라도 태후에게는 신선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며칠 전에 천진에서 벅은 구부리 만두 만 못할 것 같았다.
즉각 북경으로 사람을 보내 정성을 다하여 돈을써서 수랏간 사람을 매수했다.
자희 태후의 점심 식사에 맞추어 뜨거울 때 제일 빨리 올리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도록 신신당부했다.
"이건 원대인이 천진에서 가져와 마마에게 각별히 공경하며 올리는 겁니다."
자희가 한입 먹어보니 향기가 진동하며 육즙이 흐르며, 맹렬한 식욕을 불러 일으켰다.
자희는 계속하여 여섯개를 먹고 다른 것은 먹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하느님도 이걸 먹으면 분명히 맛있다고 헸을거야!"
이 말은 궁 안에서 궁 밖으로 퍼져 나갔으며, 북경에서 천진으로 전해졌다.
귀중한 말을 하니, 천하가 크게 길해지며, 구부리의 명성은 사해에 가득차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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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출신 작가 펑지차이(冯骥才: 1942.2.9~ )의 소설 "속세기인"에 실려있는 단편을 번역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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