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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의사 쑤칠콰이(苏七块:7元)

쑤 의사의 본명은 쑤진산(苏金散: 소금산)이다.

그는 민국 초년(중화민국건국년도 1912년), 소백루(小白楼) 부근에서 의원을 개원했는데, 접골과 외상치료를 했다.

의원은 곧 천진에서 첫번째로 이름을 날렸고, 서양인 마저 경마를 하다가 팔이나 다리가 골절되면 그를 찾았다.

그는 키가 크고 긴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손은 비쩍 말랐지만 힘이 있었다. 또 나이가 오십이 넘었지만 빨간 입술에 이가 하얗고, 눈이 두리두리했으며, 아래 턱에는 염소수염이 한줌 달려있었는데, 기름이 스며 새까맣게 반짝였다.

 

입을 열어 말을 하면 목소리가 가슴 속에서 울려나왔는데, 단전의 기를 내포해서 그런지 멀고 가까운 곳에 똑 같이 저르르 울렸다.

만약 그가 소학교 연극반에 들어 갔다면 틀림없이 김소산(金少山; 1890~1940.중국 경극 연츌가)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원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손놀림은 더더구나 깔끔하고 신속했다.

어떤 사람이 골절과 근육 파열을 입어 그를 찾아 온다면, 그는어찌 하는가?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피부안의 근육을 관통하여 그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즉시 분명하게 꿰뚫어 안다.

그리고, 갑자기 두손을 한쌍의 백조처럼 번개같이 펄럭이면, 들리는 소리는 그저 "철컥철컥", 환자는 미처 통증을 느낄 겨를도 없이, 부러진 뼈가 이어졌다.

이어서 고약을 붙이고, 부목을 대면 환자는 스스로 만족하여 돌아가게 된다.

만약 다시 오는 일이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큰 은혜에 감사한다는 편액을 갖다주러 오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이 능력이 있으면 괴팍한 성미가 있기 마련. - 쑤 의사 역시 유별난 규칙이 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치료를 받으러 오면,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친하거나 멀거나 상관 없이 반드시 먼저 칠콰이(7元)의 은전을 탁자위에 올려 놓아야한다.

그래야만 마지 못한척, 그가 진료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 상대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것도 규칙이랄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바로 규칙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돈만 알고 사람은 모른다고 욕했고, 능력이 칠콰이짜리밖에 안된다고 했다.

이로인해 그를 폄하하는 별명이 만들어졌다. "쑤 칠콰이 (7원)"

그의 면전에서는 그를 쑤 선생님이라 불렀지만, 등 뒤에서는 쑤칠콰이라고 불렀으며 아무도 그의 진짜 이름이 쑤진산이라는 것을 몰랐다.

 

쑤 의사는 마작을 좋아했는데, 어느날 한가할 때, 두사람의 마작친구가 놀러왔다.

셋이면 한 사람이 부족했고, 바로 거리 북쪽,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치과의사 화선생을 불러다 부족한 자리를 채웠다.

막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삼륜차부 장사(张四: 장씨집 네째,- 그냥 흔한 이름이란 의미)가 뛰어 들어왔다.

(三轮车 : 이 시절의 삼륜차란 인력으로 끄는 삼륜 자전거로 작은 짐 운반 수단이다.)

그가 문에 기대고 섰는데, 오른 손으로 왼쪽  팔을 부둥켜 안고 있있었으며, 머리통에서 땀이 흘러, 목 주위 셔츠까지 펑 젖어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넘어져 팔을 다친 것으로 보였고, 몹시 아파했다.

 

삼륜차부는 모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칠콰이나 되는 은전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쑤 의사에게 외상으로 해주면 나중에 반드시 갚겠노라  말했고, 말을 하면서도 통증으로 아이구 아이구 신음소리를 냈다.

어느 누가 쑤의사가 못들은 척하리라고 예상아나 했을까?

그는 패를 잡고 , 패를 던지고, 혹은 기뻐하고, 혹은 걱정하고, 놀라거나, 놀라지 않은 척 하고... 머리 속은 온통 마작판으로만 가있었다.

보다 못해 한 친구가 손가락으로 문 밖을 가리켰지만, 수 의사의 눈동자는 여전히 마작 패를 떠나지 않았다.

"쑤 칠콰이" 이 별명은 바로 이러한 못을 끊고, 쇠를 자르는 것 같은 단호함을 표현한 것이다.

 

치과의사 화선생은 착하기로 이름난 사람이었다.

그는 소변을 보러 간다고 말하고  마작판을 벗어나 후원으로 걸어가, 후문을 나가 거리 앞 까지 갔다.

멀리 문가 옆에 기대고 선 장사를 조용히 손짓해 불러서 품안에서 칠콰이 은전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장사가 얼결에 미처 고맙다는 말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뒤돌아서, 원래 나왔던 길로 돌아온 그는 집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마작을 했다.

 

얼마후, 장사가 비틀비틀 집안으로 들어와 칠콰이의 은전을 "탕"소리가 나게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벨을 누른 것처럼 쑤 의사가 벌써 벌떡 일어나 장사 앞에 가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장시의 팔을 진료대에 올려 놓게했다.

그러더니 몇군데, 안에 있는 뼈를 주물럭 거리더니, 손을 왼쪽으로 잡아다녔다 오른 쪽으로 밀고 아래에서 밀어 올리고 위에서 눌렀다.

장사는 어깨를 뽑히고 목이 눌려지자, 고통으로 두눈을 꽉 감고 이를 악물면서 앞으로도 여러번 이렇게 당하겠구나 마음속으로 예비했다.

바로 이 때 쑤 의사가 말했다. "붙었어!"

 

바로 고약을 바르고 부목을 댄 후에 몇 봉지의 피를 돌게하고 통증을 없애주는 복용 할  가루 약을 주었다.

장사가 더이상 약값을 낼 돈이 없다고 하자, 쑤 의사는 짧게 한마디 했다. "이 약은 내가 주는 거야!"

그리고는 바로 마작 판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마작은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여,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다가 등을 켤 때 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 판을 마쳤고 모두 헤어졌다.

문을 나설 때, 쑤 의사는 삐쩍 마른 손을 뻗어 화 선생을 못 가게 막고 일이 있다며 그를 잡았다.

두 사람의 마작 친구가 돌아가기를 기다려, 쑤 의사는 자기 자리에서 가서 그가 받았던 은전 칠콰이를 꺼내, 화 선생 손에 쥐어주었다.

화선생이 놀라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화선생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소. 나를 마음이 선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지 말아 주시오. 나는 단지 내가 세운 이 규칙을 바꾸지 못하는 것 뿐이오!"

 

화선생이 이말을 가슴에 안고 돌아와 삼일 동안 밤낮으로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이 말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이번 일과, 이런 이치, 이런 인간에 대하여 탄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