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4일.
늘 그렇듯 격주 토요일마다 나는 어머니가 일년 가까이 누워계신 여주 가남 요양병원에 간다.
이날은 날씨가 너무 좋고, 들판에는 누렇게 벼 이삭이 익아가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너무 멋있어 일부러 카메라를 가져갔다.
가는 길은 서초동에서 총 69km. 일반도로를 이용하는데, 성남 - 광주 - 곤지암 - 이천이 나오고, 이천에서 다시 17km를 계속 충주 가는 길을 따라 직진하면 된다.
병원에 가는 길은 나혼자만의 시간이다.
언제나 나는 꼬마 자동차 모닝을 몰고 가는데, 라디오를 들으면서 가면 졸립지도 않고 골라 들으면 방송 내용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클래식에서 팝송,또 여러 사람의 수많은 사연과 벼라별 정보가 다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듣다보면 아무리 차가 막혀도 지루하지 않게 갈 수있다.
한시간 반정도 지나서, 엉덩이가 뻗뻗해 질때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논 한가운데 하얀 병원건물이 서있다.
나는 곧장 3층 어머니 병실에 올라가 그동안 차도가 있나 찬찬히 얼굴울 들여다 보는데 늘 변화가 없으시다.
하지만 비록 아무 말씀도 못하시지만 눈을 깜박이는 것이 조금 더 원활해졌다는 느낌을 위안삼고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온다.
기끔 만나보는 주치의는 늘 말하기를 연세가 많으시니 더이상 회복되지는 않으며 서서히 나빠져가는 중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저 얼굴을 뵙고 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오늘은 가을 - 만물이 결실을 맺는 풍요로운 계절이니 좋고,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좋고...
어차피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하는 것이 모두 운명이다.
이런 일들을 담담히 받아들리는 것 밖에에 다른 수가 있을수 없으니 안타까울 것도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넓은 이천 평야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데 시골 길에는 차도 별로 없고 그저 조용하기만하다.
한가하고, 담담하고, 변회 없는 어찌보면 재미 없는 가을 나들이. - 하지만 나는 이 짧은 여행이 좋다.
요양병원 전경
병원 마당에서 보이는 들판
병원에 들어오는 소로.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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