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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어머니 만나러 가는 날.

아침 8시 30분 집을 나섰다.

오늘은 주치의 면담을 예약했으니 일찍 떠나야 한다.

모닝 차. 좁디 좁은 공간이지만 나 혼자 떠나는 간단 한 여행이니 만큼 홀가분하다.

어머니가 계신 여주 베스트 병원까지 정확히 67km, 소요시간 한시간 반 내외.

나는 늘 하는 대로 라디오를 켜고 이 방송 저 방송 골라 들으며,  서초동- 성남- 광주 - 이천- 베스트 병원 길을 달린다.

 

나는 이길이 좋다.

이 짧은 여행이 힘들고 마지못해 하는 일이었다면 이렇게 자주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라디오에 나오는 여러가지 잡다하고 재미있는 얘기를 들으며 우리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비록 가봐야 의식도 없고 그저 눈만 껌뻑껌뻑 하시는 어머니를 볼뿐이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는게 좋다.

 

가면서 듣는 라디오.

전원주택 그중에서도 이동주택 얘기부터 뉴스 해설 가족간의 사소한 살아가는 얘기 등등....

차는 성남 터널을 지나 광주로... 거기서 곤지암으로....이천으로...

 

이천을 가는 마지막 고개를 넘으면 죄그마한 이천 도립병원이 보인다.

우리 어머니가 정신이 남았을때  마지막으로 갔셨던곳.

초라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MRI 시설도 없는 시골 병원.

거기서 두달이나 혼수상태로 지내셨지.
나는 거기도 정이 들어서 꼭 친척집 같은 기분을 느낀다.

거기 의사들도 참 잘해 주었고 똥도 싸고 하는 우리 어머니를 다른 환자들도 별 불편없이 대해주어서 고맙다.

 

여기서 17km를 더 가야한다.

거기서 부터는 길이 한가해서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다.

나는 라디오 다이얼을 계속 바꾸어가며 간다.

원주kbs,국군 방송, 대전 mbc....

FM으로 들으려니 자꾸 잡음이 나서 다이얼을 바꾸어야한다.

 

병원에 도착.

116호실 창가에 누워계신 어머니.

아무리 말을 시켜도 대답은 없고 그저 눈만 껑뻑껌뻑 하신다.

그래도 좋다. 잠시나마 같이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주치의는 아들또래의 젊은이 였고 친절히 열정적으로 환자의 현황을 설명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

환한 이천 평야를 거슬러 되돌아 오는 길.

나는 큰 숙제나 한듯 기분 좋게 운전을 한다.

"치매 걸린 우리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신들 뭐가 안타까을까. 살만큼 사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