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번 여행에서 드믈게 오래 있었던 나라 우즈벡을 떠나 키르기스스탄 오쉬로 가야한다.
키르기스스탄을 가려면, 이곳 타시켄트에서 389km 거리에 있는 국경도시 안디잔 (Andijon)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22km 떨어진 키르기스스탄국경을 넘어야한다.
호텔 직원에게 안디잔을 가려면 어디서 차를 타야하는지 지명을 이나라 말로 적어 달라고하여 택시 운전사에게 보여주니 금새 알아보고 데려다 주었다
시외로 가는 차들이 있는 정거장은 상당히 넓었고, 많은 승용차가 빼곡이 서 있었는데, 우리가 택시에서 내리자 삐끼들이 벌떼같이 길을 막았다.
십여명이 달라들어 서로 자기 차를 타라고 하는데, 그중에는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 그의 차를 타기로 했다.
그와 택시값을 흥정했는데 그는 안디잔까지 27만숨을 불렀고, 우리는 25만숨에 가자고 하며 서로 양보 없이 한참 실랑이를 했다.
그는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오천원밖에 안되는 돈을 뭘 깎으려고 하느냐?"고 했고 결국 26만숨에 안디잔을 지나 국경 초소 앞까지 가기로 했다.
덩치 크고 착하게 생긴 기사의 이름은 "알리"라고 했고 내가 전체이름이 뭐냐고 뭐냐고 물으니 한국 사람은 발음이 안되니 그냥 알리라고 부르라며 웃는다.
실로 오랫만에 우리 일행 아닌 사람과 한국말을 하며 차를 타고 가니 기분이 좋았다.
가면서 이것 저것 얘기를 나눴는데 그는 한국에서 7년 정도 일했다고 하며, 주로 대구, 김포등 아파트 공사장과 시골 농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집도 사고 우리가 타고 가는 이차 - 대우 라세티-도 샀다고 한다.
우즈벡에는 대우 자동차 공장이 있어 유난히 대우차가 많이 돌아다녔고 기사들 평도 좋았다.
한국에서 일할 때 힘들지 않았느냐 물으니 힘든건 별로 없었는데 자기는 무슬림이라 음식이 안맞아 고생했다고 한다.
사장이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어도 자기는 소고기만 먹었노라고 자랑해서 그 비싼 소고기를 어떻게 먹었느냐고 물으니, 매일 뚝배기불고기만 먹었다며 쑥스러워 했다.
기회만 되면 다시 한번 2~3년쯤 한국에 가고싶다고 하면서, 한국 십장이 개인돈으로 우즈벡 오는 비행기표도 사준 적이 있어 고마웠다고했다.
알리가 모는 쿠션 좋고 편안한 라세티를 타고 출발한 시간은 9시 50분.
그동안 털털거리는 오래된 구소련제 깡통차를 주로 타다가 제대로 된 근사한 대우차를 타니 절로 호강하는 기분이 들었다.
타시켄트를 벗어나 한시간 정도 달리자 그동안 익숙해졌던 평평하고 메마를 사막 풍경이 사라지고 험준한 산악지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천산산맥 줄기인지 나무도 별로 없는 높고 황량한 산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그아래 펼쳐진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들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안디잔이 멀지 않은 곳에 높은 언덕이 있었는데, 차가 급경사 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니 꼭대기에 작은 후계소가 있었고 지나가던 차들이 모두 서서 잠시 쉬어갔다.
우리도 잠시 내려서 구경을 했는데 거칠고 삭막한 풍경이지만 툭 트인 전망이 시원했고 웅장한 자연이 그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오후 5시 30분, 안디잔 시내를 들리지않고 외곽 도로로 우회하여 국경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했다.
타시켄트를 떠나 7시간 30분만에 왔는데, 오면서 점심 먹고 쉬고 하느라고 한시간 정도 걸렸으니, 약 400km의 거리를 여섯시간 반정도 걸려서 온 셈이다.
오는 동안 정이 들어, 팁 주는 셈 치고 알리가 처음 불렀던 27만 숨을 다 주자 그는 고마워하며 한참이나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돌아갔다.
우즈벡 출입국 사무소는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한산했고, 수속을 받는 사람이라곤 우리 일행과 카나다에서 왔다는 청년하나가 있었을 뿐이다.
나는 혹시 시간이 늦어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퇴근해버려 오늘 출국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여권을 제출하고 출국 수속을 하는데 군복을 입은 담당자는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헸는데도 다시 배낭 속의 물건을 모두 꺼내보라했다.
그동안 여러번 육로 국경을 통과해 보았지만, 배낭의 짐을 꺼내 보인 경우는 처음이었고 나는 터키 바자르에서 산 신문지에 싼 작은 술잔들을 하나하나 보여줘야했다.
우리에게만 그러나 싶어, 바로 앞에서 수속을 밟고 있는 캐나다 청년을 보았더니, 그역시 배낭 속의 너저부레한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전부 꺼내 보여주고 있었다.
하하, 출국하는 건데 어찌 이렇게 심하게? - 가난한 우즈벡에서 무슨 보물이라도 훔쳐갈까봐 이러나 싶어 화가 났지만, 내색은 할 수 없었다 -
우즈벡 출국 수속을 마치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철망으로 둘러쳐진 키르기스스탄 국경 사무소로 가서 입국 수속을 했다.
여기도 군복 차림의 관리가 우리를 맞았는데 한사람씩 철망을 따라 걸어가서 입국 수속을 하려니 마치 전쟁터에서 국경을 통과하는 기분이 들었다.
키르기스스탄이 우리나라와 노비자 협정을 맺은 국가여서 그런지, 별다른 까다로움 없이 수월하게 입국 수속을 해 주었다.
두나라 출입국 수속을 마친 시간은 6시. - 통과객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까다롭기는 했어도 전체 수속이 30분만에 끝났으니, 신속했던 셈이다.
출입국 사무소를 나와 택시를 타고 오쉬 시내로 갔다.
키르기스스탄 풍경도 우즈벡과 별로 다르지는 않았는데 키르기스스탄은 우즈벡 보다도 더 낙후된 것 같았다.
국경 도시인 오쉬가 인구 256천명의 우즈백 제2의 도시라고 하는데 도시 전체가 어두웠고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으며 집들도 대개 허름했다.
우리는 국경 사무소에서 택시를 타고 얼마 떨어지지않은 시내, 허름한 호텔에 가서 짐을 풀었다.
아침 식사는 없지만 하루 숙박비 일인당 6불, - 방이 좁고 화장실도 공용이나 가격 대비그런대로 괜찮았고 창너머 슐레이만 산이 보였다.
우즈백 - 키르기스스탄 국경마을 (뒤에 보이는 산이 키르기스 땅이라고 한다)
타시켄트에서 우리가 묵었던 작은 호텔
숙박비도 싼데 아침 식사가 너무 잘 나왔다, (아침식사 포함 호텔 숙박비 일인당 12불 정도)
시외로 나가는 정류소 (안디잔으로 가는 차를 여기서 탄다).
수박 참외를 파는 노점상 (큰 수박이 우리돈 2천원 정도)
타시켄트 근처 농촌 풍경
타시켄트 외곽 거리 풍경
안디잔 가는 도로 표지판
안디잔으로 가는 길 (슬슬 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열심히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
언덕 정상에 날아가는 독수리 상이 있다.
사과가 맛도 있고 값도 기막히게 쌌다.
정상에서 알리와 함께.
안디잔 근처 점심을 먹은 레스토랑
이런 푸짐한 양꼬치가 값도 싸다.
수박 참외가 엄청나게 크다. (값은 한국의 1/10 정도 되는 것 같다)
국경 근처 유원지
국경 근처 말 방목지
국경 근처 작은 마을
국경 마을
국경선 - 담장 안이 키르기스스탄이다.
우즈벡 출입국 관리소 (이 문을 통과하면 도로 나올 수 없다)
키르기스 거리 풍경
오쉬 외곽지역
오쉬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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