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타시켄트 행, 오전 8시 기차표를 끊어놓았음으로 초르미노를 보고 떠나려고 새벽에 일어났다.
새벽 5시, 어스름한 시간에 아무도 없는 부하라 거리를 걸어 골목길을 따라 초르미노를 찾아갔다.
허름한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초르미노는 지붕 네개가 사슴뿔처럼 솟아있는 이상한 건축물인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고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매표소는 물론 안내판하나 보이지 않았는데 이런점이 오히려 자연스랍게 보였으며 오래된 종교시설이 주민생활의 일부로 밀착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해가 떠오르자 네개의 사슴뿔 모양 지붕이 새벽 하늘 아래 밝게 빛났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리 크지도 않고 장식도 없는 소박한 벽돌 건축물이었지만 신비스럽게 보이기조차 하였다.
부하라 역에 가서 타시켄트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평평한 지평선과 건조한 대지 위에서 농사를 짓는 가난한 마을들외에는 별 구경거리가 없는 풍경 속을 지나갔다.
기차에 탄 손님은 관광객은 하나도 안 보였고 모두 우즈백 사람들만 타고 있었다.
마침 내 옆에 다부진 몸매의 경찰이 타고었는데, 단정하게 입은 군복 등에 키릴 문자로 크게 써 있었는 것은, "경찰"이라는 단어가 틀림 없을 것이다.
그는 내가 찍은 사진에 관심을 보였고, 카메라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하나씩 이름을 알려주었다.
"초르미노, 이스마일 시마니, 사스마 아유브,..."
고적에 관심이 많은지 그렇지 않으면 이나라 사람들의 국민 상식인지는 몰라도 어느 사진을 보여줘도 막히지 않고 척척 이름을 대었다.
독재 국가의 살벌한 경찰이 이렇게 고적에 박식하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차를 타고 부하라에 올 때 보니, 겁먹은 운전기사는 멀리서 검문소 사진을 찍는 것조차 잔뜩 겁을 먹고 만류했었는데...
오후 두시에 타시켄트에 도착 (기차 6시간 정도), 전에 머물렀던 호텔에 가니 방이 없어, 근처 비슷한 수준의 그랜드 타시켄트 호텔에 짐을 풀었다.
호텔에서 나와 다시 전에 먹었던 한국 음식점 아리랑에 가서 모처럼 삼겹살에 보트카를 곁들이며 호사를 했다.
저녁을 마치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를 타시켄트 거리를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도시는 불빛들이 많지 않아 대체로 어두웠는데, 한군데를 가니 결혼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식장과 양복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 - 상당한 부유층의 결혼식인것 같다.
내일은 우즈벡을 떠나 키르기스스탄으로 가야한다.
이슬람 건축의 단순한 아름다움과 신비스런 아라베스크 문양을 알게해준 우즈벡.
가끔 월드컵 예선전할때 맞서던 나라 우즈벡,
올 때는 별 생각없이 왔다가 막상 떠나가려니, 그 사이에 무슨 정이 들었는지 못내 아쉬웠다.
초르미노르 (주택가 한가운데 있다) - 타지크어로 초르는 4, 미노르는 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새벽 부하라 거리
초르미노로 가는 골목길
우즈벡 철도원들과 인증샷
부하라 역
이곳도 기차를 타려면 각자 알아서 철길을 건너와야한다.- 짐이 많은 아주머니는 철도원이 건네 주었다.
티시켄트로 가는 기차 내부
타시켄트 역
한국식당 아리랑
화려한 결혼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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