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유럽에 가다. (맥주 먹다 경찰에 잡혀간 세르게이 : 7.5)

영화에서 본 러시아 경찰의 권력은 막강했는데, 실제로 본 러시아 열차의 철도경찰도 과연 막강했다.

막강한 경찰력으로 열차를 관리해서 그런지, 열차 내에서 감히 떠드는 사람도 없고, 담배를 차내에서 피운다는 건 상상도 못한다.

또 우리같은 외국인 빼고는 술을 먹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이차에 탄 사람들은 모두 얌전한 사람만 탔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침 옆자리에 앉은 노동자 풍의 친구가 검은 비일 봉지에 싼 것을 입에 대고 마셔서, 처음에는 물을 마시는가보다 샹각했는데 알고보니 맥주였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열차내에서 술을 못 먹게 하니까 옆사람도 모르게 하려고 검은 비닐봉투에 싸서 몰래 먹는게 보통이었다.

러시아에서 기차표를 사기위해 역 대합실에 들어가려면 엑스레이 검사대를 지나야 하지만 기차를 탈 때는 역에 담장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술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

 

옆 자리에 새로 열차에 탄, 40대 후반의 말 많은 사내는 자기를 세르게이라고 소개했다.러시아 화학회사에 다닌다는 이친구는 배짱이 보통이 아니었다.

짧은 영어로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고는 반갑다고 하면서 대담하게 자기 짐에서 주섬주섬 맥주를 꺼내더니 우리에게 한잔씩 돌렸던 것이다.

우리는 같이 술을 마시며, 짧은 영어로 대화도 하고 한참 웃고 떠들었다.

한 2-30분쯤 지났을까, 위압적인 검은 복장의 건장한 철도경찰 두사람이 수갑과 몽둥이를 철렁거리며 우리에게 왔다.

그들은 우리에겐 전혀 아랑곳도 않고 대뜸 세르게이에게 신분증을 보자고 하더니 일어나 따라오라 하여 차 칸 밖으로 데려갔다.

다른 손님들도 놀라서 순식간에 숙연해졌고, 우리는 괜히 우리 때문에 그가 혼나는가보다 미안하고 조마조마 마음 졸였다.

 

연행된지 20분 쯤 지나서 세르게이가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 없었냐 물으니 씩 웃으며 별거 아니라고 했다.

나중에 어느 글에서 보니까 술을 가지고 있다가 걸려서 경찰에게 500루불을 뜯겼다는 말도 들었는데, 아마 잘했으면 훈방이요, 잘못 되었으면 벌금을 먹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괜히 미안해서 우리가 식당칸에 가서 한잔 살테니 같이 가자 하고 전날 한두마디 말을 터둔 키가 아주 큰 러시아 아가씨 크리스티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하였다.

식당칸에 가서 맥주를 시키고 얘기는 가운데, 자연스레 같이간 세르게이와 크리스티나도 서로 통성명을 했다.

러시아인들은 다 이런가? 

이들은 정말 지킬박사가 하이드가 되듯, 모르던 사람에서 순식간에 애인 모드가 되더니 그자리애서 서로 끌어안고 난리다.

 

다음날 세르게이가 어느 큰 역에서 내린다면서 악수를 청했는데, 옆에 서있던 크리스티나도 같이내린다고 했다.

내 기억에 크리스티나는 내린다는 역이 그역이 아니었는데...

하여간, 내가 따질 일도 아니고, 두사람에게 잘 가라고 인사하고, 내리는 문까지 배웅해주었다.

"세르게이, 크리스티나 . 다스비 다냐~ (잘가~)"

 

러시아 기차역 (열차는 지루할 만하면 역에 선다.)

 

 

세르게이와 크리스티나 (사진으로 보니 세르게이가 약간 나이들어 보인다. 실제로 열댓살에서 스므살은 차이가 날 것 같다.)

 

 

세르게이. 능청맞은 녀석!

 

이들이 무슨 말을 하면서 낄낄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자기들끼리 러시아말로 했으니까)

 

 

"어라! 이친구 보게." (세르게이는 거침이 없었다. 방금 풀이 팍 죽어 경찰에 끌려 갈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

 

크리스티나 눈길도 예사롭지 않다.

 

 

 

 

같은 차에 탄 귀여운 러시아 꼬마들,

 

 

 

 

 

 

 

 

 

 

기차는 계속 한가로운 농촌을 달린다.

 

 

러시아 시골동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같은 지붕아래 색갈 다른 벽이 있는 것이 이채롭다.

 

열차 내부 (여기서는 남자들이 런닝셔츠 안입는 것은 별 일이 아니다.)

 

 

철도 경찰 (등에 써있는 글씨가 police 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