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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R을 타고 간 유럽,중앙아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유럽에 가다. (모스크바까지 4박5일의 철도여행: 7.3~4)

2016.7.3일 현지사간 오후 5시, 이르크츠크 역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다.

러시아 철도는 기준시간이 모두 모스크바 시간으로 정해져있는데 모스크바 시간은 이르크츠크보다 5시간 빠르다.

모든 출발시간, 도착시간이 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탑승 지역 시간만 믿고 움직이다간 큰 낭패를 본다.

이곳에 오기 전 이 것 때문에 불편하다는 여행기를 많이 보았는데, 아닌게 아니라 승객 입장에서 보면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엄청나게 넓은 국토를 가진 러시아라는 걸 감안하면 당연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통일해 놓지 않고, 광대한 지역의 승객들이 각각 자기가 탄 지역의 시간을 기준삼는다면 더큰 혼란이 올 것 같다.

각자 목적지에 도착하면 도착지 시간이 기준이 될텐데, 승객들이 기차시간이 얼마나 걸린건지, 또 목적지에 언제 도착하는지 어찌 알겠는가?

열차 운영 당국도 그렇지만 승객들 혼란도 대단할 것이다.

우리같이 작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서는 얼른 이해가 안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이르크츠크에서 모스크바끼지 거리는 5,191km,  4박5일이란 긴 시간을 꼬박 기차에서 보내야한다.

우리는 6인실 3등칸에 탔는데 간막이도 없는 마주 보는 상하 네개의 침대와 일자로 놓여있는 2층침대가 개방된채로 있는 열차칸이었다.

무슨 아가사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에 나오는 멋있는 열차와는 거리가 먼 러시아 서민들이 타고 내리는 허름한 모스크바행 열차다.

나는 시베리라 횡단열차라 해서 처음에는 몇군데 쯤 내렸다 탔다 할 수 있지 않나 했는데, 그건 안되고 만약 어디에 내리면 다시 표를 사야한다.

딱이 꼭 가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는 이르크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한번도 내리지 않고 계속 가는 표를 서울에서 예약했다.

옆자리 승객들을 보니 우리같이 장거리를 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 러시아인 가족들이 큰 역마다 타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다.


나는 중국에서도 장거리 기차 여행을 많이 해 보았다.

또 이 기차를 타기 직전, 자밍우드에서 울란바토르를 거쳐 이르크츠크까지 온터라 장거리 기차여행에 익숙해져서 별다른 호기심이나 감동은 없었다.

이르크츠크를 떠난 기차는 자작나무 숲을, 혹은 넓은 초원을 달리기도 하며, 때로는 강을 건너기도하고 산속을 달리기도 했다.

러시아 시골 풍경은 소박하고 아름다웠으며 우리네 농촌과 다를 개 별로 없었다.

어느 친구가 내가 보낸 카톡 사진을 보고 '시골 풍경은 세상 어디나 다 같구나'라고 평을 한 것이 기억난다. 


기차는 가끔 큰도시에서 20~30분쯤 서는데 그럴때마다 사람들이 우루루 내려서 담베도 피우고 행상 또는 역 간이 매대에서 줄을 서서 물건을 사기도 했다.

승객은 거의 러시아 사람들이었는데, 러시아 승객들은 소란스럽지 않았고 특히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멋모르고 가져간 맥주도  마시고 보트카도 마시고 했는데 러시아 승객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는 외국인이라 봐준 것이고 러시아 승객이 맥주 한모금이라고 마셨다간 바로 철도 경찰이 잡아다가 혼줄을 냈다.

또 가끔 역에 기차가 섰을 때, 행상들이 타기도 했는데 '도시락 도시락' 외치며 다녀서 무슨 말인가 했더니 사각형으로 된 우리나리 도시락 라면을 팔러 다녔다.

우리도 한번 사먹어 보았는데 과연 뚜껑에 영어로 DOSIRAK 이라 써 있었다.


기차는 덜컹덜컹 잘도 달렸고 기차의 잠자리는 그런대로 깨끗했고 안락했다.

나는 이 기차를 타고 4박 5일을 갔지만 별로 지루하지는 않았다.

시시각각 바뀌는 러시아 시골 풍경을 카메라에 담거나 가끔 영어를 아는 러시아 사람을 만나면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또 때때로 식당칸에 가서 맥주를 사서 마시기도 하니 무슨 책을 읽거나 하지 않았어도 지루할 틈이 별로 없었다.


역에 기차가 서면 승객들이 모두 내려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털어낸다.


이르크츠크 앙가라 강 (강을 건너면 바로 기차 역이다)


앙가라강은 한강만큼 강폭이 넓었다.


이르크츠크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여기는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많이 파는 것 같다.(중앙시장 고양이 장사  - 새끼 고양이도 서양사람을 닮은 것 같다)


이르크츠크 역



모스크바행 기차표



기차에 가져 간 우리 짐


3등 열차 칸 (앉아있는 의지에 매트레스를 펴면 바로 침대가 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어느 이름 모르는 역




간이 매점 (승객들이 줄을 서서 간단한 식품, 음료들을 산다.술 종류는 팔지 않는다.)


러시아 역에는 대부분 퇴역한 기관차를 전시해 놓고 있다.


열차 식당칸 (이곳에서는 맥주를 사서 마실 수 있는데 보트카나 다른 술은 없다)


러시아 시골 풍경


철로변 정겨운 마을 풍경


여승무원 (한사람이 열차 한칸씩 책임진다)


지나치는 철로변 풍경중 지붕이 투구를 쓴 것 같은 이색적인 집.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파는 아줌마 (도시락 라면도 파는데 러시아 사람들도 '도시락'이라 하면 다 알아듣는다.


중국인만 아무데서나 훌렁훌렁 벗는 줄 알았더니 러시아인도 조금도 지지 않았다.


기차는 쉬지않고 달렸는데 여러번 큰 강도 건넜다.



어느 역에서인가 유조 기차 너머로 러시아 전통 지붕,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지붕이 보였다.


특이한 모양의 건물 (용도는 모르지만 지붕이 멋있다)


어느 꽤 큰 역인데, 승객들이 내려서 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