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아침 9시.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한 1박2일 코스의 알혼섬 투어 미니버스가 왔다.
미니버스는 봉고차보다 큰 15인승 정도 되는 버스로 여러 나라 사람들이 타고 잇었는데 다같이 알혼섬까지 가되 일정이 다르니 숙소는 제각각 정해진다고 한다.
알혼 섬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멀었다.
아홉시에 출발한 차는 12시쯤 식당에 서서 모두 내려 식사를 하게 했고 다시 출발, 1시40분 경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 30분 간격으로 미련스레 생긴 페리선이 오면,기다리던 차와 사람들이 차례로 탔다.
이윽고 우리가 탄 배가 출항했는데, 알혼섬까지 약 한시간정도 걸렸고, 섬에 내려 우리가 가는 후지르마을까지는 또 한시간이 걸렸다.
세시가 넘어 후지르 마을에 도착했는데, 도중에 점심 먹은시간, 선착장에서 기다린 시간 모두 합해서 6시간 이상 걸린 셈이;다.
알혼섬은 그렇게 경치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길가에 멋진 소나무가 많았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길은 넓지만 먼지가 풀풀나는 비포장 도로였으며, 집들은 모두 나무판자 집이 였고, 길가에는 전봇대가 연이어 늘어서 있었다.
마을에는 깡통같은 낡은 러시아 차가 여전히 돌아다녔고 길가에는 초등학생이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것 같은 단순한 모양의 프르공차 가 세워져 있었다.
이 섬에서는 시간이 옛날 그대로 정지한 듯, 내가 어렸을 때 본 풍경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냥 거기 있었다.
화장실도 손님용은 수세식 이었지만, 자기들 화장실은 바닥이 나무판에 동그란 하트모양의 구멍을 뜷어 놓은 푸세식이었는데, 내 눈에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나중에 그리스 파르테논에서 만난 어떤 한국 젊은 아줌마가 내가 알혼섬에 갔다왔다니까 대뜸 화장실 얘기를 꺼내는 걸 보니 요즘 사람들에게는 꽤 불편했었나 보다.
알혼섬에서는 아무 것도 할 것도 없었고, 따라서 급할 것도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친절했고 아이들은 천진난만했는데, 무엇보다도 다들 느긋한 것 같았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도 다들 다소 불편하지만 느긋한 여유로움을 즐기러 오는 것 같았다.
우리 숙소에 묵는 프랑스 할머니는 나흘 있을 계획이라 했는데 우리처럼 일박 이일만에 후딱 떠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알혼섬은 바이칼 26개 섬중에서 제일 큰 섬으로 샤먼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샤먼은 시베리아인과 우랄알타이어족의 원시종교로 병을 고치고 하늘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무당을 말한다.
샤머니즘은 이지역 만의 종교는 아니고 동남아, 북미 인디언 부족들, 북극 지방 에스키모등 광대한 지역의 신앙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이 특히 샤먼의 본고장으로 인식되는 것은 알혼섬, 그증에서도 부르한 바위가 가장 강한 영기가 서린 곳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르한 바위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열세개의 기둥을 세우고, 울긋불긋한 헝겊을 칭칭 동여 놓았다.
하지만 이것들은 전부 관광객을 위해 호기심을 유발시키려 세워놓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련 시절, 종교를 부정하는 공산당이 오래 전에 자기 영토안에 있는 모든 샤먼을 핍박하여 말살시켜 버렸다고 하며, 마지막 샤먼도 오래 전에 죽어 맥이 끊겼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여기 세워있는 열세개의 기둥을 비롯한 영물들은 관광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급조한 것일게 뻔하다.
솟대 아래 쪽으로 장승들이 가지런히 서있었는데,우리나라 장승같이 사람모양의 장승만 있는게 아니고 짐승 모양을 새겨 놓은 것이 많았다.
장승들은 나무 색갈이 그대로 나는 것으로 보아 새로 깍아서 세운 것 같았다.
우리는 넓지 않은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밤 9시에 숙소에 돌아왔다.
위도가 높은 곳이라 그런지 이곳 시간으로 밤 아홉시가 넘었어도 날이 훤했다.
부르한 바위를 내려다 보며. (이곳이 특히 신령한 기운이 센 곳이라고 하나 나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
이르크츠크 게수트 하우스 앞 골목 (햇볓에 비치는 나무잎이 너무 좋다)
알혼섬에 가다가 점심을 먹은 간이 휴게소
메뉴는 커다란 러시아식 튀김만두가 대부분이었다.
알혼섬에 타고간 승합차
알혼섬에 가는 선착장.(개를 데리고 있는 문신을 한 여인의 뒷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기막히게 간격을 유지하고 앉아 있었다)
알혼섬 가는 페리선
승객들로 꽉찬 페리선이 출항했다.
알혼섬 숙소(동네가 다 목조건물이었고 우리 숙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알혼섬 후지르 마을 (비포장 도로에 넓은 길, 길가에 소나무가 많았다)
생산된지 40녕이 넘은 낡은 러시아 푸르공 승합차 (디자인이 너무 단순해서 유치원 아이가 그냥 쓱쓱 그려 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역시 40년이 훌쩍 넘은 쥐글리 승용차가 여전히 달린다. (이차는 1982년 생산중단된 차라고 한다)
마을 중앙에 있는 안내소
바이칼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열세개의 솟대가 세워져 있었다.(진짜 샤먼이 세운 것은 아니다)
조용한 바이칼 호반(영기가 서려있다는 브르한 바위)
브르한 바위를 배경으로.
갈매기가 있었다.
바이칼에 발을 담가보았는데 물이 너무 차서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솟대 앞에서 피리를 부는 아저씨 (나이많은 동양계 무당이 불었다면 운치가 있었을텐데 서양 아저씨라 별 감흥이 일지 않았다)
독수리 모양의 장승(장승이라기 보다 독수리 목각이라고 하는 편이 낫다)
원숭이 모양등 가지각색 장승이 많았는데, 우리나라 장승과는 확연히 달랐다.
장승이 남미 스타일인 것 같다.
이섬엔 나무가 풍부하다.
게스트 하우스의 소박한 저녁식사.
이곳 시간으로 9시가 넘었는데도 날이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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