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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29. 관직생활(仕途生涯) - 249p

"샤오웨이, 이번 정기 보고는 내일 오전에 내보내세요.

난 곧 출장을 가야하니까 당신이 인쇄 전에 다시 자세히 교정을 보고요."

샤오사오는 책상 위 물건을 치우면서 샤오웨이에게 지시했다.

이번 출장은 상부에서 갑자기 지사한 것이라 상당히 급하기는 했다.

사무실 부주임으로서 샤오샤오는 샤오웨이에게 솜씨를 부려 이 일을 잘하도록 채근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걱정 마세요. 내가 자세히 교정을 볼테니까."

샤오웨이는 서둘러 컴퓨터에서 한편의 원고를 불러냈는데, 매우 형식적이고 판에 박힌 윗사람의 답변 지시가 올라있었다.


"탕!" 문이 닫혔다. 샤오샤오가 나간 것이다.

샤오웨이는 문 닫히는 소리에 하던 생각이 멈춰지면서, 저도 모르게 시선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샤오샤오가 앉아있던 의자로 옮겨갔다. 


의자는 뎅그라니 비어있었다.

이 자리가 바로 그녀가 전에는 별것도 아닌 자리라고 어느정도 무시했었지만, 지금은 번쩍번쩍한 일종의 특별히 빛나는 자리가 된 것이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일개 농민공이요, 반은 문맹인 작은 요정 겸 사무실 부주임 샤오샤오이고, 이 사무실 안에서 그녀의 시간을 통치하기 시작한 지 벌써 짧지 않은 시간이 간 것이다. 

샤오웨이도 처음에는  분노하고, 항거하고, 티격태격 싸웠지만, 천천히 무감각해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평정과 적응을 찾았다.

교양있는 사람, 특히 여전히 기관 간부가 되고싶은 열망을  갖고있는 사람으로서,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샤오샤오가 막 부주임이 되었다고 공표되었을 때, 샤오웨이는 샤오샤오 면전에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삭히면서도 끝내 발작을 일으키지는 않았고, 라오주(老祝) 주임 방에 가서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펑펑 눈물을 쏟았었다.

"좀 넓게 생각해.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거야." 라오주는 어찌 할 바를 몰라 기껏 이말을 생각해 낸 것이다.

"뭘 믿어요? 무얼 믿는단 말이예요?" 샤오웨이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맹렬했으며 눈물 콧물이 함께 쏟아져 나왔다.

이전에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나는 대졸 출신이고, 글 쓰는 일도 이렇게 오랫동안 해왔는데, 더구나 부 내에서 제일 잘 나갔었는데,내가 무엇 때문에 일개 농민공의 지휘를 받아야 하느냐고요?"

왜, 내가 일개 문맹자의 지휘 받아야 하느냐 말이예요? 이해 할 수 없어요.말도 안되요,주주임님!"


"진정해!  나도 당신이 이번에 한번 충격을 받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앞으로 처신하려면 반드시 충격을 가볍게 받아들여야 되는거야."

라오주의 음성은 목구명 아래에서 잔뜩 낮춰서 나왔지만 그렇다고 어조가 느리지는 않았다.

"비록 샤오샤오가 부족한 점은 있지만, 상황은 당신이 바라던대로 되지 않은거야.

당신이 그녀보다 학력이 높은 것도 맞하지만 그녀를 문맹이라고 하면 안되.

사람이 독학을 해서도 대학 졸업장을 딸 수도 있는거야.

그리고 당신은 그녀를 농민공이라 하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 얘기일 뿐이야.

다시 말하면, 농민공이라고 해서 우리와 다르다고 보는 말투는 지금 국가에서도 제창하지 않아.

영웅은 출신을 묻지 않는거야. 삼국지의 유비는 돗자리 장사였고, 명나라 주원장도 탁발승이었어.

샤오샤오가 농민공이라고 해서 어째서 지도자가 되면 안된다는거야? 절대 그렇게 말하면 안되! "


"그애는 근본적으로 지도자와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 샤오웨이는 사정없이 쏘아부쳤다.

"지도자에 걸맞지 않는다고? 그럼 뭣때문에 모두들 그녀가 지도자가 되도록 표를 몰아주었을까? 능력이 없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높은 득표를 했냐 말이야? " 라오 주가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