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밤중에 몽골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몽골 출국 신고, 러시아 입국 신고를 할 때 모두 기차에서 수속을 마쳤는데 기차에 많은 사람이 타고 있어서 그런지 출입국 수속에 세시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특히, 러시아 입국 수속시에는 날씬한 여자 세관원이 위층, 아래층 침대를 타잔처럼 날렵하게 올라 다니며, 여기저기 뒤지고, 승무원에게 구석구석까지 모두 열어보게 했다.
혹시 밀수품을 숨기거나 사람이 숨어있을까봐 그런 것 같은데 우리와 같은 칸에 탔던 카자흐 청년은 배낭속의 짐을 하나하나 다 꺼내서 보여 주어야했다.
수속을 마치고 다시 기차가 출발, 어딘지 모르는 캄캄한 러시아 땅을 내달았다.
이윽고 새벽 6시경 동이트면서 차창 밖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기차는 소박한 러시아 농촌과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 숲과 벌판을 대여섯 시간 달리다가 오전 9시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리며 바이칼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화창한 햇살아래 넓은 바다 같은 호수 바이칼이 있었고 해변같은 호반에는 러시아 목조주택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멋진 바이칼 풍경을 두시간 이상 보면서, 이르크츠크로 향했다.
오후 4시경 이르크츠크에 도착했다. (울란바토르 - 이르크츠크의 거리는 대충 1,022km라고 함.).
우리는 서둘러 택시를 타고 미리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짐을 풀고 거리 구경에 나섰다.
나는 이르크츠크가 그저 바이칼을 가려는 사람이 들러가야하는 교통의 요지 정도로 생각했는대 정말 그게 아니었다.
이르크츠크라는 도시 자체가 독특한 매력을 갖고있었고, 나에게는 바이칼에 못지 않은 흥미와 감동을 주었으니 말이다.
이르크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고도 불리우는 아름다운 도시로 인구 59만이라는 작은 도시인데, 도시 한가운데를 바이칼에서 발원한 앙가라 강이 조용히 흘러간다.
거리에는 고색창연한 러시아식 목조주택이 도시 곳곳에 있고, 예슬작품같은 러시아 정교회 건물들이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변방의 군대 주둔지 또는 유랑자의 도시에 불과하던 이 도시가 시베리아의 파라라고 불리울만큼 예술과 낭만의도시가 된 것은 1825년 12월 러시아 차르에게 반기를 들고 군주제 폐지, 농노제 폐지등 혁명적인 구호를 내세우며 반란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청년장교들이 대거 이곳으로 유배를 온 때문이라 한다.
이들을 12월에 폭동을 일으켰다고 해서 데카브리스트라 부르는데 이말은 12월이란 뜻이라고 한다.
자유 분망한 계몽주의 사상에 물든 청년 장교들, 그리고 이들의 부인들이 먼 모스크바에서 이곳까지 와서 새로운 도시를 만든 것이다.
이들 중에는 황제의 친척이자 대문호 톨스토이의 숙부인 발콘스키 공작도 있었는데, 그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한다.
우리는 트램(전차)을 타고 앙가라 강변에 나가 강변을 산책했다.
바이칼에서 발원한 넓은 앙가라강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낚시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강변에는 아름다운 정교회 교회당, 이르크츠크를 개척한 사람의 동상등 여러가지 유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적인 건물들을 보니, 단순히 바이칼을 가기 위한 관문으로서가 아니라, 이르크츠크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코스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돌아온 시간이 9시를 넘었지만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 곳이라 그런지 여전히 대낮같이 밝았다.
앙가라 강변 (러시아 정교 교회당)
철로변의 자작나무 숲
지나치는 역 (기차 옆에 그려진 붉은 그림이 러시아 국영철도 문양이다)
차창 밖에 보이는 바이칼
호반에는 노란 야생화가 피어있었고 사람들이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있었다.
바이칼 인근의 농가
바이칼 호반
바다같은 바이칼 호
이르크츠크 역
앙가라 강변
강변에 있는 개선문
동화 속 그림같은 러시아 정교회 건물 (1800년대 지어졌다고 함)
교회당의 황금빛 지붕과 동그란 창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교회당 내무 (제단 앞 벽면이 성모 마리아, 예수님, 열두제자등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앙가라 강
여기도 예외없이 강변 난간에 연인들의 사랑의 자물쇠들이 걸려있었다.
앙가라 감의 유람선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강변 거리 풍경 (이르크츠크를 개척한 사람의 동상)
이 도시의 개척자 (구식 총을 들고 있는 러시아 사냥꾼같다.)
하얀 바탕에 동글동글한 무늬가 아름답다.
가톨릭 성당도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동그란 지붕으로 되어있었다.
시청앞 화단
시내를 걸으면 흔히 볼 수 있는 목조 건물들(처마 밑에 정교한 장식을 해 놓았다.)
벌집같은 육각형 나무조각을 벽에 빼곡히 붙여놓은 집
고색 창연한 집이지만 사람이 사는 것 같았다.
반은 벽돌, 반은 목조로 지어졌다는 작은 박물관
시내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목조 건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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