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나는 게스트 하우스 샤워장 바닥에서 미끌어져 바닥 모서리에 등을 부딫치는 사고를 당했다..
샤워를 할 때, 물이 밖으로 튀지 않도록 비닐커튼을 샤워칸안으로 들여놓아야 하는 것을 무심코 그냥 내버려둔채 샤워를 했더니 바닥에 물이 흥건했던게 사고의 발단이었다.
이를 모른채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서 샤워칸 앞에 놓여있는 자그마한 매트를 밟는 순간, 물위에 떠있다시피한 매트가 그대로 얼음 위처럼 미끌어졌다.
미끌어지면서 등을 모서리에 짓찧는 순간, 엄청난 통증이 왔고 "아이쿠 이번 여행을 여기서 접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샤워실 바닥을 미끌어지지 않게 해 놓거나 적어도 매트만 없었어도 미끌어져 다치지는 않았을텐데하는 생각에, 화가 나서 바로 관리인에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은 다친 사람이 없었다면서, 별로 미안해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멀뚱멀뚱 딴청만 했을 뿐이다.
한국 같으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할텐데, 말도 안통하는 몽골인데 어쩔텐가? - 그저 며칠 참아보다가 계속 아프면 귀국 보따리를 싸는 수 밖에.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듯 이후 며칠간은 팔과 어깨를 쓸 수 없었지만 통증은 점차 없어졌고, 어깨 움직임도 하루하루 나아졌다.
사고 다음날 허리 부상 상태로 테럴지 국립공원 1박2일 투어를 했다.
아침 9시쯤, 몸집이 다부져 보이는 가이드 아가씨가 침낭과 매트등 기본 야영장비를 갖고와 우리와 같이 봉고차에 타고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테럴지 공원으로 갔다.
나는 테럭지가 국립공원인 만큼, 우리나라의 설악산이나 오대산 같은 곳을 연상했지만 우리나라 국립공원 같은 울창한 숲과 웅장한 산은 어디에도 없었다.
테럴지는 내가 보기에는 초원위에 얕으막한 산과 작으마한 바위 그리고 작은 숲이 있는 국립공원 답지 않은 평범한 곳이었다.
대초원 속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색적이라고 느낄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동안 끝없는 대초원을 이동해온 다음이어서 별 감동이 없었다.
이곳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대개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보고, 몽골 전통음식을 먹어보고, 유목민 텐트인 게르에서 하룻 밤 자는 1박2일 또는 2박3일 코스를 보낸다.
우리는 말은 타지 않았고, 유명한 거북 바위 등반,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핀 들판 트레킹, 근처 불교 사원 방문을 마치고 저녁 먹기 전에 얕으막한 앞산을 올라보았다.
등산을 마치고 게르로 돌아와 양고기 볶음에 국수를 비벼놓은 몽골 전통음식을 먹었는데 별로 맛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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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후, 그집 아이가 연주하는 카지흐 전통 악기 연주를 듣고 다른 아이가 추는 카자흐 전통 춤을 구경하며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게르 주인은 40대 후반 덩치가 비교적 작은 카지흐 사람으로 무슬렘 신자라면서도 맥주만 잘 마셨다.
그는 우리와 맥주를 마시다가 맥주가 떨어지자 우리 몰래 차를 타고 나가서 맥주를 사오기까지 했다.
카지흐 아저씨와 그의 착하게 생긴 몽골인 와이프, 한살이라는 어린 여자아기를 포함한 아이들 넷이 이집의 전 가족이다.
모두들 술이 거나해지자 주인 아저씨와 함께 각자 자기나라 노래도 부르고 여러가지 얘기도 나누었다.
그의 이름은 잊었지만 우리가 미안해 할까좌 몰래 술까지 사온 것으로 보아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하!
술 자리를 파하고 우리는 추워서 모두 우모복을 꺼내 입고 잤다.
초원의 밤은 조용히 깊어갔고 보름 달은 훤히 온 벌판을 비췄다.
테럴지 국립공원
테럴지공원 가는 길에 양을 매매하는 시장이 있었다.(겁 많은 양들은 아무 때나 사람이 다가가면 한쪽으로 몰린다)
팔려갈 양이 선택되었다.
여기도 현대화 바람이 불어, 팔려갈 양의 발을 묶는게 아니고 청테이프로 휘익 한번 감으니 불쌍한 양은 순식간에 결박 되었다.
테럴지 국립공원 입구
가는 길에 있는 성황당 (짐승 뼈, 폐 타이어, 쓰다버린 목발을 비롯하여 온갖 잡동사니가 다 있었다.)
이 크지 않은 바위안에 작자그마한 동굴이 있는데 공산치하에서 학살을 피해 사람들이 숨어 지냈던 곳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주었다.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는 동굴 (안에서는 밖이 잘 보였다)
말을 타고가는 몽골인들( 중국어로 몽고란 말은 야만적이라는 뜻이지만, 원래 몽골이란 말은 용감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초원에 방목하는 양떼 (사람만 다가가면 슬금슬금 달아나서 절대 가까이 가 볼 수 없다)
공원 내의 바위 산
앞에 보이는 게르들은 모두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인 것 같다.
거북 바위에 올라 보았다.
벌판에 한꺼번에 핀 들꽃.
바위 아래 야영장
거북 바위
우리가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한 곳.(이곳이 언덕 제일 높은 집이라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말을 빌려 타는 중국 젊은이들
들꽃이 만개한 벌판
절에 가는 길
가이드 아가씨 (중학교 선생님이라고 했다)
부처님에다 색을 입히니 만화같아 보였지만, 오히려 친근한 느낌이 든다.
절에서 내려다본 풍경 (절은 제일 높은 곳에 있었는데, 작은 건물 서너채로 별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우리가 머무른 게르 앞 산 정상 고사목 군 (올라오는데 한시간쯤 걸렸다)
정상에서 기념 사진 (작은 강이 내려다 보였다)
우리 게르 주인이 기르는 양떼.(밤에는 우리에 가두고 아침에 풀어 놓는다고 한다)
우라가 이날 밤 머물은 카지흐 아저씨네 게르 (작은 것은 창고 였다)
플밭에서의 저녁식사.(마네의 유명한 그림 제목 같다)
카지흐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이집 둘째 아들.
주인이 카지흐 전통춤을 추어보라고 하니 아이는 수줍어 하면서도 여러가지 춤 동작을 모두 보여주었다.
카지흐 전통 의상을 입어보았는데 모두들 잘 어울린다고 했다.(나중에 카지흐스탄도 갔었지만 카자흐족은 완전 동양계 민족이다)
내 옆의 납작 모자를 쓴 사람이 카지흐 족이라는 이집 주인이고 가운데 앉은 순하게 생긴 여인이 그의 몽골족 부인이다.
게르 안에서 차를 마셨다.
늦도록 같이 술을 마셨는데 내가 문득 너는 왜 무슬렘이라면서 술을 마시냐고 묻자 할 말이 없어진 그가 하늘의 뜻이라며 배를 잡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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