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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21. 집안 규칙과 가풍(家规门风) - 171p

그리고 나서 창라오는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몇발자욱 걸어와 홍씨펑을 따라온 후, 걸음을 멈추고, 큰 소리로 말했다.

"홍서기, 우리는 늙어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소.

우리는 그저 말년을 즐겁게 보내기만 하면 될 때가 되었는데, 집안에는 골치 아픈 일만 쌓였고, 하루도 편할 날이 없소.


무슨 일이 생겼기에 그리 화가 나셨어요?" 홍씨펑이 물었다.

집집마다 다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법이지." 창라오는 계속 한탄을 하며 말했다.

"제대로 일도 못하는 내 사위놈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에게 골치 아픈 일을 갖다 앵겨요, 나, 참!

우리 딸년 배우자란 놈은, 내가 그놈을 위해 오랜 세월을 여기 저기 부탁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아예 바깥에 애인을 만들어 놓고 매일 같이  이혼한다고 난리를 치는거야.

이게 무슨 꼴이냐 말야? 그 난장판 쳐놓은게 다 내 몫으로 돌아오는거야."


"사위가 도대체 누군데요? 무슨 일 하는 사람이죠?" 홍씨펑이 물었다.

"탄싼도우(谈三都 : 담삼도)라는 놈인데 진양시 국토국 부국장이야." 창라오가 말했다.

"모두 우리 딸년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 한사코, 그놈을 좋아하다보니 이렇게 된거지 뭐.

결혼 당시에도 나는 줄창 결혼을 반대 했어.

그놈이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기술도 없고, 제대로 된 직업도 없었어. 도대체 뭐 하나 내세울게 있어야지!

그런데도, 우리 딸년은 그놈이 잘 생겼고, 개성있다나 뭐라나 하면서 내 반대는 귀담아 듣지도 않았어.

매일같이 시끄럽게 울고불고 싸우다가 결국 그놈에게 시집을 간거야.

나는 우린 딸년을 끔찍히도 사랑헸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그애 하자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거지.


결혼 후에 이 자식이 점점 말도 안되는 짓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툭하면 출근을 안하고, 바깥에서 빈둥대는거야.

그 당시 월호 구역 토목공사 현장에 있었는데, 소장이 상부에 그놈을 자르겠다고 보고 했대.

그 놈은 매일같이 소장과 싸웠는데, 어느 땐가는 소장에게 칼까지 꺼내들고 위협했대.

내가 당연히 그런 일에 끌려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내가 시에 들어가 잘 봐달라고 부탁하여, 시 국토국 한가한 직책으로 자리를 옮겨 준거야.

그 놈은 제대로 일도 못했고, 또 원래부터 일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어.

도박을 하다가 잡혀 가는가 하면, 술을 처먹고 사람을 때리지 않나,

이건 뭐 자잘구레하게 성가시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었어.

이런 일들을 모두 내가 얼굴을 내밀고 해결해 주었던거지."


"자녀 교육은 엄격히 시켜야지 귀엽다고 응석받이를 만들면 안되죠. 이건 사위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네요."

"바로  그렇소. 나는 이미 그놈을 지나치게 봐줬어, 거의 애지중지 했던거야.

그리고 해 줄 수 있는건 다 해줬으니 그정도면 당연히 고마운걸 알거라 생각했어."

창라오는 고통스럽게 기억을 되살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그놈은 근본적으로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았던거야.

마치 내가 제놈에게 빚이라도 진 것처럼 말야.

일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놈이 진급이 늦는 것은 되게 싫어했어.

나보고 자기를 간부로 뽑히도록 시에 전화해달라고계속독촉했지.

내가 응하지 않으니까, 바로 그 놈이 내 딸에게 나에게 가서 울고불고 하라고 시켰어.

게다가 그런 난리가 한두번에 끝나는게 아니었어.

할 수 없이 내가 시에다 여러차례 부탁을 했지.

그바람에 그런 게으름뱅이 날나리 놈이 지역 토목 현장에서 보통 간부가 되었고, 한단계 한단계 선발되어 결국 시 국토국 부처장, 처장, 부국장까지 된거야.

그러다가 내가 퇴임하게 되니까, 더는 그의 뒤를 봐줄 수 없게 되었고, 그놈도 더이상은 올라 갈 수 없게 된거야."


"그랬으면 됫지 그친구가 더 뭐 다르게 생각할게 있겠어요? 벌써 그친구로서는 충분히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거 아닙니까?" 홍씨펑이 말했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 그 놈이 보기에 이용가치가 있으니까, 우리 딸에게도 잘 해줬어. 몇년동안은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지나갔지." 창라오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퇴직을 하니까, 그놈이 내가 이용가치가 없어졌다고 생각한거야.

더 이상은 자기를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놈이 내 딸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어.

툭하면 집에 안들어오고, 밖에서, 술을 처 먹거나 여자와 놀아나거나 도박을 일삼았지.

우리 딸이 툭하면 내 면전에게 울고 난리를 쳐서, 내가 그랬어.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니?

이게 다 네가 아우성쳐서 그놈에게 시집을 갔기 때문 아니야?

내가 몇번이나 그놈에게 말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 내 생각에는 네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기는 게 좋겠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나쁜 자식이 태도가 더욱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들어보니 밖에 처녀 아이를 놔 두고 결혼할 준비를 한다는거야.

우리 딸 애에게 이혼해 달라고 난리를 치기 시작한거지.

우리 애도 더는 체면도 없고, 차마 그놈과 헤어질 수도 없어서, 나에게 어쩌면 좋은지 방법을 찾아 달라는거야.

말 좀해봐. 홍서기,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