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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10. 귀인 찻집(贵人茶吧) - 72p

진양시 서쪽에 있는 바오얼산(保儿山 : 보아산) 밑에 바오얼 로(路)가 있고 길 양편으로 음식점, 여관, 휴게실이 밀집해 있었다.

그중에서 다른 집과 비교해 외관이 평범한 귀인찻집은 지나가는 사람이 빠뜨리고 보기 쉬웠다.

 

사실 귀인찻집이라면 정말 귀인들이 들락거려야 하는 곳이다.

소위 귀인이란 남녀에게 모두 쓸수있는 말이다.

남성 귀인은 자연스레 권세있고 지위가 높은 부호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여성 귀인이란 그 단계가 대충 보더라도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귀인은 예로부터 황제의 비빈 등급의 하나였고 처음 시작은 동한 때 생겨났다.   *동한 (东汉 : AD 25~220 광무제가 부흥시킨 한 왕조의 일족, 낙양에 도읍)

광무제 유수는 여러 후궁 비빈들의 명칭을 대폭 줄여서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황후, 귀인, 미인, 관인, 채녀의 다섯 등급이었다.

그러다가 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 :AD 220~589; 수 당 이전) 시대에 와서 귀인은 황후에 버금가는 세 부인중 하나였다.

북조, 북위 때는 후궁의 등급이 황후, 좌우 소의(昭仪), 귀인, 부인 의 네 등급이었는데 귀인은 세째등급으로 비교적 높은 작호였다.

말하자면 귀인은 계속 황제의 둘째 또는 세째 부인이었던 셈이다.

이후 청조(淸朝)에 들어와서 후궁은 황후, 황귀비, 귀비, 비, 빈, 귀인, 상재, 답응의 8단계로 나뉘어졌다.

이때 귀인은 갑자기 6번째 부인으로 강등 되었으나, 먹고 입는데는 걱정이 없었고 승급할 기회도 많았다.

 

진양의 귀인찻집은 바로 위에서 말한 두 종류의 귀인들이  드나드는 장소였다.

남자들은 권세있는 부자였고 여자들은 흔히 두번째, 세번째 첩들 이었다.

그녀들은 비록 여섯번째 첩일 수도 있겠으나 당연히 모두 한결같이 빼어난 미인들이었다.

 

그날 이른 새벽, 귀인찻집 여주인 메이위핑(梅玉屏 : 매옥병)은 밖에서 들려오는 들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이 깨어,아예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몸단장을 하였다.

아침 차 마실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먼저 점포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은 상관이 없었다.

메이위핑은 문을 여는 한편 종업원들에게 청소를 시키느라 바깥 동정은 신경쓰지 않았다.

막 몸을 돌리는데 문앞에서 히미하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우, 지우 워.(살려주세요, 날 살려 주세요)!"

 

메이위핑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혹시 들고양이가 발정이 나서 내는 소리가 아닌가 확인하려고 용감하게 머리를 내밀고 잔뜩 경계하며 문밖을 내다 보았다.

아이고, 그것은 뜻밖에 어떤 아가씨였는데 벽에 기댄채 땅바닥에 앉아있었다.

"너 거지야?" 메이위핑은 앞으로 나가서 물었다.

"아니요. 나는 거지가 아니예요.난 일이 있어 주인을 찾아온거예요."

그녀는 얼굴이 초췌했으나 피부색은 좋았다.

"내가 바로 주인이야.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는거지?"

"나는 잠시 기절했었어요.나를 좀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기게 해주세요. 난 정말 볼일이 있어요."

메이위핑은 안으로 들어가 종업원 두명을 나오라해서 아가씨를 부축하여 안으로 데려가라 했다.

 

"너, 병이 든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 병 구완을 해줄 수는 없어. 뭔지 빨리 말해봐. 나도 장사를 해야 하거든."

메이위핑은 눈 앞에 서있는 이 아가씨의 신분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