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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7. 아는 사람들의 사회(熟人社会) 50p

막 버스에 타려 하는데, 밎은편에서 번질번질한 낯 익은 얼굴이 다가왔다.

그는 너무 환하게 웃어서 오히려 알아보기 힘들었다.

 

"인 대주임님, 밥 한번 같이 먹자고 여러차례 청해도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으니, 설마 주임 일을 하면서 폼잡느라고 동창생도 멀리 내치는 것은 아니지?"

이친구가 웃으며 했는데,웃지 않을 때는 평범한 옛모습으로 돌아왔다.

".리(李) 천자(天子:별명)구나, 너는 대학때 보다 신수가 훤해졌네. 그때는 네가 비쩍 마른 원숭이 같았는데 세월이 지나 지금처럼 기름기가 좔좔 흐르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의 별명이 워낙 거창하고 널리 퍼지다보니 정작 그의 진짜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대학 졸업 후에, 샤오인은 리 천자를 몇번 만나지 못했고, 그것도 금하게 서로 스쳐 갔을 뿐이어서 인상이 깊지 않았다.

나중에 외지에서 동창이 진양으로 오자, 리 천자가 그에게 전화하여 같이 밥을 먹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다른 성 기위 손님을 접대하느라 결국 가지는 못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때 한번 뿐이었다.다.

 

"잘 나가는건 당신 윤주임빼고 누가 있겠어? 성 기위의 대 지도자이니, 어디에 나가도 당당하지! "

리 천자는 있는대로 그를 추켜세웠고, 자기같이 별 볼일 없는 기위 부처급 직원을 대 지도자라고 떠벌이니 샤오인은 솜털이 쭈삣 섰다.

"우리 학교 다닐때, 정말 친하게 지냈어. 같이 공부하고, 같이 밥도 먹고, 같이 노름도 했는데 딱 한가지만 같이 못해본게 유감이야."

 

"그게 뭔데?" 샤오인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같이 색시집에 못가본거!" 리 천자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요즘은 친구를 사귈때, 확실한 관계가 되려면 같이 벌거벗고 놀아야돼. 유리 사이는 빤쓰 한장 간격이 막혀있는데, 우리 오늘 같이 몸 한번 풀어볼까?

듣자하니 소년궁 근처의 쉐하이진비(雪海金碧 : 설해금벽)에 가면 적지 않은 미녀들이 있다는데 우리도 한번 가서 시야를 넓혀 보는게 어때?"

"이런 색마같은 녀석!" 샤오인은 웃으며 리 천자의 코를 가리켰는데 그걸로 그가 농담으로 말한 셈 쳤다.

"우린 그런거 안해, 기관에 들어가면 절간이나 똑 같아. 우리가 어디에 당신네 사장님들처럼 그렇게 높은 풍류가 있겠어?"

 

"바로 그거야, 그거. 사람이 관직에 있으면, 자신도 어쩔 수 없을거야."

리 천자는 갑자기 어조를 바꾸고 손목을 번쩍 들고 들여다 보았는데 손목시계는 차도있지도 않았다.

"지금 시간이  이른 것도 아니니 우리 이 근처에서 음식점 찾아보고 같이 간단히 밥이나 먹자."

 

"아직 너무 일러. 다음에 약속하고 만나는게 어떨까?" 샤오임은 원래부터 먹고 마시는데 별 흥미가 없었다.

"그럼 먼저 차라도 한잔 마시고 나서, 간단히 요리 몇가지 시키자. 동창끼리 만나서 밥먹기도 힘든데 술이라 같이  한잔 해야지. 오늘은 모처럼 얼굴 한번 보았으니 말야."

샤오인의 사양하려고 했으나 리 천자는 기다리지도 않고 그를 억지로 끌고 부근 술집으로 갔다.

 

비록 두사람이 밥을 먹는 거였지만 리 천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요리도 모두 제일 비씬 것으로 시켰다. 

홍주 한병을 해치우며,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동창들의 근황에 대해 계속 얘기를 나누다가  리 천자는 샤오인의 업무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뮨에 스비졔 사건에 네가 관여하게 되었다면서? 공안의 일인데 그렇게 쉽지는 않지?"

"과연 리 천자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구먼.소식이 그렇게 빠르니 말야."

샤오인은 등허리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마치 누구와 대적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기위는 남에게 좋은 일만 하지는 않아. 그사람의 직책이 무엇이든 별로 신경 안써."

 

"어이, 동창. 스비졔 사건은 네가 사정 좀 봐줬으면 좋겠어." 리 천자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마치 간첨이라도 된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뭣 때문에?" 샤오인은 경계하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