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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7. 아는 사람들의 사회(熟人社会) 51p

"스비졔의 일은 한시람의 일로 끝날 일이 아니야."

이 천자는 자기가 마치 공안청 지도자라도 되는것처럼 공안청 일을 손바닥을에 들여다 보듯 말했다.

"그 사람은 공안청에서 그렇게 오래동안 일했고, 부처장에서 처장에 이르기까지 한발 한발 올라가 벌써 부청장까지 했어.

그런 사람이 갑자기 투신자살한 상황이 뭐 그리 간단할리 있겠어? 

내가 보기에 그는 틀림없이 청 내의 많은 지도자들과 이리저리 관계가 엮여 있을거야.

일테면 머리카락을 한올 잡아다니니까 전신이 따라 움직이는 상황인데,네 입장에서 이런 머리카락은 잡아다니지 않는게 좋을거야."

 

"뭣 때문애?" 샤오인이 다시한번 물었다.

"네가 스비졔나 혹은 다른 사람을 어떤 사람을 조사한다 하더라도 공안청 모든 사람을 다 조사하여 처리할 수는 없는거 아야?"

리 천자의 어조는 무언가 부자연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뱀을 때렸는데 죽이지 못하면 오히려 물리게 되는거야. 내가 보기에 공안청이란 뱀은 네가 절대로 때려 죽이지 못해.

제아무리 많이 때린다해도 작은 상처나 낼 뿐이지.

그다음엔 너의 일상이 불편해 질거야

거기다 네 부인 샤오웨이는 이제부터는 공안청에서 출세하기는 힘들어 지겠지."

 

"그 말한마디에 꿈에서 깬것처럼 정신이 확 드네."

샤오인은 탄식하듯 말했는데 자기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승진경쟁에서 패배를 맛본 샤오웨이 때문이기도 했다.

"너의 이런 분석이 없었다면 난 문제가 엄중하다는 것을 생각치도 못했을거야.

이제보니 스비졔의 사건은 당연히 맡지 않을걸 그랬나봐.

지금은 진퇴양난이고 이쪽 저쪽에서 다 욕만 먹을거야."

 

"그말은 틀렸어."

리 천저의 어투는 고명한 설객 같았다.

"내 말은 스비졔의 수사를 맡았다는 것은 나쁜 일일 수도있고, 좋은 일일 수도 있는거야. 관건은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거지.

청대의 재사 기효람(건륭제때 유명한 관리)이 남긴 좋은 말이 있는데 관청에서는 좋은 얼굴을 만들려고 수행하랬어.

내가 이해하기는 옛날에는 관청에서도 수사를 관할했는데, 네가 마음을 굳게 먹으면 사람을 사지에 놓아둘 수도 있어.

반대로 마음을 부드럽게 먹고, 사람을 놓아주면 덕과 선행을 베풀수 있게 되지.

기효람의 이 말은 네 지금 상황과 딱 들어맞아.

 너처럼 직접 관계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기위간부로서 기율검사기관이 좋은 수행을 한다는 말을 들을 기회는 많지.

예를 들어 네가 현재 맡은 공안청 사건만 해도 당의 기율과 나라 법에 따라 엄격하게 하면 너는 완전히 공안청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어.

당 중앙의 화법대로 누구에게 미칠지라도 모두 철저히 수사하고 절대 봐주지 않을 수도 있는거야.

 

하지만 네가 사정을 봐가며 자기 능력 범위내에서 느슨하게 수사하면 공안청의 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너에게 충심으로 감사할거야.

이후에는 공안청의 은인이 되어 네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할때 네가 입만 열면 저절로 다 해결되지 않겠어?

이런게 다 수행의 결과이고,덕과 선행을 쌓은 잇점이지.

어이 동창, 좋은 방향으로 잘 생각해 봐줘."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군. 일리가 없는 건 아니야."

샤오인은 대충 얼버무리며 리 천자를 대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겁을 집어먹었다.

일개 하루종일 장사에 바쁜 대학 동창이 관청 일을 자기보다 더 연구하여 꿰뚫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중국의 관료, 중국의 상인은 똑같은 중국의 특징을 많이 갖고있다.

"맞아, 나도 한가지 생각이 났어. 너는 보통때는 일개 장사꾼인데, 뭣때문에 공안청 일을 그렇게 잘 알고있냐?"

 

"날 우습게 보는구먼, 동창. 안그래?"

리 천자는 의미심장하게 샤오인을 쳐다보았다.

"우리같은 장사꾼들이 온종일 기관간부들과 사귀고 다니는줄 알아?

성 정부에는 실권을 갖고있는 부서가 많은데 위로는 청장부터 아래로는 처장까지 난 모두 친해.

공안청으로 말하자면 오락 업종의 생사 결정권을 갖고있다고 봐도 돼.

나 자신이 노래주점 몇 곳을 열고 있는데 어떻게 그들과 관계를 갖느냐에 생사가 달려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