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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國色 - 6. 회의 (碰头会议) 46~47p

"봉투에 쓰는 것은, 공문에쓰는거나 간행물에 보도 되는 것과는 달라." 마주임이 일깨워 주었다.                        

"문서상이나 보도를 할때는 부자를 쓰는 것이 맞겠지만, 당신이 틀렸다는 것은 그 본인이 기분 나쁠수도 있다는거야.

지금은 단지 봉투일 뿐인데 하필 부자를 꼭 써야만 했을까?

군 부대안에서는 정(正)은 정이고 부(副)는 부야. 부를 때도 확실히 구분해서 불러야 하지.

하지만 관료사회는 달라. 부(副)자는 대단히 금기시 되는 말이야.

 붙이지 않아도 되면 최대한 붙이지 말아야하고,어쩔 수 없을 때만 붙여야 하는거야."

 

"그럼 그분이 이런 것을 따져서 그러셨을까요?"

샤오인은 마치 옆 건물 정법청사에서 홍씨펑이 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단지 부(副자를 많이 쓴다고 해서 바로  "반송"으로 우리에게 대응하실까요?

나는 이제까지 "반송((退)"이란 글자를 쓰는 지도자를 본적이 없어서 되게 이상합니다.

우리 공문이 안좋다고 불만스러워 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마치 우리들에게도 역시 툇자 놓은 것과 같아요."

 

"꼭 그런건 아니야."마주임이 말했다.

"지도자의 지시는 '반송' 글자를 통해서도 결재할 수 있는거야.

물론 통상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이번에 쓰신걸 보니까, 어쩌면 지도자는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걸 말하는 것 같기도 해.

이미 반송되었는걸 어쩌겠나. 다음부터 주의하는 수 밖에."

 

다음날 마주임은 다시 지방 출장을 갔다.

샤오인은 우두커니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문득 홍씨펑의 꾸중하는 지시가 떠올랐다.

그 냉담하기 짝이 없는 "반송" 이라는 글자가 그에게 홍씨펑의 스비졔에 대한 태도를 떠올리게 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스비졔의 출세길을 막아버렸고, 그에게 세상 모든 인연을 끊고 뛰어 내리게 만들었다.

알고보면 그는 오히려 홍씨펑이 그의 출세길에 광명을 가져다 주리라 기대했었는데, 자기의 일시적인 경솔함이, 이런 커다란 착오가 될줄은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다.

 

모골이 송연해져서, 샤오인은 이때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식욕도 없어졌으며, 몰골이 초췌해졌다.

샤오웨이가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작은 부주의와 이로 인하여 출세길에 희망이 없어졌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배가 아프기 시작했으며, 심장과 대뇌 역시 사보타지를 시작해서 그가 인간 세상에서 활동하는데 협조하기를 바라지 않는듯했다.

 

성 기위 행정처의 기밀담당 비서가 중요 문건을 가져왔을 때, 마침 샤오인이 배를 가리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기밀비서가 말했다. "인주임, 위진핑 서기가 곧 본청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는데 당신도 참석하래. "

"회의 내용이 뭔데요?"

"구체적인 건 나도 몰라. 위 서기가 방금 정법 청사에서 있은 회의에 참석하고 왔는데, 홍서기가 뭔가 새로운 지시를 한 모양이야.

위서기가 돌아와서 허둥지둥 나에게 말하기를  빨리 민원실 윤주임을 회의에 참석 시키라 햇어."

 

샤오인은 상황을 알아차리고 가슴이 철럼했고 그자리에서 땅바닥에 거꾸러 쓰러질 것 같았다.

"윤주임, 당신 왜그래? 내가 의무실에 데려다 줄까?"

"괜찮아요. 주머니에 있는 약을 꺼내 먹으면 바로 좋아질 거예요."

기밀비서는 샤오인을 도와 약병을 꺼내게 했고 사무실 책상위에 물도 떠다 주었다.

 

이때 샤오인은 갑자기 한가지 일이 떠 올라서 바로 물어보았다.

"당신은 기밀비서이니 일이 생기면 우리보다 분명하게 알겁니다.

지도자께서 지시할 때 왜 '반송'이란 말을 쓰시는 겁니까? '반송'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그건 지도자의 지시공문인데 일종의 지시중 하나지. 내부 규정에도 있는거야. 하지만 이전 지도자들은 아랫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봐 거의 쓰지 않았지.

최근 성 위원회 행정청에서 나간 공문에는 규칙대로 처리하라는 것을 강조할때 지도자께서 '반송' 자를 쓰는데 이런 공문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야.

오늘도 내가 세통의 공문을 받았는데 모두 지도자가 '반송' 이라 썼고, 각 실 청으로 나갔어."

 

샤오인은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고, 소파에 기대어 몇모금 물을 마셨다.

기밀비서가 그에게 약병을 건네주자 샤오인은 마치 저승을 떠돌던 혼이 다시 돌아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소생한 것처럼 길고 긴 한숨을 토했다.

" 약 안먹어도 되겠어요. 갑자기 참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시다. 빨리 본청 회의에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