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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國色 - 6. 회의 (碰头会议) 45p

마주임이 떠나면서 사무실 일은 그가 주관이 되어 처리하라고 했고 그는 그말을 듣고 신바람이 났다.

그는 자신이 주관이 되어 일하는 동안에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고, 지도자의 눈에 띄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내근자가 소관 지도자가 판단한 초안을 가져왔다.

샤오인은 보고서를 직접 한글자 한글자 바꾸고 수정하여  절대 원고에 어떠한 착오와 누락도 없도록 하였다.

그는 그것을 프린트한 후 위진핑과 홍씨펑에게 보내야 했다.

내근자를 통해 보내려면 공문 봉투의 글씨는 책임자가 써야 하고 마주임이 없으니 이일은 버로 샤오인이 이어받아 해야 할 일이다.

 

샤오인은 흥분했는데, 마주임의 삐뚤빼뚤 못쓴 글씨 대신, 자기의 멋진 글씨가 지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운이 트일 기회가 생기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무더기의 봉투 중에서 제일 깨끗한 것을 하나 골라서, 서예 붓으로 "홍씨펑 부서기 앞" 이라는 일곱 글자를 썼다.

단숨에썼지만 자기가 보더라도, 뛰어나게 아름다웠고, 품위있었으며,시원시원하면서도 예술적이었다.

샤오인이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어떤 결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바로 조사보고서를 그 안에 넣고 겉봉을 잘 붙인 후, 바로 내근자에게 정법 청사로 갖다주라고 했다.

 

사무실에 앉아 샤오인은 용정차를 한모금 마셨다.

용정차의 향기는 그의 글씨만큼이나 훌륭했고 가히 섬세하다 할만했다.

 

마주임이 사무실에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바로 전화로 샤오인에게 자기 방으로 오라고 불렀다.

두사람은 사무실에 마주 앉았으나  대부분의 일은 기관 내의 일반적인 의사소통 방식대로 편하게 전화 연락을 했었다.

샤오인은 신바람이 나서 그의 방으로 들어가 마주임 맞은편에 단정히 앉았다.

마주임은 지방에서 조사했던 상황을 간단히 샤오인에게 말해주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했다.

"교도소의 그 사건 조사보고는 홍서기께서 이미 보신것 같아."

"무슨 말씀 없으셨어요?" 샤오인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없었어. " 마주임은 옆에서 큰 봉투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프린트 물을 꺼내어 손 가는대로 들척이며 말했다.

""아무런 의사표시도 없었어."

 

샤오인이 문건을 받아서 넘겨 보았더니, 과연 문서상 한자도 결재 표시된게 없었다.

이번에는 봉투를 꺼냈는데, 자기가 서예로 썼던 일곱글자가 보였고, 결국 거기서 기묘한 것을 발견했다.

"홍씨펑"이라고 쓴 글씨 옆에 동그하미를 그리고 그 아래에 공백을 향하게 줄을 긋고 이렇게 썼다.

"성 기위 민원실로 반송(退: 퇴). 홍씨펑."

 

"반송이라니요?" 샤오인은 머리가 무거워 졌다. "반송이라는게 무슨 의미일까요?"

"나도 뭔지 생각하는 중이야."마주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전에 몇차례 결재 받았던 서류들을 찾아보고 말했다.

"이전에 홍씨펑 서기가 쓴 것은 모두 성 기위 민원실로 보낼것' 이라고 쓰셨는데, 이번에는 반송으로 바뀌었단 말야.  반성하란 건가봐."

 

"우리가 뭔가 잘못한건가요? 샤오인은 자기가 잘못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 당신이 쓴 것 한번 보고, 이전에 내가 썼던 것도 봐."

마주임의 말 속에는 뼈가 들어있었다.

 

"내가 쓴 것은 '홍씨펑 서기'이고, 당신이 쓴 것은 '홍씨펑부서기'야. 어쩌면 문제는 거기에서 나왔는것 같군."

'당시에 제 머리속에 부(副) 자를 쓰는게 맞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샤오인이 변명하듯 말했다.

"말로 할때는 모두 서기님이라고 부르지만, 글로 쓸때는 역시 부(副)자를 써 넣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