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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지하철에서 만난 닥터 지바고.

퇴근후 친구와 한잔하고 지하철을 탔다.
시청앞에서 을지로 3가까지 와서 3호선을 갈아타고...

술에 취해 졸린 눈으로 - 아무데나...바라보는데
마즌편 의자에 덩치가 무척 크고 인자하게 생긴, 거기다 멋진 콧수염까지 - 기역자로 꺽인 흰수염이
딱 ....닥터지바고선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슨 마대자루를 쥐고 있다.
보통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테지만 술이 약간 올라 호기심도 발동하고
" 아저씨 . 자루에 든 것이 뭔가요?"
" 내가 그냥 쓰는 물건이예요. "
어디서 줏었는지 한손에는 까만 장갑, 한손에는 흰 장갑을 끼고있는 것이
보니까 닥터 지바고가 아니고 기냥 노숙자다

" 내가 돈을 줘도 되나요? "
하면서 1000원을 꺼내 주니까 그사람이 고마워서 점잖게 고개를 깊이 숙인다.
조용히... 진심으로 묵직하게,....

나는 소시쩍에 닥터 지바고 영화를 보고 하도 감격스러워 두번 영화를 보았고,, 그것도 모자라 보리스 파르테크의 원전 소설을 사다가 두번이나 정독을 했다.
- 너무 멋있어서...-

지금도 돈 천원을 받아들고 감격스럽게 인사를 꾸벅하고 가버린 닥터 지바고가 너무 멋 있어서
술취한 상태로 집에 오자마자 기록한다.

" 나는 오늘 닥터 지바고를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