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노상에서 홍지엔는 두세차례 모친을 대신해 로우쟈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로우쟈는 간단히 말했다. "당신 왜 그때 나를 위해 한마디도 역성들지 않았어요? 나 오늘 또 한가지 눈치빠르게 배웠네."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배가 아프다고 하며 리씨 아줌마에게 더운물 자루를 채워다가 배를 따뜻하게 해 달라고 했다.
리씨 아줌마가 급히 물었다. "아가씨, 뭘 잘못 먹었어?"
그녀는 잘못먹은건 없는데 화가 나서 기를 상한것 같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홍지엔이 틀림없이 그녀를 탓하며 왜 주인일을 일하는 사람에게 말하느냐고 시끄럽게 했을테지만 이날은 감히 아무 말도 못했다.
그날밤 로우쟈는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다음날 아침에도 부부간에 여전히 소 닭보듯 하였다. (중국어 원문:鸦雀无声-[성어] 까마귀와 참새 소리마저도 없다.)
아침을 먹을때 리씨 아줌마가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홍지엔은 일이 있어 본가에 가야 한다고 하며 아마 거기서 점심을 먹고 안올것 같으니 밥을 차릴 필요 없다고 했다.
로우쟈가 냉소하며 말했다. "아줌마! 앞으로는 일이 많이 편해지겠어요.
이제부터 신랑이 집에서 밥을 안먹을거예요. 그 사람들 마나님께서 아줌마가 음식에 독약을 넣는다고 했으니 말예요."
홍지엔이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에이! 당신 어떻게 그런 말까지..."
로우쟈가 오른쪽 가죽구두를 신다 말고 말했다.
"내가 일부러 아줌마한테 말한거예요. 리씨 아줌마가 여기서 증인이 되어줄 거예요. 나는 그걸 확실히 알려주려고 말한거예요.
앞으로 당신이 나를 때려 죽이면 내가 당신 집에 더이상은 못갈거 아녜요.
내가 죽으면 당신네 시 좋아하고 예의 따지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 제사를 지낼때도 내 귀신은 절대 거기 안갈거예요."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눈시을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였다.
홍지엔은 마음이 아파 얼른 일어나 그녀를 위로하려 했으나 그녀는 그를 밀쳐 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우린 서로 간섭 안키로 해요. 당신 일은 일체 나한테 말하지 마세요.
우린 모두 매국노 집안이고 당신네 황씨 집안은 기르는 개까지도 대의명분을 확실히 아니까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영어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그것은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시를 하기 위함이었다.
홍지엔은 답답하기도하고 기분도 안좋아 게으름을 부리며 이리딩굴 저리 딩굴하며 본가에 가지 않았다.
그러자 황툰영감이 전화로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그가 집에 가서 한나절을 황툰영감과 의논했으나 실제적인 지시나 도움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집안식구들을 모두 증오하기 시작했으며 오래 앉아 있으려하지 않았다.
집을 나와, 여비가 얼마나 되나 물어보고 싶어 운송회사 사장을 찾아 갔으나 그를 만나지 못했고 내일 다시 오기로 약속했다.
거기서 또 왕선생 집으로 찾아갔으나 그역시 집에 없었다.
이 시간의 전차 안에는 전부 사무실에서 퇴근하는 사람들뿐이었고 그가 전차를 더욱 붐비게 할 필요도 없어서 그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골목에서 보니 차가 한대 보였는데 루씨 댁 차여서 그는 마음이 더욱 가시가 걸린 것처럼 응어리 지었다.
문을 열고 집주인과 같이 쓰는 부엌을 지나는데 리씨 아줌마는 없었다.
화로에는 이글이글한 불위에 고기 통조림이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그가 반층정도 올라 가니 객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루씨 아주머니가 높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는 화가 치밀어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순간 그의 발에 못이라도 박힌듯 움직일 수 없었다.바로 그녀의 말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홍지엔, 이 인간 능력도 없으면서 성질만 부려. 내가 진작 알아 보았어. 리씨 아줌마 말 들을 것도 없어.
로우쟈, 남자는 애 같아.제멋대로 하게 놔두면 망치는거야. 넌 지나치게 고분고분하는데---"
그는 피가 거꾸로 솟아 큰소리를 지르며 뛰어들고 싶었으나 갑자기 리씨 아줌마 발소리가 아래 층에서 들려왔다.
그녀에게 들키면 난처한 일이다 싶어 그는 소리없이 몰래 문을 나와 도망쳤다.
'전종서의 위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279p 전종서의 위성) (0) | 2014.07.08 |
---|---|
278p (전종서의 위성) (0) | 2014.07.07 |
276p (전종서의 위성) (0) | 2014.07.05 |
275p (전종서의 위성) (0) | 2014.07.05 |
274p (전종서의 위성) (0) | 2014.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