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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79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은 물에 빠진 사람이 필사적으로 밧줄을 붙잡듯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며 말했다.

"오호라! 알고보니 고모가 오셨구먼! 어쩐지!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와서 내가 먹을 밥을 먹는 바람에 내가 먹을게 없어졌단 말이네.

황송하게도 난 오라고도 안했는데 날 보러 와 주셨다니!

대가 그집 문턱을 넘어가지 않는데 왜 고모가 우리집 문턱을 넘어와?

고모가 더 머물게 하려면 남편이 당연히 굶어도 된단 말이로구먼.

당신 심보가 그러니 오늘 내가 하루 굶으면 되지 뭐. 리씨 아줌마 먹을거 사러 보내지 마."

 

로우쟈는 다시 앉았고 보던 신문을 들면서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게 죄다 후회스러워요. 당신은 정말 남의 호의를 몰라주는 사람이예요.

당신이 원해서 굶겠다 하니 굶어도 어쩔 수 없고 나때문에 굶는 건 아니니 나한테 뭐라하지 마세요.

신문사에도 안가고 대의명분에 투철한 나으리께서 밖에 나가 무슨 국가 대사가 그리도 바쁘셨나요? 이제서야 겨우 들어오시게!

 

집에서 쓰는 돈의 반절 정도는 내가 부담하고 있으니까 나도 손님을 오라고 할 권리가 있으니까 당신 참견하지 마세요.

게다가 리씨 아줌마가 만든 요리에는 독이 들었다고 하니 당신 가급적 조금만 먹는 것이 좋아요."

 

홍지엔은 그러지 않아도 화가 나있는데 더욱 화가 치솟아 위가 쓰렸다.

그는 주머니에 잔돈푼 마저 하나도 없어서 내일 은행에 가서 찾아야 겠다고 ㅜ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우쟈에게 달라고 하기도 싫었으며 이런 것들로 더욱 심통이 나서 말했다.

"어쨋든 내가 굶어 죽으면 당신 좋아할테지. 당신 고모가 좋은 남편도 하나 구해줄테고."

로우쟈가 냉소하며 말했다. "쳇! 내가 보니까 당신 정말 미쳤어. 아직 굶어서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굶으면 더욱 머리가 맑아진다던데."

 

홍지엔의 분노는 두번째로 밀물처럼 덮쳐왔고 그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게 당신 고모에게서 전수 받은 비결이었어? 로우쟈, 남자는 내버려두면 다 망친다고?

그래서 굶겨야 되고, 추워서 덜덜 떨게 만들어야 되고, 학대해야 되는거로군."

 

로우쟈는 남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이고, 그래서 집주인네 하녀가 당신이 오는 것을 봤다고 그랬군.

왜 떳떳하게 위층으로 못 올라왔어요? 도둑같이 몰래 계단 반쯤 올라와 몸을 숨기고 남의 말이나 엿듣고.

아런건 당신의 알량한 두 제수씨들에게나 어울릴 일이지 . 그러면서도 사내 대장부라고! 창피하지도 않아요?"

 

홍지엔이 말했다. "나도 들었다 왜? 그러지 않으면 정말 나만 왕따 시킬거 아냐?

사람들이 어떻게 모르고 있는 사람 등뒤에서 이렇게 망신을 주는거야?"

"우리가 무슨 당신을 망신시켰다고 그래? 괜찮으니 다 말해 봐요."

홍지엔은 허장성세를 부리며 다 들었다는 듯 말했다. "당신 생각 다 알아. 더 말할 것도 없어."

 

로우쟈는 어제 시댁에 동지 음식을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을 고모 들으라고 했던 것이 확실히 떠올랐다.

두사람이 죽이 맞아 이러쿵 저러쿵 웃으면서 험담을 했는데 이게 고스란히 홍지엔 귀에 다 들어갔나보다 생각하니 속이 뜨끔하였다.

"원래 얘기 하던 것은 그게 아닌데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엿들으라 그랬어요?

내가 물어보겠는데 고모가 당신을 위해 공장에 자리 하나 마련 했다는 말도 당신 귀로 들었어요, 못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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