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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76p (전종서의 위성)

그는 일곱시나 되어서야 본가에 갈 수 있었는데 가는 도중 로우쟈에게 그녀가 집에 가는지 마는지 물어보지 못한게 후회 되었다.

그녀 혼자서는 안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그를 보고 왜 혼자 오냐고 물었고 모친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서 말했다.

"네 처는 귀인이라 천한 곳에 가지 않으려고 초대장을 보내도 안오는모양이구나."

 

홍지엔이 막 변명을 하려는데 로우쟈가 문에 들어섰다.

둘째 세째 동서들이 그녀가 온것을 환영하여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귀한 걸음 하셨습니다!"

황씨 마나님도 억지 웃음을 지었는데 마치 욱느라고 얼굴피부가 고통당하는 것 같았다.

 

로우쟈가 바빠서 그랬다고 핑게를 대었다.
세째 동서가 말했다. "형님은 바깥일을 하니까 당연히 우리들보다 훨씬 바쁘겠죠."

둘째 동서도 말했다. "사무실에 나가도 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거예요.

큰시아버님, 세째, 그리고 우리 둘째 남편도 바깥일을 하지만 결코 하루종일 집에 안돌아오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형님은 사무실 일도 하랴, 거기다 집안 일도 하랴 좀처럼 우리를 보러올 짬이 안날거예요."

 

혼지엔은 그녀들의 말이 참선같이 고상하지만 모두 날카로운 꼬챙이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공연히 마음이 어지러워 바로 도망치듯 위층으로 부친을 뵈러갔다.

부친과 불과 서너마디 했을때 로우쟈가 따라 올라와서 문안 인사를 했다.

그녀는 몇마디왜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난 후, 더는 참지 못하고 남편을 원망하는 말을 했다.

"난 이제서야 당신이 왜 나를 데리러 잡으로 안왔는지 그 이유를 알았어요. 당신은 어떻게 신문사 그만둔다는 걸 나에게 미리 상의하지 않았어요?

내가 못 알아들을 일이라면 적어도 여기 아버님한테라도 미리 여쭤 봤어야 하지 않아요?"

 

황툰영감은 아들의 사직을 들은 적이 없었던지라 깜짝 놀라 물었다.

홍지엔이 궁색하게 말했다. "내가 아버님께 말씀드리려는데, 당신이 -- 당신은 어찌 알았어?"

로우쟈가 말했다. "아버지가 전화 하셨는데 당신이 나를 속였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아버지도 사직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뭐하러 성급하게 사직을 해요?  앞으로 어떻게 되나 상황을 지켜 봐야지. 이게 잘하는 짓이예요?"

 

홍지엔은 자신을 위해 한바탕 변명을 했다.

황툰영감은 아들이 경솔했다고 생각했으나 며느리 앞에서 아들에게 면박을 주지는 않았으며 어떻든 일이 되돌려질 상황이 아니란걸 깨닿고 바로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되었는데 그만두는것도 괜찮다. 우리같은 사람은 절대로 작은 것을 탐하다가 대의를 잃지 않지.

나는 그래서 차라리 난민으로 또돌면지언정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거란다.  그래야 한가닥 절개 나마 지킬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나는 당초부터 네가 신문사에 들어가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만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내일 네가 다시 와서 우리 부자 둘이 의논해보자. 내가 너에게 빠져나갈 길을 찾아 줄테니."

로우쟈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으나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저녁을 먹을때 황씨 마나님은 홍지엔에게 이것저것 먹으라고 권하면서 말했다.

"너 요즘 수척해진것 같은데 얼굴에 윤끼가 하나도 없구나. 집에서 뭘 먹는데 그러냐?

넌 어려서부터 내가 직접 만들어주는 음식만 먹었어, 그래서 독이 없어 네가 죽지 않은거야."

 

로우쟈는 화가 나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자기를 억제하느라 애쓰며 겨우 밥 반공기를 먹고 더이상 먹으려하지 않았다.

황씨 마나님은 며느리의 얼굴을 보고 좋게 대꾸할것같지 않아 더이상은 자극하려 하지 않았다.

단지 자기 말에 며느리가 말대꾸하고 나오지 않은 것만 위안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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